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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877번째] 한라산이 있어 저는 행복합니다

Relay Essay
제1877번째

 

한라산이 있어
저는 행복합니다


# 영실기암과 한라산 남벽탐방


지난 개천절, 영실에서 출발하여 윗세오름을 거쳐 한라산 남쪽 수직절벽을 볼 수 있는 남벽분기점을 반환점으로 해서 영실로 다시 내려오는 코스를 산행하였습니다.(영실→오백장군→병풍바위→윗세오름→남벽분기점(방아오름샘)→윗세오름→영실)


제주시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수목이 우거진 여러 오름들이 겹치며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반해 서귀포시에서 보이는 한라산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있고 해안선 또한 주상절리, 해안절벽, 폭포 등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에게 웅장한 느낌을 줍니다.


이렇듯 제주도내에서도 보는 위치에 따라 한라산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백록담을 오를 수 있는 성판악, 관음사 코스에서는 한라산 북동쪽은 다 볼 수 있어도 이렇듯 멋진 영실기암과 남벽은 볼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한라산 남벽은 우리나라 최대 암벽이며 수직고도가 300m나 되고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뛰어난 풍광을 자랑합니다. 한라산 남벽 밑으로는 구상나무군락지와 더불어 산철쭉군락지가 있어 6월에는 연분홍빛 멋진 경관을 연출하며, 가을 산행에서는 붉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지는 경관 또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겨울에 영실에서 남벽분기점까지 오르는 코스는 수빙이 어우러진 나무들의 변화무쌍한 멋진 자태와 영실기암, 남벽 수직바위의 웅장함, 하얗게 덮인 눈, 발아래 깔려 드리워진 구름이 어울려 한 폭의 장관을 이루게 되는데 감히 한라산 최고의 풍광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윗세오름은 위쪽에 연달아 있는 세오름(붉은오름, 누운오름, 족은오름)을 일컫는데 어리목, 영실, 돈내코 코스는 백록담을 오르지 못하고 윗세오름까지만 오를 수 있습니다. 1994년 백록담을 오르는 남벽등반로가 붕괴되면서 15년간 입장이 통제되다가 2009년 돈내코에서 윗세오름까지의 코스만 개방되었기 때문입니다.


돈내코 코스는 아직 교통편이 불편하고 탐방로 입구에서 평궤대피소까지의 밀림지대가 길고, 오르막도 심하고, 등반로도 좁고, 지루하고 힘들어서 탐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한라산 남벽의 웅장함이 안타깝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영실이나 어리목에서 윗세오름을 거쳐 남벽분기점(또는 넓은드르 전망대)까지 탐방한다면 한라산 서남쪽 풍광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 비워야 더 멀리 갈 수 있다


한라산은 여신의 산이라 불리는 것처럼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정상부근, 심지어 어리목과 영실의 날씨조차도 완전히 달라지는 심한 날씨 변화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한라산을 오르면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지고, 차분해지면서 자기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됩니다. 항상 더 채우고, 더 많이 가지고 싶은 욕심이 화를 부르며, 삶이라는 학교에서 많은 마음고생을 하게 되는데, 산에서는 오히려 더 비워야하고, 가벼워야 잘 걸을 수 있고, 더 멀리 갈 수 있어서 자기 성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한라산은 화산석이 많은 특성상 자기가 강해 나침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반경험이 많다하여 한라산을 우습게보고 등반로를 벗어나서 큰 화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자기 자신의 능력에 맞게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자기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면 더 멀리 잘 갈 수 있다고 가르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 살아서, 한라산이 있어 저는 행복합니다.


부경돈 
제주지부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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