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이하 의협)가 지난 18일 복지부와의 합의문 발표 이후 ‘내홍 국면’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의협은 대정부 투쟁을 주도하던 비대위의 기능을 전격 중단하고 의협 집행부가 투쟁을 주도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복지부와의 협상 국면에서 비대위 협상단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한 사실상의 문책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의협은 당초 예정돼 있던 3월 3일의 총파업을 2월 27일까지 전 회원 대상 설문조사를 거친 후 3월 1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이하 시도의사협)가 제동을 걸고 나서 의협 내부의 내홍이 난마처럼 얽히는 모양새다.
시도의사협은 지난 19일 “(3월 10일을 명시하는)의협 상임이사회의 총파업 투표 계획에 반대하고, 의정협 결과에 따른 총파업 ‘찬반 여부’만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다시 의협은 논평을 내고 “이사회 결정은 정당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의협은 제2기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집행부가 대정부 협상을 이끌어 간다고 천명했지만, 의협의 갈지자 행보에 내외부의 불신감까지 겹쳐 노환규 회장의 리더십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 비대위에 화살 쏘는 의협 회장
노환규 회장은 이런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낀 듯 의사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설움을 내비쳤다. 노 회장은 “의협 회장의 리더십은 지금까지도 변변치 않다”며 “공식적인 서신 말고도 마음으로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커뮤니티에 “총파업 출정식을 하는 날, 비대위원장인 저를 배제하고 긴급비대위 모임이 열렸던 사건, 뒤늦게 연락 받고 달려갔지만 가로막는 직원들 때문에 문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던 일들, 비대위 회의 도중 비대위원장인 제가 ‘투쟁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비대위를 해체하자’고 토해 냈던 일들, 협상단 회의장 앞까지 갔다가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일들…”을 열거하며 화살을 비대위로 돌렸다.
의협은 최근 복지부와의 합의문을 부정하고 오는 27일까지 3월 10일 총파업 여부를 묻는 전 회원 투표를 하기로 했지만, 당장 파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고, 치협을 비롯한 타 의료보건단체가 별도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총파업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험난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