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에 새겨진 시간
“아, 해보세요.” 입안의 치아를 보면 시간이 보입니다. 그 안에는 환자의 세월이 담겨 있고, 저의 진료의 시간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올해로 개원 28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진료실에 앉던 날의 풍경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진료 의자 옆에는 호빵맨과 세균 인형을 붙여 두고, 아이들의 유치를 발치하며 설명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경험도 부족하고 손도 서툴러 작은 처치 하나에도 하루 종일 고민하던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좋은 장비도 없었습니다. 변변한 엑스레이조차 부족한 환경에서 임플란트를 식립해야 했고, 모든 판단은 조심스러웠습니다. 한 번의 선택이 환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기에 늘 무거운 마음으로 진료에 임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주변의 도움과 배움 속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절 제가 치료했던 치아와 임플란트는 여전히 환자의 입안에 남아 있습니다. 마치 그때의 시간이 그대로 보존된 기록처럼 느껴집니다. 얼마 전 장애인 시설에서 구강검진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한 환자의 입안을 보는 순간,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15년 전 탈구된 치아를 살리기 위해 애쓰며 치료했던 환자였습
- 이재윤 신세계치과 원장
- 2026-03-25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