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66번째
여성, 그 Sense of Dignity를 위해(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다 임신한 여성의 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임신한 여성은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기 어렵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요? 치과의사가 남성인 경우에는 그냥 치과의사라 부르고 여성인 경우에는 여자치과의사라 부릅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존경하는 대의원 여러분들과 부회장님 앞에도 그분이 여성일 경우에는 꼭 ‘여’자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여’자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까지 여성으로 활동하는 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인지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임신기간에 여성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좀 더 사회 친화적으로 변하고 출산 및 양육이 순조로운 선진적인 사회시스템이 구현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출산 후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나요? 남편에게는 부인으로서, 시댁과 친정에는 며느리, 딸로서 아이들에게는 엄마로서 한정된 에너지를 다 나누어 준 다음 잉여 에너지로 환자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요? 정신적 육체적 상태가 매일 멀티 테스킹 되어 있는 가운데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는 ‘일하는 엄마의 자녀는 대부분 잘 되기가 힘들다’는 말을 듣고, 저녁때 직장 회식에 참여 못하는 경우에는 ‘직장 일에 비협조적’이기에 술자리에서만 오가는 많은 이권에서 소외되지는 않는지요?
노예해방 100주년을 맞아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D. C. 링컨 기념관 앞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연설하였습니다. 1863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 선언서에 엄숙한 서명을 한 지 100년이 지났건만 그때까지도 흑인들은 ‘단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의 사슬에 묶여 있었고 그 가벼운 예만 해도 버스 좌석, 식당 선택의 자유도 없었고 선거권에도 심각한 제한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50여년이 지난 오늘날, 미국은 흑인 대통령 재선시대를 활짝 열어젖히고 더욱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향한다는 그들만의 리그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1560년대 중반에 조선의 허난설헌님은 아무리 능력 있는 여성이라 할지라도 그저 음식의 간을 맞추고 한복 빨아 꿰메며 아이들 뒷바라지 하는 일밖에는 할 수 없다고 한탄을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가사일 및 자녀양육이 보잘 것 없는 일이라는 뜻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여성의 기회와 선택의 자유가 위축된 것을 한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눈을 반짝이며 학문에 정진하는 후배들을 위해 우리 선배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피해의식이나 분노는 어떤 종류의 것이든 점화불꽃은 될 수 있을지언정 좀 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계속적인 에너지를 충전해 주지는 못합니다. 또한 여성은 연약하므로 남성의 보호를 받거나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역차별적인 잘못된 자기인식도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여성 남성을 떠난 한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자질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뿌리내린다면 어떨까요? 나름대로 가질 수 있는 웅대한 꿈이 언제든지 꺾이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오프라 윈프리의 ‘탁월함은 모든 차별을 잠재운다’는 탁월한 언급처럼, 탁월함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또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일상생활에서부터 사회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공정하지 않거나 차별이 있는 곳에 조심스럽지만 적절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그것을 함께 수정해 나가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계속되는 합리적인 요구에는 어느 정도 대응하여 수정을 가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저의 기대가 한갓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저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더 많은 교수들이 가사 일에서 해방되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혁혁한 성과를 올리고 뉴스와 신문에 연일 오르내리는 꿈, 더 이상 ‘그래도 즉 아무리 뛰어나도 여자의 일은 가정에 있다’는 말을 들을 필요 없는 세상에서 동료들과 자유롭게 연구과제에 대하여 토론하는 꿈 말입니다. 공정한 경쟁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의 후배들이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성별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과 능력에 의해 평가 받는 꿈, 자라나는 우리 아들 딸들에게 아빠와 똑 같은 존경을 받는 그런 아름답고 행복한 꿈 말입니다.
이안나
전 엘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