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요청서에는 '개원 경영 성공 사례'라고 적혀 있었다. 원장은 슬라이드를 마흔 장 만들었다. 첫 장에 병원 전경을 넣었다. 통유리에 저녁 해가 비치는 사진이었다. 잘 나온 사진이었다. 강의는 순서가 있었다. 첫째, 365일 진료다. 명절에도 문을 연다. 환자는 아플 때 오는 것이지 달력을 보고 오지 않는다. 둘째, 시스템이다. 상담은 상담실장이, 수납은 수납 직원이, 원장은 진료만 한다. 사람이 바뀌어도 병원은 돌아간다. 셋째, 가격이다. 낮춰야 한다. 다만 싸다고 말하면 안 된다.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말해야 한다. 싼 병원에는 의심이 붙지만 합리적인 병원에는 신뢰가 붙는다. 넷째 장에서 원장은 목소리를 낮췄다. 자리 보는 법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 삼 분, 이차선보다 사차선, 일층 약국 옆. 젊은 원장들이 고개를 숙이고 받아 적었다. 펜 소리가 강의실에 가득했다. 원장은 어깨가 조금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려지지 않았다. 질문 시간에 맨 앞줄이 손을 들었다. 직원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원장은 웃었다. 직원은 자산입니다. 시스템이 있으면 사람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시스템을 만드세요. 박수가 나왔다.
두경부 뼈의 이름을 외웠고, 신경의 길을 외웠고, 외운 것을 시험지에 옮겨 적었다. 시험지는 채점되어 돌아왔고, 점수는 등수가 되었고, 등수는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해부학 실습실에서 카데바의 얼굴을 열던 날, 나는 처음으로 사람의 안쪽을 보았다. 안쪽은 책과 달랐다. 여섯 해가 지나자 면허증이 나왔다. 면허증은 깨끗하게 프린트되어 있었다. 졸업장은 큰 주석의 쟁반으로 나왔다. 프린트된 종이는 빛을 받으면 번들거렸고 졸업장은 무거웠다. 국가가 나를 치과의사로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면허증을 액자에 넣어 걸던 날, 선배가 전화를 했다. 선배는 말했다. 학교에서 배운 걸로는 개원 못 한다. 진짜 공부는 이제 시작이다. 선배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확신은 전염되었다. 진짜 공부는 주말에 있었다. 호텔 연회장에서 있었고, 강남의 세미나실에서 있었다. 임플란트 베이직이 삼백이었다. 어드밴스드가 사백이었다. 교정 입문이 오백이었고, 마스터 코스는 칠백이었다. 마스터를 마치면 그랜드 마스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 위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물으면 끝이 보일까 봐 묻지 않는 것 같았다. 끝이 없어야 장사가 되었고, 장사가 되어야 강의가 열렸
인터넷에는 19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분명히 그렇게 적혀 있었다. 박씨는 강남에 왔다. 이십 년 다닌 동네 치과를 두고 왔다. 동네 치과 김선생에게는 미안했다. 미안함을 접어 안주머니에 넣고 왔다. 건물은 높고 유리로 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는 거울이 많았다. 거울마다 박씨가 있었다. 접수대의 여자가 웃었다. 웃음이 깨끗했다. 종이컵의 물은 차가웠다.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천장의 불이 밝았다. "인터넷 이벤트 보고 오셨죠?" "네. 19만원." "네, 맞으세요. 상담 먼저 도와드릴게요." 여자가 박씨를 작은 방으로 데려갔다. 방에는 탁자와 모니터가 있었다. 명찰에 실장이라고 적힌 여자가 앉아 있었다. 실장도 웃었다. 웃음이 접수대의 것과 같았다. 같은 데서 배운 웃음 같았다. "어금니 하나시죠?" "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예순셋입니다." "아유, 그렇게 안 보이세요." 실장이 모니터를 돌렸다. "일단 사진부터 찍고 원장님 뵐 건데요, 그 전에 저희 병원 소개 잠깐 드릴게요." 박씨는 소개를 들었다. 원장이 네 명이라고 했다. 어디 대학이라고 했고 어디 외국 세미나도 들었다고 한다. 박씨는 대학과 학회, 세미나를 몰랐다. 다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 이미지 클릭 후 드래그하면 고해상도 보기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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