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치위생과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우리나라 성인의 직업 수준에 따른 구강건강불평등 현황(저 신보미 외 3명)’ 논문에서는 우리나라 성인의 직업에 따른 구강건강 현황을 다뤄 눈길을 끈다.
19~64세 성인 7676명의 직업과 구강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남자와 여자 모두 비육체직에 비해 육체노동 종사자의 치아우식증 유병 위험도가 높았다.
육체노동 종사자의 치아우식 위험도는 그렇지 않은 직업군에 비해 남성은 1.19배, 여성은 1.6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직업군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전반적인 건강관리에 소홀하기 쉬우며, 이는 칫솔질 부족 등 구강관리 소홀로도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육체노동을 하는 여성의 치아우식증 유병 위험도가 남성에 비해 높은 것은 같은 직업 수준일 경우 여성의 소득이 더 낮기 때문으로, 소득수준의 차이가 구강건강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특히, 단순노무종사자의 치주질환 유병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육체직 종사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처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 정규직 종사자에 비해 일용직 종사자의 구강건강 위험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일용직 종사자의 경우 칫솔질과 같이 규칙적인 구강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고 생활습관적으로도 고용불안정에 따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음주나 흡연 등 구강건강에 유해한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림, 어업, 기술직의 경우에도 정기적인 구강검진에 소홀한 경우가 많고 저작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직업군은 칫솔질 부족으로 치아우식 유병 위험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관리직이나 전문직 종사자 등의 직업군에 속하는 경우는 정기적인 구강검진에 따른 구강건강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구강건강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868만명으로 임금노동자의 45% 수준. 이들의 상당수는 육체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안전 및 보건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 구강건강 관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전문가는 “근로자의 구강건강손실은 노동력 손실에 다른 경제손실로 이어질 수 있고, 해당 근로자 개인에게도 경제적, 육체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며 “이 같은 문제 개선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고용조건에 따른 구강건강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정책이 더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