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4] 4월의 하루 /김효진 신구대학 치위생과 3학년 해가 채 다 뜨기도 전에 일어나 습관대로 몸을 움직이다 보면 난 버스정류장 앞에 멈춰 서 있었다. 수많은 버스들 중에서 매일 같이 720이라는 숫자만을 지루하게 기다린다. ‘오늘은 운이 없군!’ 1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을 때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다.그래도 초조하진 않다. 항상 여유롭게 나오니까…. 버스에 올라 타 카드를 찍은 후 내 시선은 맨 끝에서 둘 째 줄에 위치한 창가자리를 찾는다. 병적인 집착처럼 꼭 그 창가자리에 앉아야 마음이 편했다. 나에게 그 자리는 명당이였다. 햇살 좋고 바람이 선선히 부는 날에 그 명당자리에 앉아 창문을 열고 버스가 이끄는대로 몸을 맡기면 여행을 가는 듯한 설레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온다. 지금 내가 귀에 이어폰을 꽂기도 전에 무반주로 콧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이유는 오늘 그 명당자리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느낌이 좋다. 창밖너머로 벚꽃 구경을 하며 학교에 등교를 했던 몇 일 동안은 꽃구경에 정신이 팔려 졸지 않고 뜬 눈으로 학교를 가곤 했었는데 비가 온 다음 날부터는 난 또 꾸벅
“돌아가신 아버지 지갑 속에서 우연히 복권 세 장을 발견했지요. 이 복권을 보고 한국 남성들에 대한 연민이 밀려왔어요.”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의 ‘남자 VS 남자’(개마고원)라는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젊은 나이에 아내를 잃어 홀로 아이들을 키웠고, 어느 날 갑자기 길에서 쓰러져 돌아가셨다는 그의 아버지는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서서히 죽어간 전형적인 한국 남성으로 정박사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지갑 속 복권 세장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에 읽은 책인데도 이상하게 지금껏 잊혀지지 않는다. 어딘가에 강렬한 공감을 느꼈던 것 같은데, 그걸 보고 한국남성들의 소통능력 부재에 연민을 품은 정혜신 박사에게도 공감을 느끼긴 했지만, 복권 판매소에서 산 복권 세장을 죽는 순간까지 지갑 속에 고이 간직했던 그 아버지에게 더 큰 공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내 생각에 아마도 그 아버지는 지갑 속에 꿈 세 조각을 간직했었을 것이다. 인생을 변화시키고 싶은 소망, 뭔가 다른 삶에 대한 상상, 혹시 당첨될지도 모른다는 설렘 따위의 꿈을 말이다. 누구나 마음의 지갑 속에 각기 복권 세장쯤은 지니고 살지 않을까. 돌아오는 연
올해 대의원총회가 무사히 끝났다. 이수구 협회장이 출범한 이래 첫 대의원 총회이기 때문에 1년 평가에 대한 성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이날 총회의 대체적인 평가는 ‘잘했다’이다. 1년 동안 예전 집행부보다 많은 일들을 해 놨다는 것이 대의원들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이번 총회에서 가장 초미의 관심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전문의제도였을 것이다. 과거처럼 총회석상에서 갑론을박할 것으로 보였으나 다행히 원론적인 의견충돌 없이 상당히 매끄럽게 의견을 집약시킬 수 있었다. 각 지부에서 각기 제출한 전문의 안건을 집행부 안까지를 포함 총 5개 안으로 정리하고 이를 두고 투표해 가장 낮은 득표 안부터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진행함으로써 있을 수 있는 잡음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는 의장의 유려한 총회 진행솜씨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건일 의장은 총회 내내 유머와 부드러운 진행으로 이번 총회를 치협 사상 가장 성공적이며 인상에 남는 총회로 만들었다. 아마도 이번 총회가 남긴 성과라고 하면 전문의제도에 대한 정리와 인상적인 총회진행이 아닐까 한다. 부연해서 집행부의 준비된 답변 역시 눈에 띄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정책연구
불교에서의 연기법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세상 모든 것이 하나의 개별적인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연이라는 관계에 의해 원인과 결과로서 연기(緣起)하여 일어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연기법을 화엄경에서는 인드라망이라는 비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드라는 한역(漢譯)하면 하늘의 신 중에 하나인 제석천(帝釋天)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 제석천의 궁전에는 많은 구슬로 만들어진 그물 즉, 인드라망이 있는데 그 그물은 한없이 넓고 이음새마다 구슬이 있으며, 그 구슬은 서로를 비추고 비추어 주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또 그 구슬들은 서로를 비출 뿐만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져 있으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라는 것이지요. 만물이 서로 그물처럼 얽혀있다고 하는 인드라망의 비유가 불교에 있다면 현대 물리학에서는 그걸 이렇게 말하고 있더군요. ‘어떤 사건이나 어떤 존재도 홀로 일어날 수 없다. 다만 겉으로 그렇게 보일 뿐이다.’ 라고요. 우리는 마치 스스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세계의 실상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를 비추고 비추는 밀접한 관계 속에서 큰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서로가 서로를
