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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847번째] 치과의사, 우리는 누구인가?

Relay Essay
제1847번째

 

치과의사, 우리는 누구인가?
 -치과의사로서 꾸는 꿈과 성공에 대하여


청소년기의 두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가치관의 혼란을 통과하고 있을 수많은 학생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꿈을 찾는 길’과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강연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내 아들들과 같은 연령대의 청소년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앞날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내 자신이 치과의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부터 그 과정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20여년간 교정치과의사로 살아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 때 느꼈던 감격과 좌절과 보람 등을 동료 치과의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왜 우리는 갈등하고 있을까?


사회가 급변하면서 기존의 개념들이 변형되고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단순히 ‘좋은 직업군에 속한 전문인’ 중 하나가 아니라 ‘환자의 아픔을 보듬고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을 통해 그들의 환부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유하는 것’에 다시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주변의 왜곡된 시선, 실제적인 병원운영의 어려움 등 이 모든 것이 ‘내가 진짜 이 길을 걷는 것에 보람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아 떠난 여행


우리가 청소년이었을 때, 여러분의 꿈은 무엇이었나? 내 경우엔 조금은 독특했다. 색종이, 색 찰흙, 예쁘고 반듯하고 가지런한 것 등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했던 나. 사회 통념상 ‘저놈은 왜 계집애처럼 저렇게 곱상한 것만 좋아하는지 몰라. 사내답지 못하게!’라는 것에 갇혀 있었다면 오늘의 교정치과 원장 민승기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께서는 오히려 “저 놈 참 신통하다! 그 심미안을 가지고 뭔가 해내겠다!” 고 격려해 주셨다. 그 말씀에 힘입어 나는 치과의사로서의 비전을 찾게 되었고 ‘불규칙한 치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예쁜 치아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었다.

  

공부체질로의 변신-치과대학생활


결코 만만치 않은 치과대학 입학준비가 현실로 다가왔을때, 대학 입학을 앞두고 80만명의 시험성적과 등수가 매달 나왔다. 펼쳐 보는 것이 무섭기까지 했던 기억, 다음 목표를 위해 엄청난 프린트물과 과제물 공부를 매일같이 잠과 싸우며 해냈어야 했던 시절. 또 그뿐인가? 치과대학에 들어가서는 해부학, 생화학, 생리학, 인체에 사용되는 각종 약물이나 기구, 재료 등등 거의 100과목을 섭렵했다. 과목이 많다 보니 시험도 정말 많았고, 6년제인 치대를 6년 안에 졸업하는 일은 드물었다. 우리는 정말 이 시기를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과연 무엇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을까?
 
교정치과의사로서의 보람


교정과, 다시 배우는 해부학, 성장학, 교합학 등 수련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아름다움을 향한 내 꿈이 실현됐다. 교정환자를 보기 시작한지 어느덧 20년째니까 기억에 남는 환자도 많다. 치아에 장착한 교정장치가 떨어졌는데 실수로 삼켜버린 환자는 결국 몇 번의 배변을 통해 찾아내서 끓는 물에 소독해 들고 왔다. 전공의 시절 새댁환자에게 교정치료를 해주었는데, 자기아이도 예쁘게 해달라고 멀리 중국에서 찾아왔을 때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입술이 보기 흉하게 튀어나온 중학생 환자가 치료받던 중간에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알고 보니, 갑자기 부모님 사업이 어려워져서 교정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 그래서 할머니를 통해 ‘아이 아버지께서 이미 치료비를 다 내셨으니 걱정 마시고 오시라’하고 진료를 받게 했다. 3년쯤 뒤에 아이 아버지가 잊지 않고 병원을 찾아 원래 치료비보다 훨씬 많이 놓고 가셨다. 다음 해에도 또 오셔서 놓고 가셨다. 하지만 정말 받을 수 없는 돈이었다. 이내 돌려받지 않으셔서 작년 것까지 합쳐서 아이 이름으로 문화단체에 기부했다. 
 
진짜 성공, 그 벅찬 자부심에 대하여


이야기 초반에 꿈에 대해 말씀 드렸다. 여러분은 꿈을 이뤘는가? 치과의사인 우리들에겐 과연 무엇이 성공일까? ‘진짜 성공’이란 ‘환자로부터 받게 되는 존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환자를 돌보는 것에 만족을 느끼고, 임상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행한다면, 나는 누가 뭐래도 멋진 삶을 누리는 자존심 있는 치과의사다. 어려운 이들을 보듬고 인류를 돕는 ‘의업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매진한다면 그것이 곧 성공이라 생각한다. 혹시 위기상황 속에 있는가? 인생은 역경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는가? 지금의 위기는 전화위복이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자신이 세운 목표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가끔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제 곧 여러분이 파고 있는 우물에서 물이 솟기 시작할 것이다. 내 경우엔, 지난 20여년간의 시간들이 내 물에서 우물이 솟아나게 하기 위한 ‘마중물’이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주변의 목마름을 채워드리고 싶다. 교정치료라고 하는 나의 이 작은 재능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 이것이 치과의사로서의 보람이자 자긍심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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