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가 나서 “정부가 예상되는 문제점은 분명하고 기대효과는 미미한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공공의료 확충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안철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무소속 의원 주최로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는 주요 보건의료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나서 정부의 의료서비스 개선 방향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정책에 대해 “전국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이 2만8000여개나 있는 상황에서 환자의 의료접근성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의 당위성을 내세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원격의료는 전체 의료비 증가와 함께 대면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의료질 저하가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의료기관의 자법인 허용 등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해 “영리 자법인이 역으로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돼 의료법인을 관리, 운영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치과계에서 문제가 됐던 불법 네트워크치과의 사례처럼 비윤리적 진료와 환자 유인 알선, 불법적 자재 사용 등의 행태가 의료 전 분야로 확대되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철신 치협 정책이사는 “의료기관의 자법인 허용은 외부 자본 유입과 이에 따른 수익 추구 환경을 만들어 의료인이 손만 뻗으면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놓고 정작 의료인은 진료에만 신경 쓰라는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라며 “이미 치과계는 기업형 사무장치과의 오너가 자회사를 세워 비싼 병원 소모품 공급을 통해 영리를 추구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현상이 동네치과에까지 모두 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해서도 “노인과 중증장애인이 스마트폰과 PC를 이용해 원격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벽오지와 교정시설, 군인 등을 위해 필요한 것은 원격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의 확충”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각 보건의료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한쪽에서는 민영화 정책을 언급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며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하며, 충분한 시범사업 없는 원격의료 도입과 법인약국 허용 등 내수시장에 대한 영리화만 추구하는 민영화 일변도의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에 정부 측 토론자로 나선 이창준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은 “정부도 의료민영화에는 반대하며 이는 국민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다만 중소병원의 경영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익창출 통로를 열어주고, 원격의료의 경우에도 희망하는 의원에 한해 허용해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는 의료의 공공성 확충 원칙을 가장 최우선에 두고 이에 반하는 타 부처 정책들과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는 대한민국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정부가 의료의 공공성보다 수익성을 추구할 때 저소득 계층 환자 거부사태 등 의료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다. 원격의료 또한 오진이 우려된다”며 “잘사는 나라는 잘사는 사람이 쉽게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배고픈 사람이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의료영리화는 의료의 사각지대를 더 넓히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