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제1849번째
저의 특별한 장인어른
“이 서방, 이리 와서 이것 좀 봐. 우와 정말 기막히다.”
“ 네? 아버님. 무슨 일 생겼어요?”
“여기 좀 봐. 완전 작품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작품.”
장인 어른은 저를 방으로 불러 저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거의 매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 작품이란 것은 다름 아닌 손자, 손녀들, 제 아이들입니다. 얼마나 손주들을 이뻐하시는지, 지구 최상의 보석, 최고의 걸작, 위인이 될 아이들 이라고 칭송까지 하십니다. 다른 할아버지보다 약간(?)은 과장하시는 경향이 있으시죠.
저는 네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다소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결혼기간 8년 동안 네 아이들을 낳았으니, 2년마다 저의 아내가 임신을 한 것이 되겠죠. 셋째를 임신했을 때에는 주위의 축하가 부담이 없었으나 넷째를 임신했을 때에는 축하하는 시선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더군요. 생활비, 교육비 걱정에 ‘어떻게 아이들 넷을 제대로 키울 수 있겠어?’라는 걱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맞습니다. 저의 두 부부가 둘이서만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네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겠습니까? 엄청난 희생과 고생이 뒤따랐겠죠. 여기서 저의에게 구세주와 같은 분이 나타납니다. 바로 저의 ‘장인어른’이십니다. 장인어른께서는 8년 전 사별하시고, 육아에 초년생인 저의 부부에게 오셔서 첫째 아이부터 먹이고, 재우고, 키우고 심지어 놀아주는 요즘 유행하는 슈퍼 대디의 역할을 해 오셨습니다. 남자에게 육아는 생소하고 어려운 일일 텐데도, 처음 나누었던 대화처럼 아이가 웃거나 걷거나 재롱을 피우거나 그저 가만히 있어도 너무나 귀여워하십니다. 귀여워한다기 보단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라고 도저히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 못하겠다고 하시네요.
차례로 아이를 낳으면서 저희 부부는 아버님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당연히 여기게 된 듯 합니다.‘당연히 아버님이 아이들은 키워 주시겠지’라는 안도감에 장인어른을 소홀히 대한 적도 있는 것 같고요. 퇴직 후에 본인 사업이나, 여유 생활을 누리셔야 하는데 저희가 발목을 잡고 놓아드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아이들 때문에 내가 살지’라고 말씀하셔도 제가 많이 못해 드린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너무나 큽니다.
이 지면을 통해 장인어른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존경하는 장인어른께.
아버님, 8년전에 장모님과 사별하신 후에 많이 힘들어하신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그나마 저희가 손주들을 안겨드린 것이 위안이 되셨는지, 8년 동안 아이들을 위해 헌신, 희생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아버님의 은혜를 보답해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아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신 아버님은 저의 아이들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부모님이시고, 보호자이십니다. 물론 저희 부부한테도 가장 의지가 되는 보호자이시기도 하구요. 아버님께 한 없는 빚을 지고 있는 이 못난 사위가 앞으로는 아버님을 더욱 잘 모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의 가장 존경하는 영웅은 아버님이세요. 정말 대단하시고 감탄사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한없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추신)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좋은 여자분 만나셔서 남은 오랜 인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아이들 재롱 보시면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섯째 나올 지 걱정은 안 하셔도 될 듯 합니다. 제가 확실히 하겠습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위 올림.
이용권
평택 서울리더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