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이하 복지부)가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와 외국수련자, 기수련자에게까지만 치과의사전문의(이하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한 경과조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빼들었다.
11번째 신설과목을 통해 미수련자에게까지 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은 미지수로 남겨놓고, 이에 대한 추가 시행 여부는 치과계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와 치협 주최 ‘치과의사전문의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22일 치협회관 5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최남섭 협회장과 김상희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을 비롯해 100여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이날 공청회는 복지부가 지난 11월 초 전문의제도개선위원회 구성 후 3차례 회의를 거쳐 정리된 정부의 전문의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자리로, 양윤선 구강생활건강과장이 기조발표를 맡았다.
복지부의 전문의제도 개선안의 주요 골자는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와 외국수련자를 포함한 기존수련자에게까지만 경과조치를 부여하고, 11번째 신설과목은 추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와 관련 오는 2016년 12월 31일 한시적 자격기한이 끝나면 해당자들의 경력을 고려해 차등적으로 전문의 자격 부여나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한다. 응시기회는 2018년 자격시험까지 2년간만 부여한다.
대상인원은 510명으로 치대·치전원 부교수 이상 또는 수련치과병원·수련기관에서 7년 이상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을 수행한 사람에게는 전문의 자격을 부여한다. 또 조교수·전임강사로 임용된 사람 또는 3년 이상 7년 미만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을 수행한 사람에게는 1차 시험을 면제한다. 3년 미만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을 수행한 사람에게는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한다.
2016년 1월 1일 이후 채용된 자는 대상에서 제외하며, 향후 수련기관에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 채용을 금지하는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또 외국수련자에게는 오는 2018년 전문의 자격시험부터 응시자격을 부여한다. 외국 의료기관에 대한 심사·평가는 치협에서 실시하고 복지부에서 이를 인정한다. 대상인원은 166명으로 교정과 92명(55.4%), 보철과 39명(23.5%), 치주과 18명(10.8%) 순이다.
기수련자에게도 오는 2018년 전문의 자격시험부터 응시자격을 부여한다. 대상인원은 4744명이다. 연령별로는 40~49세 2385명(50.2%), 50~59세 1248명(26.3%) 순이며, 과목별로는 보철과 999명(21.1%), 구강악안면외과 941명(19.8%), 교정과 814명(17.2%), 보존과 644명(13.6%), 소아치과 585명(12.3%), 치주과 349명(7.6%) 순이다.
미수련자에게는 당장 별도의 경과조치가 없다. 단, 통합치과전문임상의(AGD)를 포함한 새로운 기타 전문과목 신설에 대해 별도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신설과목 추진 시 관련규정은 2017년 내 개정하되, 준비기간을 고려해 2019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 모·자수련치과병원제, 전공의 정원 조정이 함께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전문의 질 담보와 수련기간 개편 등을 위해 2019년부터 전문의자격 갱신제 및 수련기간 자율제, 인턴제 폐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법제화 작업을 부처협의를 거쳐 오는 2016년 3월 중 입법예고 할 계획이다. 이후 5월 내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6월 중 관련법이 공포·시행 된다.
복지부는 이 같은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이유로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의 자격기한이 오는 2016년 12월 31일 종료됨에 따라 안정적인 전공의 수련을 위한 해당 교수진의 지위 보장이 필요하고 ▲지난 9월 외국수련자에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던 상황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옴에 따라 2016년 12월 31일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 등을 들었다. 또 ▲지난 5월 의료법 77조3항(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표시한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 진료해야 한다)의 위헌 판결에 따른 개원환경 변화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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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토론>
■기수련자에 전문의 경과조치 부여 ‘전적으로 찬성’
이 같은 복지부 안에 대해 각 직역을 대표해 참석한 토론 패널들은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과 ‘특정 직역만 고려한 꼼수’라는 입장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섰다.
