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나라 맥주 맛에 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다양한 외국 맥주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우리나라 맥주의 맛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잘생긴 남자 공대 신입생이 공대 여대생과 눈이 맞았다가 여름방학동안 다른 과 여대생들을 접하고 나면 모든 과내커플이 깨지는 원리랑 비슷하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맥주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상면발효의 에일(ale)과 하면발효의 라거(lager)라는 두 갈래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맥주의 대부분은 라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면발효의 에일은 19세기 하면발효방식의 라거가 탄생하기 전까지 생산되던 맥주들이며, 붉은 색을 띄는 종류가 많고 향긋함과 묵직함, 상대적으로 적은 탄산, 쓴맛과 부드러움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라거맥주의 장점은 무난하고 즐기기 쉬운 반면 개성이 적다는 것이고 에일 맥주는 그에 비해 더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쉬운 건 정말 맛있는 한국맥주를 만나기 어렵다는 겁니다. 아직 못 찾았습니다. 시원함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 대세가 되다 보니 탄산의 양을 높이고 실제 맥주의 향이나 묵직한 바디감 같은 것들은 고려사항에서 제외된 지 오래인 것만 같습니다. 오히려 양주나 소주와 함께 섞어마시는 용도의 음료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요.
하지만 치킨과 함께 즐길 맥주를 하나 고르라면 하이네켄을 고르시겠습니까? 아니면 맥주계에서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에일맥주 ‘베스트 블레테렌’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존귀성을 떠나서 치킨과의 궁합을 보면 라거인 단연 하이네켄이 더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사람들과 부담없이 즐기고 싶을 때, 운동하고 샤워한 다음 가볍게 한잔 하고 싶을때는 시원하고 청량한 라거가 제격이라고 봅니다. 라거가 종종 폄하당하는 이유는 구하기 쉽다는 이유로 흔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맥주의 세계에 흠뻑 젖고 싶다면 에일에 빠졌다고 해서 라거를 무시하는 성향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른 이야기 이지만 맥주보단 물 쪽에 가까이 자리잡은 우리나라 맥주의 판매량이 여전히 높다는 건 치킨에게 감사할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치킨과 맥주의 결합력은 공유결합만큼 강하며, 우리가 그 결합이 일어나는 삼각플라스크로 변할 기회는 너무 잦습니다. 한국은 치킨공화국이니까요. 통계학적으로 치킨공화국민인 여러분 중 누군가도 이다음엔 치킨 업계에 종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시다면 미리 잘 부탁드립니다.
시작은 미약한 맥주였으나 그 끝은 창대한 치킨이군요.
김종수 부산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