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사는 동네와 사랑에 빠져 본 일이 있는가. 송도는 내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애틋한 도시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 그가 무엇이 좋더냐 물으면 뭐 이쁘고 잘생기고 성격 좋고 어쩌고 그러다가 ‘모르겠어 그냥 괜히 좋아’ 하듯이 나도 그렇다. 그냥 괜히 좋다.멀리 길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에 낯익은 건물들이 하나둘 희뿌옇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내 가슴은 연인 만나러 가는 사람처럼 설렌다. 에너지도 자동 충전된다.짧지 않은 시간 이곳저곳에 인연 되어 교역생활을 해왔지만 이런 느낌을 주는 곳은 처음이다. 언뜻 들으면 그동안 이사람 저사람 만나봤지만 당신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은 처음이야 하는 무슨 바람둥이들의 고정멘트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이다.자식자랑 배우자자랑 하는 이를 팔불출이라 부른다면 자기 동네 자랑하는 사람도 팔불출 명단에 추가해야 할 듯하다. 남들은 듣고 싶어하지도 않는 동네 자랑을 혼자서만 신나게 떠들어대니 말이다. 그곳 어떠냐고 누가 물어주기만을 기다리거나, 때론 질문을 유도해서라도 자랑을 시작한다. 이쯤되면 병이 깊다. 상사병이다. 건물들, 공원들과 시원한 도로, 심지어 풀 한포기까지 꼭 있어야 할 곳에 군더더기 없이 가장 적절한 모습
지금은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한센병은 문둥병이라고 불리며 천형으로 여겨졌다. 한센병은 약물치료로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지만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가락이 구부러지는 외양 탓에 한센인들은 차가운 사회적 시선과 차별속에서 외부와 고립된 정착촌을 형성하여 힘겨운 삶의 끈을 이어왔다. 구라봉사회는 1969년 7월,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뜻을 같이하는 몇 사람의 치과의사와 치대생들이 이러한 한센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있는 국립나병원에서 치과진료 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그 후 구라봉사회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전국 각지의 한센인 정착촌을 찾아 다니며, 의치와 구강질환 치료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센인이 음식을 씹고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구라봉사회의 손길이 닿은 한센인이 2만6000여명, 만들어진 의치가 4000여개에 이르고 있다.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에서 맞는 나의 여름방학 첫날은 구라봉사회 하기진료 준비로 시작되었다. 구라봉사회의 활동은 치과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면서, 그 재능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베푼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나는 입학과 동시에 구라봉
보건복지부가 1일부터 건강보험료를 장기간 체납한 고소득자 등 1500명에 대해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본인이 진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의료기관이 진료하기 전에 환자의 건강보험 자격을 미리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하고,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에 대해 보험 청구를 하면 공단은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이는 정부의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지금은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 일부를 대상으로 하지만 종국엔 이들 숫자를 점점 늘릴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의료기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이번 제도는 대표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건강보험 수급자 자격관리 업무는 보험자인 건보공단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몫이다.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의료계에 부과하려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의료기관은 몸이 아픈 환자들이 찾아왔을 때 최선을 다해 진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촌각을 다투거나 의료진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환자가 건강보험 수급 자격이 안 된다면 의료기관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진료 현장에서 분쟁이 생길 것이 뻔한 노릇이다.복지부
