Relay Essay
제1841번째
봉사하며 에너지 충전
산본 도장 중학교 구강검진을 다녀와서
치과대학교 본과 4학년 학생들은 5월이면 병원 실습에 들어간다. 5월은 가정의 달이고,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화사한 꽃들이 들어차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원내생이 느낄 수 있는 봄의 느낌이래봐야 출근 시간에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과 점심시간에 햇살이 따가워졌다고 느끼는 것뿐이다. 마지막 치과대학 생활에 아쉬워하며, 병원 실습 기간 동에 많은 것을 배우려고 집중해야 할 시기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다.
지난 16일 원광대학교 산본 치과병원 근처 도장 중학교에 무료 구강 검진을 나가게 되었다. 이날은 마침 학교 체육대회 날이었다. 체육대회를 한다고 미리 알려주기라도 한 듯 하늘은 맑고, 태양은 운동장을 구석구석 비춰주고 있었다.
내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하나같이 똑같은 체육복 차림이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자기들 개성에 맞추어 재미있는 티를 각 반마다 맞춰 입고 있었다. 그때와 옷차림은 많이 달라졌지만,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떠들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나의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어떤 반은 노란 개나리색 옷을 맞춰 입고, 어떤 반은 귀여운 젖소 모양 옷(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자기들끼리는 milk cow라고 부른단다)을 입고 있었다. 같이 구강검진을 온 동료들과 어떤 반의 의상이 더 재미있는지 구경하는 동안 지루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끝이 나고, 체육 대회와 함께 우리의 구강검진도 시작 되었다.
처음에는 흰색 가운을 입고 어색하게 앉아있는 우리들이 낯설었는지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덴티폼과 칫솔을 들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도 그곳에 자연스럽게 섞이게 되었다.
한명 두명 찾아온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웃음소리가 또 다른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나중에는 마치 자신이 우리 일원인 것처럼 다른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직접 잇솔질이나 가글 방법을 설명하는 학생도 있을 정도였다. 점심시간을 알리러 온 보건교육 선생님을 한 학생이 성교육 선생님이라고 하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난 후에야 오전 활동은 끝이 났다.
점심 메뉴가 보리차에 김밥이 아닌 것이 아쉬울 정도로 학생들과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있었다. 점심시간에 아이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점심 식사 후 더 많은 아이들이 찾아왔고, 오후 활동은 계주 달리기처럼 아쉬움을 남긴 채 금세 끝나 버렸다.
돌아오는 길은 진료실 창밖으로 비추는 햇빛을 보면서 내내 한숨만 쉬던 어제와는 달랐다. 햇볕에 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처럼 내 마음도 다시 기운을 얻었고, 병원 생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활력이 생겼다.
이번 중학교 구강 검진 기간 동안 기운 넘치고 생기 있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내 중학생 시절을 회상할 수도 있었고, 처음 대학에 들어오던 마음도 떠올릴 수 있었다. 매번 봉사활동을 다녀오고 난 후 느끼는 점은 봉사활동을 통해서 내 자신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이번 봉사활동으로 앞으로 남은 병원 일정과 국시 때까지 에너지를 충전한 셈이다.
앞으로 치과의사가 되어서도 가끔씩 진료실을 떠나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기운 넘치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내일은 마침 병원 휴관일이니 오랜 친구들에게 전화라도 한 번씩 해봐야 할 것 같다.
정운혁
원광치대 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