권긍록 공직지부 총무이사는 “복지부가 제시한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 경과조치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의 한시적 기한연장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또 일부에서 주장하는 역할자 자격 영구화도 여러 부작용이 우려 된다”고 말했다.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 자격 영구화 시 수련기관에서 전문의 자격이 없는 사람을 계속 고용하고 이들을 통해 배출된 전문의는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한시적으로 자격기한을 늘릴 경우도 병원에서 전속지도전문의 충원에 어려움을 표해 제대로 된 교육수요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권긍록 총무이사는 “현재 규정으로는 2013년 인턴 입학자까지만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고 그 이후는 전문의를 취득할 수 없는 구조다.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에게 전문의 자격을 인정해 주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교정학회 전문의대책위 부위원장도 기수련자 입장에서 경과조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재용 부위원장은 “후배 전문의들과 같은 교과과정과 수련기관에서의 수련과정을 거쳤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20대 후반에 3~4년 수련 받은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전문의 자격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격시험 응시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2001년 대의원 총회에서의 소수정예 의결을 얘기하는데 그 때 대의원 중 전공의가 한명이라도 있었나. 개인의 권리가 대표성을 가진 단체에 의해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력히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영탁 서울지부 법제이사는 전문과목 신설 시 AGD를 포함해 임플란트, 심미, 노인치과, 근관 등 신설과목을 최대 15개까지 늘릴 것을 제안했다. 진료 영역의 구분이 모호한 통합임상과는 미수련자들에게 전문의 취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으로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영탁 이사는 “국민의 의료수요에 맞춰 다양한 전문 과목을 마련하는 것이 국민의 진료선택권을 보장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이미 있는 인준 분과학회들을 활용해 새로운 전문과목에 대한 교육과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일방적 개선안 '받아들일 수 없어'
복지부 안에 대한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전성원 경기지부 정책연구이사는 “2003년 시행 이후 12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돼 온 전문의제도를 특정 직역의 민원에 밀려 정부가 무리하게 끌고 가서는 안 된다”며 “전문의 수는 수요에 맞게 인력개발이 이뤄져야 하고 교육의 수요도 다양한 수련기회와 교육의 내실화를 통해 해결돼야 할 부분이다. 전문의 마케팅에 대한 해법으로 다수개방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복지부가 외국수련자 경과조치 시행과 관련 해당조항의 개정이 아닌 부칙을 넣어 해결하려는 것은 기존수련자를 함께 묶어 법통과를 유리하게 하려는 것으로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기존수련자는 적법한 수련과정을 받지 않았다”며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 문제도 복지부가 유연하게 생각해 준다면 지속해 역할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다. 과한 위기의식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양호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회장도 복지부의 일방적인 제도개선안 발표에 반감을 표하며, 복지부가 제도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들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반박했다.
전양호 회장은 “의료법 77조3항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판결문에서는 그 입법취지를 인정했다. 또 해외수련자 경과조치 시에도 엄격한 수련기준 검증이나 예비시험 등으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며 “11번째 신설과목도 개인적으로 사기라고 생각한다. 앞서 AGD 제도를 경험하지 않았나. 과연 병원들이 이러한 전문과목을 신설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양호 회장은 “여러 헌재 판결이 곧 소수정예 전문의제를 허물어트리는 것은 아니다. 지난 오랜시간 이어온 소수정예 정책을 현실적인 이유로 뭉개버리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신규 전국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생 연합 의장은 “학생들은 교육 일선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 자격 인정에는 찬성, 기존수련자 모두의 자격 인정은 반대한다. 우리의 공식 입장은 현 상황에서 충분한 정책적 연구에 기반 한 소수전문의제”라며 “다수개방이냐 소수정예냐 극단적 선택보다 중간의 합리적 절충점을 찾는 토론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상호토론 및 종합토론에서도 공방은 이어졌다. 소수정예 전문의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대의원 총회 의결사항인 소수정예 원칙을 치협이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복지부가 특정 직역의 편을 들어 경과조치를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몰아붙였으며, 경과조치를 요구하는 측에서는 “왜 특정 단체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양윤선 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장은 “3월까지 입법예고 시기를 늦춘 것은 치협 임시총회 등을 비롯해 치과계 각 층의 의견수렴을 더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장영준 치협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제기된 모든 의견을 담은 안을 만들어 오는 1월 30일 예정된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의 의견을 물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결의된 내용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