유치의 계승치인 영구치가 선천적으로 없는 경우가 있다. 영구치 결손여부를 알려면 유치 발치 전에 영상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영상 확보 없이 발치를 하고 한 후 영구치가 결손 된 점이 확인된다면 보호자로부터 영구치를 발치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선천적 영구치 결손 여부를 객관화 할 자료가 없다면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유치 치료를 하기 전에 치아 전체 상태를 알 수 있는 파노라마를 촬영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고 싶다. 신청인(7세, 여아)은 유치검진을 만 3세(2010.6.)에 받고 5세경 상악 좌측 유중절치(#61) 잇몸이 부어 피신청인 의원에서 염증(fistula) 부위에 침윤마취 후 염증을 제거했다. 2014.1. 파노라마 촬영하고 영구치(#21) 이상으로 대학병원 진료를 받게 됐다. 소아치과에서 유치의 잔존 치근을 제거했고 #21 자발적 맹출 여부를 정기적으로 관찰하면서 필요하면 교정치료를, 혹시 맹출 되지 않을 경우엔 개창술이 필요하며 영구치 전위(gingiva 쪽에서 bulge돼 맹출)교정을 위해 향후치료비로 460만원을 추정했다. 신청인은 2년 전부터 앞니가 썩었는데도 제일 먼저 빠지는 유치라 치료가
1980년대 초, MBC라디오의 프로그램 중 아침 6시부터 7시 사이에 한 시간 방송되던 프로그램 ‘안녕 하십니까. 유제국 입니다’가 있었다. MC 이름을 넣어 불렀는데 필자가 진행할 때(1983년 1월)는 ‘안녕 하십니까 이병태입니다’ 하였다.PD 유제국 씨는 3분 분량의 ‘인생은 60부터’라는 칼럼을 편성했다. 당시 이 말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는 앞서가는 방송인이었다. 손쉽고 돈 안 들며 손수 하는 운동과 섭생, 습관과 생각을 바꾸는 일, 장수시대를 예견하는 짧은 코멘터리 ‘인생은 60부터’는 명품방송이었다.필자가 본과 1학년(1963년, 21세)일 때, 한국인 평균 수명은 여자가 60세를 넘었고 남자는 그 밑이었다. 인간수명으로 보아 나이 60은 그 개념이 확 달라졌다. 回甲-還甲-華甲- 20여 년 전부터 60잔치는 없어지기 시작,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더니 지금은 70잔치도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백일이나 돌잔치가 성행하고 있다. 필자는 사전편찬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통해 치아와 인생을 정리해 보았다(도표※ 참조).※개체발생과 생애 및 치아발육prenatal life 출생전 생애수정전기 ovum+sperm 수정
3년 차 때 쯤으로 기억합니다. 제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행복하니? 행복하지 않았습니다.제가 치과위생사가 된 이유는 목표 없이 살아온 제 인생의 결과물 이었습니다.고 3때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외동딸인 저는 엄마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치위생과가 무얼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취업률만 보고 입학했는데요, 그렇다 보니 대학생활이 너무 낯설고 재미없어 과를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에 많이 괴로워하면서 억지로 대학생활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대로 치과위생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어렵지 않게 치과에 입사를 하게 되자 내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가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 자신과 제 일에 대해 자존감이 낮아졌습니다. 행복하지 않았습니다.좋은 대학에 편입하고 뭔가 다른 일을 해야 내 인생이 근사해지려나?성공하기 위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직업이나 스펙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치과에 일하면서 방황하였는데요, 더 이상 목표 없이 살며 후회하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이렇게 그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절실함으로 책에 매달렸습니다.책과 함께 제 인생에 대해 의논하며 행복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노력 가운데 깨달음이 있었습니
치과계도 치과의사 회원들이 펼치는 무료진료 등 사회공헌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홍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치과진료봉사총람’에 따르면 현재 치과계에는 개인을 포함해 130~140여 곳의 치과의사 봉사단체가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라고 볼 수 없다. 숨어서 봉사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치과의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우리 치과계는 작년까지만 해도 가톨릭 평신도로서 최고 영예인 ‘교황 상’을 받은 강대건 원장의 33년 한센인 진료봉사를 잘 알지 못했다. 일간지나 방송 등에서 대서특필 했고, 그제 서야 강 원장의 선행을 인정해 ‘올해의 치과인상’을 수여하며 노고를 치하 한바 있다. 쑥스러운 부분이다.최근 들어 ‘상생’과 ‘사회적 책임’이 국가적 화두로 부각되면서 기업이나 단체의 사회공헌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삼성그룹은 4100여개의 사회봉사단을 발족해 재벌그룹의 어두운 이미지 지우기에 오래 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장학퀴즈 후원으로 널리 알려진 SK그룹은 ‘교육 보국’이라는 신념을 내세우며 수십 년간 이어온 교육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중소기업까지 앞다퉈 사회공헌사업에
