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송년 분위를 좀 내기 위해서 한 식당을 찾았다. 치과에서 직원회식 때 가끔 들르던 곳인데,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연말 분위기도 낼 겸해서 기분 좋게 예약을 했다.
연말이고 주말이라 미리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직원들은 매우 분주했다. 당연히 주문을 해도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졌고, 뭔가 부탁을 하면 계속 반복해서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반찬이 부족해 더 달라는 얘기를 적어도 네 번 이상했는데도, 식사를 다 마치고 한참 후에야 가져와서 “이제 됐다”고 말했더니 점원이 하는 대답이 걸작이었다. “더 달라고 했잖아요”라고. 물론 더 달라고 한 건 맞지만, 이미 식사는 다 마친 후 였고, 뒤 늦게 반찬을 가지고 온 것은 생각하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바쁜데 장난을 치냐’는 식의 대답이었다.
순간 그 대답에 필자도 짜증이 나서 “몇 번이나 얘기 했는데 이제 가져 온 거 아니냐”고 쏴 붙였다. 기분 좋은 가족 송년회가 일순간 험악한 분위기로 변해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잠시나마 고민했지만, 그래도 말할 건 해야겠다는 마음에 식당 사장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어떤 직원인지 말하지는 않았는데, 식당 사장이 그 직원을 지목하면서 “하루에 꼭 한 번은 손님하고 트러블을 만든다”며 “연말이라 바빠서 그만 두라고도 못 한다”고 오히려 하소연을 늘어놓으며,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했다.
워낙 바빠 보여서 주문한 것을 늦게 가져온 직원에게 뭐라 하지 않았는데, 적반하장으로 직원이 고객에게 보인 이 같은 행동을 보인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얼핏 보기에도 직원들이 워낙 바쁜 것 같아서 조금 늦게 가져오더라도 그저 고마운 마음이었는데,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오히려 손님을 기분 나쁘게 하다니…. 그냥 “늦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 마디만 했다면 모두가 즐겁에 마무리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필자 본인도 치과라는 일종의 서비스 업종에 근무를 하고 있어서 인지 정말이지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에 백번 공감하고 남는다.
언젠가 후배 직원이 연세가 많은 노인 환자와 진료비용에 대해 상담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스탭은 노인 환자가 이해를 못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게 아니구요”를 반복해서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 어르신도 답답했던지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후배 직원이 상담하고 있는 와중에 필자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조금 미안했지만 더 큰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에 “아버님, 그렇게 생각 하셨군요? 그럴 수도 있는데, 제가 다시 한 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라면서 다시 상담을 했더니 그 어르신 또한 이해를 했고, “나이가 들어 잘 못 알아듣고 이해도 못 해 미안하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필자는 “누구나 나이가 들면 뭐 다 그렇죠, 아버님은 연세에 비해 아주 정정 하세요”라고 달래 주니 기분 좋게 다음 진료를 예약을 하고 치과문을 나섰다.
사람들은 본인의 생각을 상대가 인정 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 때 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 같다. 이럴 때 문제를 원활하게 해주는 방법은 우선 상대에 대해 공감을 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차분하게 들어주고, 그 다음에 내 얘기를 하는 것이다.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 인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 하라는 뜻이다.
狗猛酒酸(구맹주산) 서비스에서 많이 인용해서 쓰는 중국 고사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져서 결국 장사가 망하게 된다는 얘기다. 식당에서 필자가 경험한 직원은 결국 사나운 개의 역할을 한 것이다. 서비스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 총이나 칼보다도 무서운 말을 할 때는 좀 더 신중하게 특히 그것이 고객을 대하는 일이라면 고객이 어떤 말을 들어야 할지 한 번 더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객 또한 직원을 대할 때 정중하지는 않더라도 무례하지 않게 행동할 때 진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숙현 뉴욕모아치과의원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