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거슬러 간 여행(하) <1769호에 이어 계속> 신 덕 재중앙치과의원 원장 얼굴을 가린 마스크 사이로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린다. 복받친 회한의 설움이 흐느낌으로 변한다. 진료를 하는 건지 흐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여자아이에 대한 치료를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다. 노인아이가 그 많은 눈물을 왜 남모르게 흘려야만 했나?노인아이의 어렵고 못살던 어린 시절의 회한과 어린나이에 죽은 누나에 대한 그리움이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여자아이의 눈물 속에서 맑은 샘물처럼 솟아 나온 것이다. 여자아이의 해리한 모습은 노인아이 누나의 깡마른 모습이고, 여자아이의 유난히 큰 눈은 누나의 여윈 휑한 눈이고, 순순히 따르는 모습은 모든 일을 체념한 누나의 모습이다. 이 모든 것이 볼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 속에 엉켜있다. 더 이상 환자를 볼 수 없는 노인아이는 진료소를 빠져 나왔다. 진료소 밖 역시 진료소 안과 다름없이 후텁지근하고 음습한 무더위가 있다. 진료소 밖에는 안보다도 더 많은 또 다른 여자아이들이 있었다. 여기에도 누나들이 많았다. 흐르는 눈물은 밖에서도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누나들을 보면서 더 많은 눈물이 났다.
징벌적 개정안 수정보완 마땅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개원가의 고민이 말이 아니다. 치과의사, 의료계와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특정 직업군을 겨냥해 타깃 법안을 만든 것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속칭 세파라치 제도까지 도입해야 했는지 그 안일한 발상에는 그저 답답한 심정을 끌어안을 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 법안은 수정 보완하든지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원노출이라는 명분이 국민적 공감대를 살 수는 있지만 특정 직업군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이런 타깃 법안은 그 취지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파급되는 사회적 갈등이 더 크기 때문에 반드시 수정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문직에 대한 세원을 파악 징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전산망이 어느 정도 모든 소비지출을 검색할 수 있기에 100%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당국이 좀 더 노력하거나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파라치 같은 제도를 도입할 경우에는 전문직의 수입을 투명하게 만들려다가 오히려 환자와 의사간, 의료인과 내부 직원간의 불신을 조장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국민과 의료계 등 전문직군을 이간하
신 덕 재중앙치과의원 원장 세월을 거슬러 간 여행(상)번 이여행은 두 아이의 여행이다.한 아이는 예순 살이 넘는 노인아이의 여행이고, 다른 여행은 열 살 된 여자아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의 여행이다. 노인아이의 여행은 이러하다.자동차 뒤꽁무니에서 나는 기름 냄새가 좋다고 정신없이 쫓아다니던 때로의 여행이고, 배고픔을 잊기 위해 담벼락의 흙을 밥인 양 먹던 때로의 여행이고, 머리에 땜통을 이고 살던 때로의 여행이고, 하얀 DDT 가루를 머리와 온 몸에 뒤집어쓰고 좋다고 뛰어 놀던 때로의 여행이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때로의 여행이다. 여자아이의 여행은 이러하다.정말로 이런 한 때가 올지 모르는 때로의 여행이고, 상상이 안 되는 때로의 여행이고, 풍족함과 여유로움이 꿈에서만 갈 수 있는 때로의 여행이고, 그리움으로 바라보는 때로의 여행이고, 무한한 희망을 간직한 채 이룰 수 있는 때로의 여행이고,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를 가질 수 있는 때로의 여행이다. 그러니까 노인아이는 55년을 뒤로 거슬러 간 여행이고, 여자아이의 여행은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아니 영원히 안 올지도 모르나 그래도 언젠가는 오겠지 하는 희망을 위해 앞으로 거슬러
치과계도 신종플루 대책 시급 최근 국내에서도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정부의 자료를 인용 신종플루가 대유행할 경우 우리나라에서만 최대 2만명 정도 사망할 것이라고 전망해 국민들에게 심각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아울러 정부의 늦장 대응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가상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 현실성이 낮다고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이미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상태에다가 9~10월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퍼져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은 최고점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게다가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가 제대로 대책마련을 하고 있지 않다는 불신까지 겹쳐 불안감은 더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가 신종플루 확산을 막을 수 있는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보유율은 현재 5%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항바이러스제 보유율을 10월까지 10%대로 높이고 연말까지 20%대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각국이 항바이러스제 확보에 적극 나서는 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지금까지 무얼하고 있었는가 하는 비판을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자신이 먼저 하는 즐거움 일본의 유명 기업인인 사이토 히토리. 