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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845번째] 굿모닝 삐약이~

Relay Essay
제1845번째


굿모닝 삐약이~


따사로운 봄 햇살이 만연하던 5월의 첫 날.


근로자의 날이었던 그날은 회사에서 출근하라는 것을 모든 직원들의 담합에 의해 쉬게 되었어요. 엄마 심부름으로 수퍼에 다녀오는데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고 있더라구요.


와~ 재미있겠다. 그리움 돋네~.


나도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지나가는 찰라 내 눈에 들어온 병아리들… 운동회라서 학생들에게 판매할 요량으로 가지고 나온 것 같더라구요. 그 옆에 햄스터들도….


‘저 아줌마 못됐다. 여기서 이런 걸 팔아…학생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다 죽음을 알게 되는데….’


나도 어릴 적 병아리를 키워본 지라 며칠 못산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지 아주머니가 팔고 있는 병아리들도, 그 병아리들을 살 아이들도 미리부터 불쌍해 지더라구요.


그런데 삐약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 가만히 지켜보면서 “아주머니~ 이 병아리들 얼마나 살아요? 예전에 키워봐서 아는데 1주일도 못살죠?”


얼른 아는 척 하며 혹시 지나가던 아이들이 들을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아주머니께 여쭈었네요.


“요즘은 예방접종 다 맞으니까 그런 일 없을거유. 다 키워서 사진도 보내주는데.”

“치~ 거짓말….”


그런데 너무 이쁘다. 병아리는 한 마리 당 천원…“이 녀석하고 저기 저 녀석 주세요~” 맘속으로는 거짓말을 외치면서 어느새 귀여운 삐약이를 비닐봉지에 넘겨받고 집으로 왔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 나 병아리 사왔어.”


엄마는 이걸 어떻게 아파트에서 키워 하시면서도 귀여운지 얼른 아끼며 쓰지도 않던 커다란 김치통을 꺼내 오시더군요. 밥그릇과 물그릇도 만들어주시고… 같이 사 들고 들어온 사료를 밥그릇에 담아주시는데 삐약거리며 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엄마는 아빠가 보시면 얼른 가져다 버리라 하실테니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라 당부를 하셨어요. 그 날은 내 침대 옆에 병아리집을 놓고 어릴 적 병아리 키울 때 즐거워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같은 방에서 잠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어보니 도저히 아빠께 알리지 않고는 키울 수가 없겠더라구요. 날이 밝아지기 시작하니 삐약삐약삐약~ 어찌나 삐약거리는지 방문을 닫아놓아도 조용히 있음 다 들리더라구요. 수탉이 날 새면 지붕위에 올라가 아침을 알린다더니 맞는 말인가봐요. 아빠에게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 선수쳤죠.


“아빠, 나 병아리 사왔으니까 다 키워서 아빠 영계백숙 해줄게 절대 버리면 안돼~”


대답도 안하시는 울아빠…벌써 알고 계신가? 힝~ 아무래도 불안한데…


“아빠~ 병아리 버리지 말라고~” 좀 야비하긴 하지만 그 방법이 제일 좋을 듯싶어 영계백숙의 유혹으로 아빠를 구슬렀네요. 히히 성공인 듯.


어릴 적부터 느껴왔지만 아빤 참 애완동물 싫어하시거든요. 키우던 요크셔를 친구모텔에 집 지키라며 가져다 주기. 그 강아지는 집 지키는 개 아닌데… 엄마가 애지중지 키우시던 앵무새를 새장째 쓰레기장 옆에 가져다 놓기 등… 아빠가 애완동물을 싫어해서 그런지 우리집으로 오는 모든 애완동물들은 아빠만 보면 으르렁 거리기 일쑤였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서 자고 일어날 때 마다 혹시 죽어있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는 더 크면 어떻게 키우지?


병아리를 사면서 1주일 버티기가 힘들거란 생각으로 키운건 사실이거든요. 엄마는 어디서 듣고 오셨는지 아침저녁으로 계란을 삶아 노른자만 으깨어 사료, 좁쌀과 섞어 주시고 하루에 한번씩 톱밥과 모래를 갈아주시며 정성들여 키우시는데… 슬슬 냄새도 나고 해서 엄마가 낮에는 베란다에 밤에는 거실로 위치를 바꿔주시면서 병아리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시더라구요. 그러면서 보름을 키웠네요 순전히 엄마가.


이제 병아리가 아니네요… 애들 눈이 슬슬 무서워지고 머리에는 벼슬이 살짝 올라오는 게….


큰 일났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날개도 많이 커져서 이제 김치통 밖으로 날아 베란다를 돌아다녀서 엄마가 바구니를 덮어두셨네요. 병아리 냄새 때문에 엄마 아빠는 한바탕 하시고….


‘어떡하지… 어떻게 키우지… 아~ 큰일이네 금세 죽을 줄 알았는데…’ 돌연 앞뒤 생각 못하고 병아리를 사온 나의 짧은 생각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진 듯 싶어 맘이 좋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다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계속 늦게 퇴근을 하는 바람에 병아리는 생각도 못해봤는데 엄마 왈 “뭐 허전한 거 없어?”


“뭐?”, “병아리 소리 안 들리잖아~”


“어디 갔어” 베란다며 방이며 다 확인을 해보았지만 어디에도 병아리는 없더군요. 김치통 위에 덮어두었던 바구니만 덩그러니….


“옆 동 사는 아주머니네가 병아리 5마리 키운다고 해서 가져다 줬어. 아빠가 병아리 안 버리면 베란다에서 날려 보낸다고 해서 얼른 가져다 줬지.” 그러시면서 병아리와 정이 들었던지 눈가에 눈물을 보이시더군요.


“모이 줄 때 마다 삐약거리며 반겼는데… 이제는 못 보지 뭐.”


엄마는 병아리를 정으로 키우셨나봐요. 잘 해줄걸… 은근 후회가 밀려왔죠.


며칠 후 엄마는 병아리 보낸 집에 잠시 병아리 보러 다녀왔단 얘기를 하셨어요. 잘 크고 있다고 우리집에서 보다 더 잘 있다고.


병아리들이 울엄마 보고 얼마나 좋아했을까?


삐약이들 나도 보고싶다.


병아리를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만남과 헤어짐… 그것이 동물, 하물며 사물일 지라도 병아리를 향했던 엄마의 사랑과 정성, 모든 만남과 헤어짐이 그렇듯이 뜻하지 않은 길로 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남에서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진실되게 행동한다면 헤어짐 후에 후회는 없으리라.

치과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환자들을 병아리와 비교할 수 는 없겠지만 환자와의 만남에서도 소중하게 정성을 다한다면 환자는 알 것이다.


엄마가 병아리에게 모이 줄 때마다 삐약거린게 엄마의 사랑과 정성에 대한 보답이었나보다.

 

병아리들 그리움 돋네.

 

이경화

메디칼유나이티드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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