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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이의 도보여행 - 나그네 되어 찾아간 동해바다 그곳에 길이 있다 (2)

발견이의 도보여행 ② 해파랑길 부산구간 1코스

 

나그네 되어 찾아간 동해바다 
그곳에 길이 있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출발
해운대 미포에 이르는 아름다운 길
해안절벽 산책로·해송 숲길 펼쳐져


해풍이 갯내음 한 움큼을 코앞에 털어놓고 쉭 멀어진다. 쉼 없이 부서지고 깨지는 파도 너머는 코발트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푸른 동해가 끝없는 물결의 시소를 탄다. 시선을 아무리 멀리 두어도 그 끝은 수평선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하지만 그걸로 이미 위안을 얻기엔 충분하다. 걷기도 전에 시선과 마음을 모두 앗아가는 이 풍경을 배경으로 국내 최장거리 걷기 길인 ‘해파랑길’이 시작된다.

  

해파랑길은 동해안을 따라가며 걷는 길로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조성을 시작한 길로 조성을 진행중이다. 총 길이는 무려 770㎞! 그중 들머리에 해당되는 1코스 17.6㎞를 소개한다.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을 출발해 해운대 미포에 이르는 해파랑길 1코스는 전체를 다 걷지 않아도 중간에 빠져나갈 곳이 많아 심적 부담 없이 누구나 걸어볼 수 있는 전천후 길이다.


해안절벽 산책로와 해변길, 해송숲길 등을 품은 이 루트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유명 관광지를 두루 경험한 외국인들마저 ‘원더풀’을 연발하는 비경이 곳곳에 펼쳐진다. 온전히 걷지 않고는 형용하기 힘든 묘한 매력이 걷는 내내 도보여행자를 따라다니는 수수께끼 같은 풍경길이다. 이러한 풍경 사이를 느릿느릿 걷다보면 오로지 걷기여행에서만 바랄 수 있는 흔적들이 길과 함께 버무려져 마음 깊숙이 남는다. 
 
# 국내 최장거리 걷기 길의 시작


자, 이제 길을 걷자. 처음 5㎞ 구간은 부산 바다 중에서도 자연미를 가장 잘 간직한 이기대(二妓臺)해안을 따른다. 이기대란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기생 두 명이 술에 취한 왜장을 끌어안고 벼랑에서 바다로 떨어졌다는 이야기에 기인해 작명됐다. 실제로 그랬다면 도저히 살아 돌아오기를 바랄 수 없음만큼 절벽은 풍화와 침식의 시간 속에서 높고 날카롭게 솟았다. 오래전 군인들의 해안순찰길로 기능하며 군홧발로 다져진 길이지만 지금은 여행객들의 순한 발길로 넓혀졌다.


해안절벽 중턱으로 이어지는 5㎞ 가량의 이기대해안산책로는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걷는다. 벼랑의 주름진 허리춤으로 그림같이 이어지는 길을 얼마간 걷다보면 기이한 모양의 농바위를 만난다. 쓰러질 듯 위태롭게 바위 세 개가 겹쌓여있는 곳을 농바위라고 부른다. 할머니가 보따리를 이고 선 것 같기도 하고, 고기잡이 나간 서방님을 기다리는 아낙네가 바다를 바라보다 방부석이 되어 버린 것도 같다. 그밖에도 바람과 파도, 그리고 억겁의 시간이 조각한 해식절벽의 기이한 작품들이 이기대길 전체에 분포한다.


걷기 시작한 지 1시간30분 정도 되면 시야가 아득하게 넓어지는 어울마당에 닿는다. 여기는 간이매점과 편이시설이 있어 누구라도 쉬어간다. 무엇보다 멀리 열린 광안리해변 풍광이 이국적이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의 수평선과 거대한 돛을 펼친 듯 우뚝 솟은 마린시티 초고층빌딩들의 수직곡선이 교차하며 광안리 앞바다와 묘한 조화와 대비를 이룬다.


출렁거림이 감지되는 작은 현수교 몇 개를 지나면 이기대길과는 아쉬운 작별이다. 곧바로 만나는 마을은 동생말이라는 곳이다. 마을길을 잠깐 지난 후에도 길은 바다 곁을 떠나지 않는다.


광안대교 남쪽 교차로에서 건널목을 두 번 건너 해안로를 쭉 걸어가면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확연히 구분된 삼익비치아파트 앞 산책로다. 느릿느릿 저어가는 자전거와 그보다 더 느긋한 도보여행자가 여유롭게 교차하는 넓은 해안산책로에서 마음도 느슨해진다.


그리곤 곧 광안리해변. 여기서는 폭폭 빠지는 백사장을 밟아도 좋고, 바깥쪽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거닐어도 된다. 우리나라 최대의 현수교인 광안대교의 위용은 역시 이곳 광안리해변에서 바라보는 것이 제격이다.


9년간에 걸쳐 지어진 광안대교는 총 길이가 7.4㎞에 이른다. 10만 가지 이상의 색상을 조합해 낸다는 야간조명이 야경 마니아들을 밤마다 불러 모은 지 이미 오래다.

 

<15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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