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자 치대생의 넋두리
이애나
경희대 치전원 3학년
얼마 전, 사랑니 발치를 하려고 온 고등학생의 진료를 옵저베이션 하게 되었다. 발치 전에는 대게 인턴 선생님들이 환자에게 마취주사를 놓기 때문에 그날도 여자 선생님께서 환자에게 술 전 설명을 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환자의 보호자가 조심스럽게 ‘저 여자 선생님이 이빨 뽑으시는 건가요? 좀 어려보이시는데…’라며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아, 지금은 마취하는 거구요, 발치는 담당선생님께서 해주실거에요’라고 웃으며 대답하였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도 언젠가는 겪게 될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부 환자들은 젊은 여자 치과의사가 발치를 하려고 하면 의심 섞인 걱정을 하는 것 같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환자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치과의사를 의사로 바라보기 보다는 사랑니 발치도 힘들어 할 것 같은 여자로 바라보는 환자가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 역시도 2년 후에 면허를 취득하고 같은 경험을 하게 될 학생으로서, 이런 상황에서 환자를 어떻게 대할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경험 많은 연륜 있는 여자의사로 보이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평범한 20대의 고민을 가진 나를 보며 가끔은 혼란스럽기도(?) 한다.
꿈과 희망에 부풀었던 1학년 때와는 달리 졸업을 향해 달려가는 3학년이 되어가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강의시간에 종종 교수님들께 점점 어려워지는 대한민국 치과계에 대한 우려 섞인 말씀을 들으면서 이제 무한 경쟁시장으로 내던져질 나의 미래가 두려워진다. 대부분 ‘너네 이제 졸업하면 큰 일 났어, 어떡하니?’ 라고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아직 경험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실감이 나지는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처음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을 때는 3학년이 되면 내 미래에 대해서 뚜렷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막상 지금은 과연 내가 생각했던 치과의사로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환자들에게 존경받는 치과의사로 성장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경험을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궁금하고 무섭기도 하다.
회사에 다니는 나의 동갑내기 친구들은 이제 커리어에도 안정을 찾고 하나둘씩 결혼을 하며 어렸을 적 우리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목표들을 하나 둘씩 이루어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나는 내가 간절히 원했던 ‘치과의사’가 되기 위한 목표는 달성했지만, 어떤 치과의사가 될지는 앞으로 내가 만들어 가야 할 내 몫이다. 여자로서 누구나 꿈꿀 수 있는 행복한 가정의 엄마인 것과 동시에 실력 있고 인정받는 당당한 치과의사가 되고 싶은 나를 보면서 걱정과 부담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 치대 동기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비슷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제 어쩌면 인생에서 공식적인 ‘학생’의 신분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1년 반 남짓 남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의 나의 삶에 있어서 마지막이 될 학생으로서의 배움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람차게 보낼지, 좀 더 솔직한 심정으로는 20년 뒤에 내가 지금의 나에게 와서 명쾌한 해답을 주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치과의사 선배님들도 나와 비슷한 또래에 어떤 고민을 했는지 한 번 쯤은 회상해보셨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이런 솔직하고 우둔한 글을 써보았다. 나도 20년 뒤에는 내가 쓴 이글을 보면서 여유롭게 미소 지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글을 마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