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악수술 환자 “씨가 말랐다”
방학특수 옛말…환자수요 갈수록 급감
경기침체·부작용 우려 문의전화 ‘뚝’
병원 운영 심각…강남지역 폐업치과도
방학 때만 되면 문전성시를 이루던 ‘양악수술 환자’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원가에서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그동안 공격적으로 양악수술을 시행해 오던 성형외과의 부작용 사례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일반인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치과·성형외과 양악수술 환자 ‘급감’
최근 열린 대한양악수술학회 학술대회에서는 개원가 양악수술 환자 급감이 ‘화두’로 떠올랐다.
강남에서 개원중인 A원장이 “최근 환자가 너무 줄어 고민”이라고 운을 떼자 주변에 모여 있던 원장들이 “나도 마찬가지”라며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모 치과대학의 B교수 역시 “대학병원도 환자가 줄기는 마찬가지”라고 맞받았다. B교수는 “예년(방학을 앞두고 있는) 이맘때쯤이면 예약 스케줄이 꽉 차서 다 소화하기도 힘들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주변의 반응을 살폈다.
양악수술 환자 감소가 개원가는 물론 치과대학병원까지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형외과는 어떨까?
최근 환자 수요가 없기는 성형외과도 마찬가지다.
강남의 대표적인 양악수술 전문 성형외과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인근의 성형외과들에서도 양악수술 환자가 줄었다는 토로들을 심심치 않게 하고 있다. 양악수술이 블루오션이라는 것은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방학 특수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수술에 대한 문의 전화는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수술 케이스로 연결되는 경우는 점점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성형외과의 이 같은 토로를 단순 투정 정도로만 인식하기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그동안 일체 다른 성형진료없이 양악수술 단일 진료만 특화한 병원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해오던 강남의 모 성형외과의 경우, 최근 양악수술 수요가 급격히 줄자 얼마전 단일 진료를 포기했다.
현재는 눈, 코 등 일반적인 성형수술을 모두 진료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했고 병원명칭까지 바꿨다.
#부작용 사례 급증 수술 ‘신중’
그렇다면 양악수술 환자의 급감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개원의들은 ‘경기침체’를 제1원인으로 꼽았다.
대한양악수술학회 직전 회장인 백승진 원장(예미안치과의원)은 “일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졌을 때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것이 시급하지 않은 미용목적의 치료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교정 등 기타 치과환자들도 줄고 있는 상황인데 하물며 양악수술 환자는 말할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맞물려 성형외과의 양악수술 부작용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된 환자들의 인식변화를 간과 할수 없다는 지적도 우세했다.
성형외과 관계자는 “초창기 양악수술이 한창 붐일 때만 하더라도 부작용은 쉬쉬하면서 드러내지 않는 금기 사항이었는데 최근 양악수술 부작용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거의 두 달에 한두 번 꼴로 잊혀질 만하면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 양악수술 폐해 사례를 들추고 있다. 때문에 수술을 고려하는 환자들이 많이 신중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한양악수술학회 회장인 여환호 원장(ENE치과의원)은 “양악수술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60년대 초반부터 치과대학에서 시행돼 오던 것인데 최근 몇 년 사이 로컬 성형외과에서 아무런 베이스 없이 연예인 등을 앞세워 일명 V라인 등 드라마틱한 변화만을 광고하면서 무분별하게 수술을 하다 보니 문제가 많아졌다”며 “특히 최근 부작용 사례가 많이 알려지면서 양악수술을 바라보는 환자들의 시각이 보다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살 등 언론 집중 보도도 ‘한몫’
양악수술 부작용으로 인한 자살, 사망 사례 등이 속출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자 양악수술은 언론의 단골 메뉴로 올랐다.
실제로 올해만도 SBS 현장 21 ‘충격실태 양악수술 화려한 유혹’, KBS VJ특공대 ‘양악수술의 허와 실’ 등이 수술 후 안면근육마비, 부작용에 따른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례, 의식불명에 의한 사망사례 등을 여과 없이 보도하면서 양악수술의 위험성을 집중 해부해 경각심을 일깨웠다.
치과계에서도 양악수술의 미용적인 부분에 앞서 기능적인 측면의 중요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성형외과의 무분별한 시술을 지적, ‘양악수술 바로 알리기’에 앞장서 왔고 이는 양악수술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일반인들이 양악수술에 대해 바로 알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안전하고 바르게 진료를 해온 양악수술 치과들에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어 우려된다.
최근 강남에서는 양악수술만을 전문으로 진료해온 치과가 환자수요가 없어 폐업을 한 사례도 있어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