얼마 전 근교 바다의 작은 섬에 배를 타고 갈 일이 있었다. 짧은 뱃길이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왠지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요즘 매스컴을 통해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평형수’는 제대로 채워졌을까? 구명조끼는 어디 있지? 하면서. 다행히 세월호 사고 직후라 그런지 관계자들의 표정이나 행동에서도 진지함이 느껴지고 비교적 차분하지만 철저한 탑승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섬에 도착한 일행은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섰던 터라 목적지 근처에서 막걸리 한 잔으로 허기를 달래기로 했다. 우리 일행이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아주머니는 반가운 인사뒤에 푸념을 늘어놓았다.요즘이 섬에서는 일 년 중 가장 바쁜 때라고 한다. 그런데 손님이 너무 줄어 매출에 큰 영향이 있다고 말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비 경기 위축이 여기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배를 타고 와야 하는 곳이라 더욱 영향이 심각하다고 한다.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는 있다니 어서 평상시로 돌아가기를 함께 빌어 본다. 이처럼 누군가의 작은 실수 하나가 이렇게 작은 곳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무섭다.책임자 한 사람의 현명한 결정과 구성원들의 반복된 훈련이 얼마나 필요하고, 게다
로버트 서튼(Robert I. Sutton) “불황기에 좋은 상사 되는 법 ‘How to Be a GOOD BOSS in a Bad Economy’”,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2013,6필자가 최근 만나는 원장님들의 이야기의 대부분은 ‘너무 힘들다’, ‘다른 병원은 어떠냐?’등의 하소연이다. 세월호의 영향도 있겠지만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 확인되는 시기인거 같다. 빨리 경기가 회복되야 할텐데… 이런 힘든시기 많은 인력을 이끄는 것도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런시기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미국 스탠퍼드대 로버트 서튼 교수가 제시하는 방법에 귀를 기울여보자.불황기에 좋은 상사가 되는법 : 규모에 관계없이 다음 4가지 영역에 모자람이 없도록 신경을 쓰라고 조언하고 있다.① 예측 가능성-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사람들에게 가능한 자세히 정보를 제공하라.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충분히 경고하면 직원들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마음을 편히 가질 수도 있다.(마틴 셀리그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에 폭격이 가해지던 상황에서 공습을 알렸던 사이렌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사이렌이 무척 믿을 만
요즘 우리 나라 맥주 맛에 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다양한 외국 맥주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우리나라 맥주의 맛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잘생긴 남자 공대 신입생이 공대 여대생과 눈이 맞았다가 여름방학동안 다른 과 여대생들을 접하고 나면 모든 과내커플이 깨지는 원리랑 비슷하다고 하면 과장일까요.맥주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상면발효의 에일(ale)과 하면발효의 라거(lager)라는 두 갈래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맥주의 대부분은 라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면발효의 에일은 19세기 하면발효방식의 라거가 탄생하기 전까지 생산되던 맥주들이며, 붉은 색을 띄는 종류가 많고 향긋함과 묵직함, 상대적으로 적은 탄산, 쓴맛과 부드러움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라거맥주의 장점은 무난하고 즐기기 쉬운 반면 개성이 적다는 것이고 에일 맥주는 그에 비해 더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쉬운 건 정말 맛있는 한국맥주를 만나기 어렵다는 겁니다. 아직 못 찾았습니다. 시원함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 대세가 되다 보니 탄산의 양을 높이고 실제 맥주의 향이나 묵직한 바디감 같은 것들은 고려사항에서 제외된 지 오래인 것만 같
의료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료광고가 사전심의제도에서 제외돼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2007년 4월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가 도입된 후 기존 심의제도가 교통수단이나 인터넷뉴스 같은 매체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한계가 지적되면서 2012년 8월 추가심의 대상 매체를 개정법률에 포함시켜 현재 신문·인터넷신문, 정기간행물, 옥외광고물 중 현수막, 벽보, 전단, 교통시설·교통수단에 표시되는 것, 전광판, 인터넷 매체를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이처럼 사전심의 대상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의 경우 여전히 사전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최근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검색순위 상위에 링크돼 있는 순서에 의해 중복된 곳을 제외하고 50개의 치과병·의원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의료광고를 분석한 결과, 50개의 홈페이지 중 20개인 40%에서 허위·과장 광고가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스럽다.또 과대 광고를 하고 있는 20개의 홈페이지에서 평균적으로 1.65개의 항목을 위반하고 있으며, 각 항목별로 위반사항을 살펴보면 가격이나 치료 기간에 대해 과장한 내용이 가장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