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짧고 노후는 길다
하루 내원 환자수가 10명 내외인 경우가 92%, 15명 내외가 8%이고 환자연령분포는 나와 같은 연령이 57%, 중년 43%, 청소년, 어린이 환자 0%.
이 자료는 서울에서 개원한 원로 선배님들의 개원 현 주소를 알 수 있는 통계자료이다. 또한 서울시 치과의사회에서 초청한 스물세분의 선배님중 한 분을 제외하고는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바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백년해로를 하고 계셨다. 제일 어르신 선배님이 87세이고, 가장 젊은 선배님이 72세였다.
이 자료를 접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청춘은 짧고 노후는 길다는 것과 열심히 병원 일에만 전념한 결과 행복한 인생을 살고 계신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전문인으로서 본인의 전공을 살려 끝까지 일터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바라는 바일 것이다.
어느 단체나 전통과 선배님들로부터 내려오는 가르침이라는 것이 있다. 치과의원 개원의로서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상업화가 세상을 뒤흔들지만 기본은 역시 치과의사로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선배님들의 말씀중 건강하고 환자와 큰 마찰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것은 두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환자와의 대화가 가족같이 자연스러운 병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설명하였다.
다음은 자연치아를 아껴서 무덤까지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들어보면 어려운 것이 없어 보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현재 90%가 60세 미만의 회원인 우리 치과의사 사회는 더 건강하고 다른 단체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는 날까지 건강하고 고통수명이 짧은 것이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바일 것이다.
부부가 건강하게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우연한 것만은 아니다. 젊은 시절 어떤 세월을 보내왔는가하는 것이 절대적일 것이다. 경제적 여유와 더불어 부의 축적을 찾아 헤매고, 명예도 얻고 싶은 이런 욕심이 많은 인생이 한 많은 노후를 만드는 지름길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물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지만 인생에서 중요한건 즐거움이 아닐까.
나의 치료에 만족해하는 환자의 웃음. 병원 식구들의 기쁨이 나의 행복.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나누는 기쁨.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따뜻한 정을 주고받는 마음. 오늘이 있기까지 가르침을 준 학교 그리고 선생님. 청춘과 노후를 함께 하고 있는 나의 반쪽 아내.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고 고민을 함께한 친구.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전수한 선배님. 존경의 마음으로 선배를 따라나선 많은 후배들. 개원 초기에서부터 헌신적으로 도와준 친척. 좋은 보철물을 위해 늘 수고해준 기공사 또한 잊지 못할 이웃이다.
이 모든 것이 아름다운 인생을 만드는 기본이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항상 감사한다.
우리 모두가 선배님들처럼 아니 통계처럼 살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같이 어려울 때 그리고 시간이 많이 남을 때, 힘든 개원 초기의 일들을 생각하면 힘이 날 것이다. 그래도 이만큼 내 자리를 잡고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의 후반기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쉽게 사는 방법인 것 같다.
말은 쉽지만 막상 내가 주인공이 될 때는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전의 나를 빨리 잊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이 제 2의 인생을 즐겁게 사는 지름길로 여겨진다.
개원의로서 어린이 환자들로부터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처음 들을 때, 큰 충격을 받는다는 선배님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선배님의 경우는 할아버지 소리 듣기 싫어 폐업을 결심한 적도 있다고 한다. 모두가 싫어하는 그냥 평범한 늙은 치과의사가 되기 싫다면 준비해야 할 것 들이 참 많기도 하다.
청춘은 짧고 노후는 길다는 것을 명심하고 늘 준비하는 치과의사만이 황금의 노후를 즐길 자격이 있는 치과의사일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성식
나전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