그는 개인납세실적이 최근 십 여 년간 일본 최고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로 답한다.기업을 해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감사할 일보다 불만스러운 일이 더 많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일본이라는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일본 사람들도 그의 그러한 말에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렇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작년 연말에 불어 닥친 세계경제위기로 우리의 경제도 심하게 요동쳐 왔다. 아직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힘들게 지내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언제 이 터널을 벗어날까. 언제나 좀 넉넉하게 살게 될 것인가 하고 그저 시간 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만면에 웃음을 띠고 지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이 웃을 수 있는 것은 불경기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우리는 문제가
구순구개열 청소년 ‘버디캠프’(하) 이 지 나이지나치과의원 원장 한편 치과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던 재료들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다. 외진 시골이 아니어서 여기저기 전화한 끝에 재료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탭과 진료진들은 제대로 된 체어가 아닌 덕분에 구부정한 자세로 하루 종일 일하다 보니 “허리가 끊어진 것 같아요, 슈쳐 해 주세요" 라고 말하는 팀원도 있었다. 점심 먹고 나면 아무데서나 자는 팀원들이 마치 전쟁터의 전사자들같이 여기저기 쓰러진 모양새였다. 그래도 다시 진료를 시작하면 찜통 같은 곳에서 팀원들의 손이 정신없이 돌아갔다. 제한되고 부분적인 치료를 받으면서도 우리를 신뢰하고 불평 없이 기다리며 감사해 하는 그들을 우리는 한 사람 이라도 더 봐주려는 생각 밖에는 없는 듯 했다. 버디팀은 서로 친해지고 멘토링 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갔다.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마지막에 오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해외로 아이들을 데리고 온 나름의 소득이 있었다.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가면서 나라사랑도 깊어지고,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며, 세계로 안목을 넓힐 수 있는 맘의 눈이 떠지는 과정에 있었다. 맹인
잘못된 연구, 소비자 오도한다 점점 갈수록 의료계에 대한 사회적 견제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툭하면 일간지나 방송에서 임플랜트 등 치과진료비를 문제 삼아 사회적 이슈로 만드는가 하면 국세청 등 정부 당국에서는 매년 치과를 특별 관리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세파라치를 도입하는 등 말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최근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하 한소연)에서는 기획재정부 후원을 받아 치과재료 가격 및 치과치료 비용조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시키고 있어 도대체 우리나라 정부가 의료계에 대해, 특히 치과계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한소연에서는 치과재료의 가격을 조사해 치과진료비와 대비시키려는 목적으로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국 6대 광역시 1500여곳의 치과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748곳이 치과치료 비용에 대한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조사가 안된 부분이 치과재료 가격이다. 한소연 연구자는 이 조사를 통해 치과치료의 가격안정을 위한 대책마련과 정책제안을 하려한다는 연구목적을 밝혔다. 진료항목별 가격정보와 효과, 장·단점을 소비자에게 알려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
