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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의 위대함

꾸준함의 위대함


우리나라 사람들의 두드러진 성향 중 하나를 나타내는 말이 ‘빨리빨리’이다. 무엇이든 눈에 보이는 결과를 빨리 얻기 바라고, 진득하게 기다리는 면이 부족하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일컬어지는 교육 정책도 일년이 멀다 하고 계속 바뀌는 것도 그런 성향과 무관하지 않지 않나 생각해 본다. 물론 그런 성향 때문에 성과를 빨리 내고, 빠른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빠른 속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필자도 한국 사람인지라 기본적으로 ‘빨리빨리’가 몸에 배어 있고, 게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효율성을 따지는 편이다. 효율성의 사전적 의미는 ‘들인 노력과 얻은 결과의 비율이 높은 특성’인데, 일반적으로 단시간에 집중해서 높은 성과를 올릴 때 효율성이 높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이 두 시간 걸릴 일을 한 시간에 해치우고 나면 내심 뿌듯하고 자기 능력에 대해 자신하게 되는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아무리 효율성이 높게 어떤 일을 하더라도, 꾸준히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의 성과에는 미치지 못하는 법이다. 꾸준함은 늘 속도를 이기기 때문에.


지난 달 우연히, 영국 사진작가 샘 콘웰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그는 아들 인디고가 태어난 순간부터 첫 생일까지 매일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 1200여 편을 모은 영상 편집물을 ‘탄생부터 하루 1초’라는 제목의 약 7분 길이 영상으로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에는 아들이 처음 태어난 순간부터 우는 모습, 웃는 모습, 처음 걸음마를 하는 순간 등 빠르게 성장하는 1년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상의 주인공인 아기에게는 더없이 특별한 선물이 되었을 것이고, 그 영상을 본 다른 모든 사람들은 한 생명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아이의 모습을 찍어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1년을 꼬박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촬영한 꾸준함으로 인해 그 영상이 기록이 되고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에 1만 시간의 법칙(The 10,000-Hour Rule)이 나오는데, 이 또한 꾸준함의 힘을 보여준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인데, 하루 3시간, 한 주일에 20시간, 10년간 1만 시간을 노력하면 자기가 하는 일에서 전문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10년이란 시간은,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모래처럼 무의미하게 흘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원하는 것을 이루어가는 꾸준함으로 채워 나간다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각자의 선택에 따라, 즉 꾸준함의 유무에 따라 10년이 갖는 의미가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매일 같은 시간 철학자의 길을 산책했다는 칸트를 봐서도 그렇고,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계속하는 사람에게서는 성실함을 넘어 위대함이 느껴진다. 가까이에서 꾸준함의 모범이 되는 분을 찾자면 바로 필자의 어머니인데, 30년 이상 매일 아침 1시간씩 운동을 해 오셔서 ‘끈기의 화신’이라 이름 붙여 드렸다. 그런 어머니를 보며, ‘나는 왜 엄마의 그 꾸준함을 물려받지 못했나’ 종종 한탄하곤 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게으름 탓이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하려던 일을 지속하지 않는 게으름, 그것이 꾸준함을 위해 제일 먼저 극복되어야 할 문제인 듯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단시간 내에 많은 것을 이루는 효율성만이 능사가 아니다. 시간은 쌓인다. 꾸준함을 기반으로 해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일을 행하는 시간, 그 시간들이 쌓여 나, 그리고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부디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꾸준함의 미덕과 더 친해지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은아
e-바른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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