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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시론] 지구는 왜 23.5도 기울어 있을까요?

월요시론


윤현중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구강외과 교수

  

지구는 왜 23.5도 기울어 있을까요?


1970년대 초반에 지금의 초등학교인 국민학교에 다닌 세대에게 유행하던 유머 중의 하나입니다. 담임선생님의 질문에 한 학생이 씩씩하게 대답합니다. “국산이라서요.”


“이쪽 임플란트는 300만원이고, 이쪽 임플란트는 200만원입니다” 이란 원장님의 말에 환자가 왜 그러냐고 묻습니다. “이쪽은 외산이고, 이쪽은 국산이라서 그래요” 한창 임플란트가 치과의 수입을 올리는데 효자 노릇을 할 때 개원가에서 당연한 듯 설명하던 내용입니다. 지금도 그렇게 설명하고 계시는 많은 선생님들이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경제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이 때에 치과의사선생님들만은 여전히 국산은 외산보다 훨씬 못하다는 설명을 합니다. 그 차이는 실제 제품의 가격 차이 (관세포함) 이상으로 국산을 수준 낮은 대상으로 인식 시킵니다. 그 이유는 환자를 쉽게 납득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임플란트 뿐 아니라 치과치료를 할 때 우리는 너무도 당연한 듯이 재료값의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왜 이 재료를 사용하는 술식이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술식보다 어렵다고 설명을 안 할까요? 재료가 의료수가를 결정 짓는 가장 큰 요인이라면 쌍꺼풀 수술은 국소 마취제, 자, blade, silk 정도 있으면 될 텐데 왜 이리 수가가 높나요? 한 순간을 쉽게 넘어 가는데 익숙하다 보니 이제는 모든 환자들이 치과의 의료수가는 바로 재료값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재료값 얼마 안 된다는데 왜 그렇게 치과 치료비는 비싸냐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재료값보다 많이 받는 치과의사는 부도덕한 의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누구의 잘못일까요? 저에게 환자가 “왜 전치부 임플란트는 더 비싸냐? 왜 선생님은 다른 치과보다 더 비싸냐?” 하고 환자들이 질문할 때 전 비싼 재료 또는 더 심미적인 재료를 사용해 그렇다고 이야기 안 합니다. 더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하고 제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서 더 비싸다 합니다.


왜 삼성 TV는 중국제보다 더 비싼 것이 당연한데 우리 치과의사들은 모두가 같은 수가를 받아야 할까요? 우리의 잘못은 없을까요? 같은 재료를 쓰는데 어떻게 치료비를 더 받을 수 있냐는 질문은 우리 치과의사들 스스로 만든 함정이 아닐까요? “선생님 국산 임플란트 쓰세요, 외산 쓰세요?” 하고 저에게도 환자들은 질문합니다. 제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환자분의 상황에 맞추어 제가 선택해 사용합니다”라고.


“선생님은 왜 옆에 치과보다 골이식비가 비싸요?”하고 물어 본다면 “아마도 제가 더 비싼 골이식재를 사용할겁니다”라고 제발 설명하지 마시고 “전 이 술식의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하며 제가 나름 경험이 많다고 생각해서 치료비를 정해 놓은 것입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은 어떨까요.


재료 중심의 설명을 하다 보니 치과 치료비는 너무 흥정(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합니다)이 쉬워졌고, 그 부담은 치과관련 업체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전체적인 치과 의료계 수준을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좋은 외산이 개발되어도 국내 판매수가와 안 맞아 수입자체가 안 되게 되었으며 이런 상황은 국내 회사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국산도 정상적인 윤리개념을 지니고 있는 회사들이 만든 것들은 생존이 점차 어려워져 국내 치과산업계에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새로 신규 개원하는 젊은 선생님들이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이 분들을 또 현재 우리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치과치료비를 제대로 받는 것이 중요한 한 항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한 술기를 얻기까지 투자한 시간, 열정 그리고 오랜 임상에 따른 많은 경험들에 수가를 매기는 것에 이렇게 인색합니까? 만일 지금도 새로운 생각을 거부하고 환자에게 재료비 중심의 설명만하고 있다면 우린 향후에 더 큰 어려움에 도달할 것이 자명합니다.

  

우리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치과재료의 중요성을 모르고 제가 넋두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안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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