역사학자 토인비는 “미래가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만 미래가 온다” 는 20세기 최고의 名言을 남긴바 있다.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미래가 오고 있는 것인가.장자연 리스트가 관음증(觀淫症)에 빠져있는 묘한 속성(俗性)을 부추겨 각종 정보 매체를 뒤 덮더니 이제는 박연차 리스트까지 오버랩(overlap) 되어 가히 부패 증후군의 백미를 이룬다.머지않아 노무현 게이트가 가세하게 되면 게 묻은 돼지든 x 묻은 돼지든 나는 아니라며 오리발 내미는 진흙탕 싸움이 볼만할 것이다.현 시점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듣·볼거리에 멍청이 냉소만 보내고 있어야 하는가. 의식 있는 시민이라면 현실의 거울에 비쳐진 이러한 부패 syndrome을 살펴보면서 내일 모래 우리에게 닥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따라서 이 시대를 책임져야할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며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미래적 “어젠다”가 무엇인가에 대해 올바른 진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우선 지난 반세기를 되돌아보자. 해방정국의 좌·우 이념분쟁에서 어렵사리 수립된 정부는 6.25를 겪으면서 독특한 반공국가로 자리 매김 된다. 5.16을 겪으면서는 반공사상이 더욱 강화되었다.정확한
의학이 점점 발전할수록 치료분야에 대한 영역은 세분화하기 마련이다. 치과 분야나 의학 분야, 한의학 분야 등 모든 의술의 영역은 그런 식으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각 분야에는 서로 그 고유영역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종종 있어 다툼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구순구개열 치료영역이다. 현재 이 치료영역은 구강악안면외과와 성형외과에서 서로 무한 경쟁을 하며 환자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설혹 성형외과에서 구순구개열 환자를 치료하더라도 치아교합 등의 문제는 치과의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구강악안면외과에서 다룰 경우 굳이 성형외과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경우가 많은 점을 보면 비교우위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보톡스 등의 치료영역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다. 치과영역으로는 블루오션으로 알려진 이 영역에 대해서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로 환자를 위해 열심히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 이번에는 좀 종전의 문제와 다른 양상의 사안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치과의 고유영역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던
작금의 경기 불황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은 치과를 비롯하여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의료인들이 체감하는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그리고 회복은 또 왜 그리 느린지. 경제적 불안감으로 실제적 경기침체기에 이르기도 전에 그 낌새만으로도 환자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하물며 지난겨울 강풍에 실려 오는 경기침체의 늪은 치과계에 있어 절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더 중요한건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욕구는 저렴한 진료비로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만 가고, 그에 대한 요령을 알아내기 위해 치과를 여러 군데 다니며 꼼꼼히 살펴본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치과의사들이 경기 불황과 상관없이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으면, 경기침체로 인해 치과 매출은 줄고, 그 매출이 기존의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안감 때문에 환자들의 극단적인 저가 치료비용의 요구에 유혹받게 되고, 그러다보면 결국 우리 스스로 던져놓은 수많은 덫에 우리 자신들이 걸려들어 또 그것을 피하려 다른 방편을 간구하기 위해 각자의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부메랑 현상이 우리의 과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삶에는 운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 길흉과 피해갈 길을 알고자 점쟁이를 찾아 가는 사람은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 일도 없는데, 그저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신접한 사람들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요즘처럼 좋고 나쁜 것의 판단기준이 ‘돈"의 많고 적음과 돈이 잘 들어오고 못 들어옴에 달려 있는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불행을 당한 사람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져서…’라든가, ‘참 기구한 팔자를 타고 나서…’하는 식으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의 책임을 운명의 탓으로 돌린다. 