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학생들에게
버스 차창의 와이퍼가 새똥을 죽 밀어냈다.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 안은 마땅히 할 게 없다. 그렇기에 나는 흥미롭게 창문을 지켜봤다. 버스 기사는 못마땅한지 쯧, 혀 차는 소리를 내고 워셔액으로 똥을 닦아냈다. 금세 창문은 멀끔해졌다. 집에는 얼마 만에 내려가는 것인지 새삼 떠올려보았다. 다섯, 여섯 달만이었다. 본가를 떠나 상경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홀로 떨어져 지내다 보면 집이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기공 실습이라도 있는 날엔 왁스 증기나 석고 가루 따위가 목 안을 빽빽하게 채우는데, 그럴 때마다 집에서 얼큰하게 끓여낸 김치찌개가 간절해졌다. 갓 지은 보리밥을 숟가락으로 욱여넣고 국물이 밥알에 쫙 배어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김치와 고기를 올려 입안 가득 차게 넣으면 케케묵은 먼지들은 단숨에 내려갈 듯싶었다. 고향이 조금씩 낯설어질 때마다 떠밀리는 느낌을 받곤 했다. 언제 한 번은 새벽에 엄마에게, 옛날에 춘천으로 놀러 가서 네 식구가 하나씩 만든 도자기 중 내가 만든 컵이 깨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비몽사몽간에 무슨 컵이지 스스로 되물었다가 문득 길쭉했던 도자기 컵 하나가 생각났다. 오늘은 나가더라도 차조심, 사람조심, 물조심, 불조심하거라
- 김연주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본과 2학년
- 2025-09-30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