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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와 MBA

Relay Essay-제1954번째

2002년 부산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개원한 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9년이 다 되어 갑니다. 작지만 나름 병원을 알차게 운영하기 위하여 임상은 기본이요, 경영에 대한 지식을 갖고자 여러 책을 두루 섭렵하려 노력하였고,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므로 치과의사로서 소양을 갖추기 위하여 여러 교수님과 선배들, 또한 저 자신에게 많은 질문과 해답을 찾기 위하여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환자만 보다 보니 학창시절보다 웃음도 줄어들었고, 문득 뒤돌아보니 3만원이면 부산 아미동 시장통 분식집에서 순대와 오뎅, 막걸리로 대여섯 명이 거나하게 취할 정도로 마실 수 있었기에 행복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왜 갈수록 이렇게 삭막하게 변했을까 하는 의문과 알 수 없는 갈증에 목말라 했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데 이것이 정답인가? 많은 사람을 만나서 묻고, 알고 싶었으나 개원의로서는 한계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또한, 후배들이 찾아와 병원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물어보면 어설픈 지식으로 저 자신도 이해 못 하는 경제학 용어를 쓰면서 마케팅은 어떻고, 직원관리는 이렇게 해야 한다면서, 큰소리를 치곤 했지만, 정말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은사이신 고려대학교 권종진 교수님께서 고려대학교 Executive MBA 코스를 권유해 주셨습니다. 알아보니 회사경력 10년 이상의 중역들이 가는 곳인데, 금요일과 토요일 온종일 수업을 듣고, 방학 중에는 미국과 홍콩, 유럽의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 이거라는 생각으로 2013년 입학하여 이제 마지막 학기가 남았습니다. 주 4일만 병원근무를 하고, 거의 1억 가까운 수업료를 내는 등 많은 무리가 따랐지만 입학하였습니다. 입학 후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은 ‘치과의사가 왜 들어왔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경영도 배우고 싶었지만, 넓은 시야를 가지는 것이 더 큰 목표였던 저에게 EMBA 과정은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과목마다 첫날은 고전했지만, 그 과목을 마칠 때쯤이면, 항상 가슴 설레며 동기 중 제일 많은 질문을 하곤 했었습니다. 막걸리 사발식을 통해 서로 벽을 허물고, 하루하루 힘들게 수업 들으며 끈끈해진 우정을 쌓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인맥을 넓히고, 학문을 익히는 즐거움은 학부생 때의 공부와는 많이 달랐던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는 넌 여기 안 들어왔으면 어떻게 살았겠느냐는 질문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그 결과 고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장학생도 되고, 졸업 논문을 대신하여 진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팀장으로서 직접 만들고 이론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을 진행하여, 이제는 법인 설립 단계까지 와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들었던 많은 MBA 과목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과목이 있다면, 전략경영과 HB(human behavior) 이태리 보코니 대학교에서 듀카티(오토바이)케이스 공부였습니다. 전략경영은 마치 어릴 적 게임을 하던 기분이 들었고(제일 힘든 수업이기도 하였습니다), HB는 사람에 대한 여러 각도의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좋았으며, 이태리에서는 브랜드가 무엇인가, 기업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또 경영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전 사람을 치료하는 치과의사인지라 HB가 제일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묻곤 합니다. MBA하면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됩니까? 저 나름 답을 하자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행복의 조건’ 이라는 책을 지은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말대로 평생 서로 배우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좋은 선후배를 얻게 된 것은 더욱더 갚진 결과였습니다. 
 
홍경재 보스톤클래식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