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새로 도서관이 생겼다는 소식에 가보기로 했다. 눈에 띈 건 노란색 표지의 ‘Now is good’이라는 제목이었다. 원래 책을 빌리거나 살 때 책안을 살짝 들여다보고 결정하는 편인데 노란표지에 간단하고 작게 쓰여 있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골랐다.
무슨 내용이든 잘 읽히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첫 페이지를 열었다. 줄거리를 말하자면 암에 걸린 고등학생 소녀 ‘테사’가 시한부 인생을 살며 느끼는 삶에 대한 욕망과, 그 소녀를 둘러싼 가족, 친구,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테사는 죽기 전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만들고, 무작정 실현 시켜보려 한다. 그녀는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 중 어느 소설에나 등장하는 멋진 남자처럼 옆집의 애덤이 나타나 그녀의 수호천사가 되어준다.
그는 그녀가 살아있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그녀는 그와 함께하고 싶음에 죽음이 억울하고 두려워진다. 겉으로 드러나는 테사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대체로 담담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애덤이 나이 들어 자신의 옆에서 코고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며, 미래에 학부모가 되어 자녀들이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꿈꾼다. 그러나 죽음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점점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시한부 인생의 뻔한(?)이야기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읽으면서 뻔하게 느껴지지 않고 테사의 이야기에 이끌렸던 것은 죽어가는 소녀의 마음을 너무나 솔직하고 절박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테사의 이야기가 내게 남긴 것 또 하나는 테사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간호사 필라파이다. 필라파는 바쁜 병원의 무심한 의료진과는 다르게 테사의 눈높이에서, 즉 환자의 마음에서 테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것이 테사를 편안하게 했다. 소설속의 작은 부분이었지만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의 자세는 언제나 진심을 다해야한다고 깨알같이 느낀 부분이었다. 또한 테사에게 남은 생을 알려주는 의사를 보며 시한부를 앞둔 환자에게 남은 시간을 전할 때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최선인가 거짓이 최선인가도 고민해보기도 했다.
책을 읽고 여운이 남아 포털 사이트에 ‘Now is good’을 검색해 보았다. 기쁘게도 내가 무작정 고른 책은 나름 유명한 소설이었다. 게다가 다코타패닝 주연으로 2012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했다. 너무 반가워서 소설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 보통 책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책을 전부 담지 못한다. 역시 영화는 책보다 아쉬운 점이 많았다. 영화가 책보다 눈물샘을 자극했던 것은 테사가 괴로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울고 있는 사람을 보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심심한 사람에게, 의욕을 잃은 사람에게, 죽음이 두렵게만 느껴지는 사람(아마 시한부 인생을 앞둔 사람)에게, 혹은 아픈 사람의 주변 인물들에게, 그냥 내 친한 친구들에게도 소개시켜주고 싶은 책이다.
내가 ‘Now is good’을 통해 느낀 것은 누구에게나 삶은 당연히 간절하다는 것. 죽음을 앞둔 소녀가 하고 싶은 것은 일탈에서 결국 평범한 일상의 것으로 돌아온다는 것. 그만큼 우리의 오늘은 소중하다는 것. 정말 ‘오늘, 지금이 좋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더 좋은 건 오늘을 통해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당신의 ‘지금은 좋다’고 전하고 싶다.
유경진 연세대 치위생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