자신이 운명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우리의 치과분야에서도 그렇지만, 삶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들은 ‘현안(懸案)"을 해결하느라고 많은 시간을 쏟는다. 전문의제도, 세금, 과대광고, 불법광고 등등,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현안들이 우리의 분야에만 하더라도 넘친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은 헛된 것처럼 보인다. 어차피 운명대로 되어버리는 것이라면, 귀한 시간을 거기에 쏟는 것보다는 신접한 사람을 찾아가서 운명을 묻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그런데, 이러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운명에 탓을 돌리던 사람들마저도 운명을 거부한다
지속적인 환경변화에 맞춰서 병원과 병원의 CEO인 치과의사들이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이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듯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혁신이 두려운 이유는 가보지 못한 곳을 가야 하고, 해보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는 ‘창조성은 여러 가지 것들을 연결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앞선 자들의 경험이나 역사적인 사실 또는 이미 우리가 행동하고 있는 방식 등을 어떻게 조합하냐에 따라 모든 결과는 달라지게 된다는 얘기다. 병원의 혁신과 발전은 결국 놀라운 방법을 발견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각 병원의 상황에 맞게 경영자인 원장이 기존의 경험과 방법을 조합하여 새로운 창조적인 방법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조합을 추구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 가치터널이다. 내원한 환자가 병원에서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병원만의 가치를 느끼게 함으로써 지속적인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병원의 경쟁력을 지속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환자에게 만족을 주는 일부 접점만이 병원의 가치를 느끼는 부분으로 생각하여 그 외 부분의 지출은 비용이라
보건복지가족부 조직이 새로 개편됐다. 정부 각 부처 및 산하조직을 전면 축소개편하면서 복지부 역시 개편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복지부는 11개과가 줄어들고 3개과가 신설돼 총 8개과가 감축하는 결과가 됐다. 치과계로서는 이번 조직개편에 지대한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구강보건담당부서가 조직개편 시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 때문이었다. 지난 노무현 정권 때 폐과 됐던 구강보건과를 온전치는 않지만 나름대로 복원할 수 있었던 때가 지난해 10월, 당시 이명박 정부는 새 정권 출범초기부터 정부 조직을 축소하겠다고 천명한 상태였고 이미 축소해 온 상태이기 때문에 구강보건전담부서를 새로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현 집행부는 어려운 추진 과정을 거쳐 종전의 생활위생과에 구강보건담당기능을 포함시켜 ‘구강·생활위생과’로 복원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어렵게 복원한 구강·생활위생과이기에 이번 조직개편에서 어떻게 되는가 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그러한 우려가 필요 없게 됐다. 구강·생활위생과가 ‘구강생활건강과’로 기능과 역할이 확대 개편된 것이다. 치과계로서는 대 환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개편으로
“선생님 1시 반 환자 오셨어요. 마취해 놓을까요?" 점심 식사 후의 짧은 휴식 시간. 식곤증을 이용해 잠시 달콤하게 졸았건만 야속하게도 1분의 오차도 없이 의국의 문은 열리고 치과위생사의 사무적인 외침이 들려온다. 인턴에게 마취를 지시하고 조금 더 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처음 진료 예약을 잡을 때부터 ‘아프지 않게"를 부탁하며 울상을 짓던 환자의 표정이 생각나 미련 많은 표정으로 의국을 나와 진료실을 향한다.겁에 질려 떨고 있는 20대 후반의 여자 환자. 그렇지 않아도 하얀 얼굴이 더 하얘지니 그 아름다움도 더 해진 느낌이지만 한가하게 감상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너무 걱정 마시고 천천히 심호흡해 보세요." “아프시면 언제든지 왼손을 드시면 되요. 잠시 중단 할테니까요."사람이 공포를 느끼는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무지에서 오는 법. 아무리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설득해 봐야 어린 아이를 사탕으로 어르는 만큼의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차라리 조금은 강압적이라도 일단 마취를 시작해서 많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시작하겠습니다." ‘삑"하는 기계음과 함께 천천히 뒤로 기울어지는 치과용 의자. 긴장이 극에 달한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