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전쟁에 齒떨린 하루
전망은 많이 어두웠다.
스케일링과 부분틀니 등 치과 보장성 강화 명목으로 치과를 압박할 것이란 예감은 들었지만 과연 몇 % 인상안을 제시할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비율과 간극이 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협상단의 머릿속은 복잡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더구나 이번에는 인상안 외에 부대조건으로 제시할 부분도 마땅치 않다. 수가협상 마감시한이 다가올수록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건보공단측은 5월 29일 3차 협상에서 본색을 드러냈다. 내년도 인상률로 2.3%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마경화 부회장을 비롯한 치협 협상단은 머릿속이 멍해져왔다. 어렵게 치과를 꾸려가고 있는 2만7000여 회원들의 원성이 눈앞을 아른거리며 스쳤다.
이제 수가협상 마지막 날이다. 5월 31일 오후 5시. 4차 협상에서도 건보공단측은 2.3%를 고수하며 물러서지 않는다. 협상단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다.
오후 9시35분. 공식적으로 예정된 마지막 협상회의인 5차 협상이다. 협상장 주변은 전운이 감돈다.
건보공단측이 당초보다 0.2% 오른 2.5%로 수정해 선심 쓰듯 제시한다.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치과 보장성 강화와 더불어 부대조건 없이 2.5%면 상당히 선방한 거 아닙니까?” 건보공단측이 쏘아부친다. 협상테이블을 나온 협상단의 표정이 어둡다. 많이 지친 기색이다. 주변에 대기한 기자들의 질문에 마 부회장은 “아직 안 끝났다”는 짧은 멘트만 전하고 다른 협상위원들과 급히 자리를 떠났다.
지난해 수준인 2.7%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결국 수치 싸움이다. 얼마나 흘렀을까? 시계는 11시25분을 가리킨다. 다시 6차 회의다. 협상단의 표정에 일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또 다시 수 싸움이다. 회의 막바지에 2.6%까지 올랐다. 건보공단측도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엄포다. 치협도 회원들 정서상 최소한 지난해 수준 밑으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서로간에 한 치의 물러섬도 용납지 않는다. 협상 마감시한인 자정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협상의 쟁점은 0.1%에 걸렸다. 협상단도 자칫 지난해처럼 결렬돼 건정심까지 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건정심에 간다면 공단제시안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진다.
피말리는 협상은 어느새 자정 직전까지 다다랐다. 자정을 5분여 남긴 시각. 7차 회의에서 건보공단측과 극적으로 타결했다는 희소식이 들렸다. 지난해와 동일한 2.7%. 전쟁 같은 치떨리는 하루가 이렇게 마감됐다.
신경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