치과계와 김대중 전 대통령 우리나라는 올해 두 전직 대통령을 떠나보냈다. 지난번 불의 사고로 서거한 노무현 직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18일 서거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우리나라에 많은 발전을 이룬 반면 한편으로는 좌우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로 남북 정상 간의 만남을 이뤄내는 등 남북화해의 물꼬를 트는 ‘햇볕정책’을 감행, 남북 화해무드를 조성하여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이며 평생 민주화 운동을 펼쳤던 민주화의 상징으로 국민들 가슴 속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애증이 교차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김 전 대통령 재임기간 중 의료정책에 관한한 국민과 의료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의료계 뿐만 아니라 그가 재임했던 시절의 업적에 대한 공과여부는 앞으로 역사가 판단하겠지만 의료계에 미쳤던 영향력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전 대통령 재임시절 당시 가장 대표적인 의료정책은 바로 의약분업과 의료보험의 통합과 건강보험의 출발이다. 이 정책들은 기존의 틀을 전면 개편하는 거대한 작업이었다. 이에따라 1999년 1
종|교|칼|럼| 삶 혜원 스님<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모든 것을 관장하는 에너지 누구나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합니다. 그러면서 누구나 그것은 나의 생각이고 나의 행동이라고 합니다. 내가 생각을 내고 내가 생각을 들이고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내가 ‘나’, ‘나의 것’ 이라고 규정짓는 그것은 진정한 나가 아닙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스스로 ‘나’ 라고 생각하는 그것 말고 참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권합니다. 마음의 중심을 보라고 말입니다. 마음의 중심이 생각과 행동의 중심입니다. 그렇다고 무슨 중심점이 있다거나 말뚝 같은 무엇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마음의 중심을 깊이 음미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 마음의 중심을 불교에서는 불성이라고 하고 대행큰스님께서는 더 쉽게 ‘한마음 주인공’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자기 뿌리, 자기 근본을 일컫는 말입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이러다가는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닐까 걱정을 한다고 합시다. 걱정한다고 바람이 불기를 그치겠습니까,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을 도리가 나오겠습니까? 나뭇잎은 무조건 뿌리를 믿어야 합니다. 그 뿌리에 의
황|규|선|칼|럼| 박제상과 클린턴 황규선 <치과의사·철학박사>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평양방문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갑작스런 일이기도 하고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에 정상급의 회동이 이뤄지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쓸데없는 잡설(대통령의 메시지가 있느냐 없느냐 등등)에는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그 신선한 충격은 가히 뇌성벽력에 비길 만하다. 평양에 억류된 젊은 두 여기자들이 전세기에 오르는 장면을 보면 힘든 시집살이하는 딸을 맞이하는 친정아버지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141일간이나 불안에 떨던 엄마가 3살 난 딸을 안고 흐느끼는 장면을 보고는 人間愛의 극치를 가슴으로 느끼며 흐르는 눈물을 어이 참을 수가 있으랴.아마도 인간 양심 기저부에 있는 이 참사랑을 실천하는 시민의식이 복잡 다사한 미국을 이끄는 원동력일 것이다. 클린턴은 누구인가?전직 대통령이기도 하고 미국 정가의 제2인자인 힐러리 국무장관의 남편이 아닌가.반면 두 여기자는 미국시민권을 갖고는 있지만 로라 링(Loura Ling)은 중국계 2세이고 유나 이(Euna Lee)는 한국계 2세이다. 비록 흑인 2세가 대통령이 되기는 했어도 아직도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있는
구순구개열 청소년 ‘버디캠프’(중) 작년에 캠프를 마치고 평가회를 하면서 내년 여름에는 아이들을 해외로 데리고 나가자고 했다. 올해는 필리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회를 20년째 하고 계시는 선교사님이 있는 곳에 가서 아이들이 현지 문화 체험으로 견문도 넓히고 우리가 하는 치과 진료도 도와주면서 다른 장애우들을 돕는 법을 배우면 좋겠다는 취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을 멀리 떠난 상황에서 아이들의 내적 치유와 복음제시가 목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어느 시기보다 힘든 경제위기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 캠프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봉사자들의 맘의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은 더 커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가는 지역을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모임 모두의 일치된 생각이었다.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고 이 문제를 가지고 기도하던 중 어느 날 고린도후서를 묵상하면서 마게도니아 사람들이 혹독한 시련과 극심한 가난 중에 기쁜 마음으로 예루살렘 교회에 헌금을 보내는 구절에 부딪쳤을 때 하나님의 일은 부유할 때 남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아졌다. 올 여름 버디캠프는 마닐라 시각장애인교회에서 열리게 된다.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2009년 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