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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라는 축복

Relay Essay 제2113번째

원장실 책상 옆 창문에 드리운 햇살과 맞은편 건물 사이의 하늘을 보며, 나는 오늘도 계절과 날씨를 느낀다. 봄 햇살이 참 좋고 하늘도 맑은 오늘. 이런 오늘이 내게 감사함을 주고 그 감사함이 전달되어 감사함을 찾게 해준다.

2주 전 쯤에 참석했던 조선치대 여동문회 제7차 정기총회는 아직도 내게 잔잔한 여운과 따스함을 전해주고 있다. 집과 직장을 오가던 중년의 아줌마인 나는 토요일 오후가 시작될 무렵, 선후배와 동기들을 만난다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행여나 늦을세라 도망치다시피 치과를 빠져나와 모임장소로 향했다.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선후배,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동기들 덕분에 긴장됐던 마음은 편해지기 시작했고 행사 중 국기에 대한 경례만 하고 앉았다가 국기에 대한 맹세에 다시 일어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일정시간이 되면 길다가도 멈춰 서서 태극기를 향해 경례를 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기도 했다.

회계 감사보고와 임원 선출 순서에서 깐깐하고 절도 있는 모습은 강하고 믿음직한 외유내강의 부분이 돋보여 같은 여자 입장에서 멋있게 보였다. 손미경 교수님의 국소의치 설계에 대한 명료한 강의, 훈남 후배님들의 멋진 섹스 폰 연주, 재치와 유머로 즐거운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선사해준 조카 같았던 후배님, 무거워 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행사장를 누비며 여러 모습을 담아내 주신 선배님 등 남다른 재능으로 열정을 아까지 않는 동문들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집행부의 알뜰한 재정살림과 여동문회를 사랑하는 선배님의 협찬 덕분에 프로사진작가의 손길이 담긴 멋진 프로필 사진을 찍는 동안 우리들은 서로 분칠을 해주고 서로 가운을 빌려 입으며 수다와 웃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점점 친숙해져 갔다. 웃으면 제법 눈가에 주름이 잡힌 나이가 된 동기들과의 쉴 틈이 없는 수다는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동안 여동문회를 참석하면서 내가 느낀 가장 소중한 감정은 선배님들의 후배들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이다. 여자치과의사로서 애환과 고통을 격려해주시고 기쁨도 함께 나누며 같이 가자고 지지해 주시려는 선배님들의 아낌없는 마음이 읽혀졌다.

두 아이의 엄마로, 경영인으로, 치과의사로 일인 다역을 소화해내기가 지치고 버거웠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19년차 여 치과의사인 나에게는 선배님들의 말씀 한마디가 격려가 되고 힘이 된다. 복덩이 원장인 나는 여동문회를 통해 같은 길을 가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언니, 동생, 친구들과의 공유와 소통이란 만남의 축복을 얻게 되었다. 공유와 소통, 일명 우리들만의 수다는 총회만으로는 부족해 카톡과 전화로 계속 진행 중이며, 다른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더더욱 반갑다.

지난 2년 반 동안 대학원과 본업을 오가며 열정을 다해 상담심리교육이란 전혀 새로운 학문을 전공하게 되었다. 심리학은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삶의 방향제시를 해준 고마운 학문이다. 심적으로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거나 위태롭고 힘들고 지쳐 있는 여동문이 있다면 내가 전공한 상담심리를 통해 도움을 주고 싶다. 치과의사인 나는 상담심리 전문가도 되고 싶다. 진심으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사랑을 배우고 있는 나에게는 상담심리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장선아 인천 위드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