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충만한 의학도. 이런 예비의사들이 실제 환자를 접해 봐야 막연했던 좋은 의사에 대한 상이 잡히는 모양이다.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좋은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임상실습 전에는 ‘마음’, 임상실습 후에는 ‘실력’이라는 답변을 내놨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흥미롭다. 특히, 임상실습 전·후를 통틀어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는 역시 ‘환자’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최근 실린 ‘의학전문대학원생의 좋은 의사에 대한 인식 구조 분석(저 유효현, 이준기, 신세인)’ 논문에서는 한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재학생 418명을 대상으로 ‘좋은 의사’를 표현하는 언어 구현 특징에 대해 조사했다.
설문결과 임상실습 전·후를 통틀어 좋은 의사를 표현하는데 가장 많은 빈도가 사용된 단어는 ‘환자’였다. ‘환자를 위한’, ‘환자의’, ‘환자에게’ 등 환자와의 관계를 우선 언급할 수밖에 없는 의사의 숙명이 느껴진다.
흥미로운 점은 의대생들이 임상실습을 하기 전에는 좋은 의사의 조건으로 ‘마음’을 가장 많이 언급한 반면, 임상실습을 한 후에는 ‘실력’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는 것이다.
임상실습 전에는 좋은 의사의 조건이 마음, 치료, 실력 순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임상실습 후에는 실력, 치료, 지식 순으로 답변이 바뀌었다. 실제 환자를 보는데 있어 정확하고 예리한 실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한 후 바뀐 답변이다.
또 임상실습 전 학생들만 사용한 단어로는 신뢰, 진심, 아픔 등이 있었고, 임상실습을 한 후 사용한 단어에는 진단, 기본, 가족 등이 늘었다. 환자를 접하고 난후 보다 구체적인 대상과 현실적 우선사항이 표현되는 단어로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은 임상실습 전 추상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많이 사용해 좋은 의사를 표현한 반면, 실습 후에는 구체적인 행위나 지식이 연계된 단어를 사용해 좋은 의사를 표현했다. 이는 환자를 대하는 의사에게 태도와 자세가 중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실제 임상에서는 확실한 실력과 지식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몸소 느낀 결과로 분석된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 도움, 따뜻한, 친절 등 의사의 태도와 관련된 단어들이 ‘좋은 의사’를 언급하는 주요 단어임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와 관련 한 교육학 전문가는 “지식을 실제 진료에 잘 활용하는 좋은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초 및 임상의학의 이론적 토대를 세우고 임상실습에 들어가는 방법도 좋지만, 이를 개선해 저학년부터 이론과 임상실습의 기회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조기임상 노출 방법도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