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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 기쁘지 아니한가

Relay Essay-제1956번째

“OO메디컬 빌딩, XX안과…”
어릴 적부터 간판을 읽고 다니는 버릇 덕에 전 아주 길눈이 밝습니다.

그 때문인지 작은 변화도 빨리 발견하고 사물을 깊게 바라보거나 혹은 비틀어보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변화가 즐겁고 그 것을 기록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어느새 저는 예쁜미소바른이치과 경영지원본부 마케팅과 팀장이 되어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합니다. “너 치과에서 무슨 일 해?” 지인들에게 치과에 근무한다 말한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부서명 그대로 치과경영을 지원하는 부서이다 보니 진료를 제외한 모든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간식도 사러가고 화장실 수건도 갈아야하고 병원의 크고 작은 행사의 사회를 보기도 합니다. 수많은 저의 업무 중 가장 즐거운 일이 있다면 바로 병원 내 사보를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 작은 디자인 회사에서 어깨 넘어 배운 것이 바로 리플렛, 사보 등을 기획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되짚어 병원 내 잡지를 만들어 보겠다고 야심차게 말했던 신입 시절의 당돌함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다 생각될 정도로 병원의 현재를 기록하여 역사로 남기는 일은 저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었습니다. 빈 A4종이 한 장을 펼쳐두고 ‘주제를 무엇으로 하지?“ 반나절 고민하다 처음이니까 Start가 좋겠다 싶어 그렇게 시작된 병원 사보 1호 제작이 2호는 Family, 3호는 Play, 4호는 beauty까지 출간 되었습니다. 원고를 쓰려 병원을 둘러보다보니 주제에 따라 병원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도 알 수 있었고 그들의 취미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4호에선 여자들이 많은 집단의 덕을 톡톡히 보기도 하였죠.

어느 날 갑자기 사보를 한 호당 10권씩은 역사로 보관해두자 말씀하시는 원장님의 말씀에 뭔가 뭉클하더라고요.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역사를 내 손으로 기록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어떤 중요한 일을 한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착각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인쇄가 되어 막 나온 따끈한 사보 한 권을 집어 들어 표지를 넘기는 그 순간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습니다. 수십 번 수정을 하고 인쇄소 공장장님께 잘 보이려 뇌물로 빵을 사들고 공장까지 직접 가서 색 감리까지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고객님들은 이 잡지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보 중간 중간 여러 정보도 함께 담고 있지만 병원의 역사를 궁금해 하실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죠. 하지만 사보를 보며 우리 병원이 더 좋아졌다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실 때 마다 힘이 납니다. 분기마다 멋진 사보가 나오는 치과에 본인이 다니는 게 자랑스럽다며 으쓱해하는 고객님을 뵐 때면 백번이고 더 고생하며 만들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일이 되지 않을 때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온 병원을 휘젓고 다닙니다.

고객님에게 최선을 다해 오늘의 진료를 설명하는 치과위생사들의 모습. 허리를 굽혀 고객님과 아이컨텍을 하며 예약을 잡는 코디네이터들의 모습, 그리고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공물을 만드는 치과기공사들까지 연신 셔터를 눌러대도 이젠 그 누구하나 놀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브이까지 해주는 여유로움을 보이는 우리 선생님들과 함께 전 오늘도 병원의 역사를 기록합니다. 얼마 전 8주년을 맞이하여 병원 복도에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어 사진을 훑어보는 고객님을 전 또 기록합니다. 순간순간을 모아 찬란한 우리 병원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 이 얼마나 기쁘지 아니합니까.


정아경 예쁜미소바른이치과의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