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예후에 대해 감상에 젖어 잔정을 주는 일은 삼가는 것이 의료사고 예방에 ‘금과옥조’라고 생각한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S신경외과에서 1987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50세 남자 환자가 두경부 손상으로 출혈이 낭자한 상태가 돼 응급실에 실려 왔다. 환자 가족들은 걱정이 돼 동장군 살 맞은 듯 와들와들 떨면서 원장의 소매를 부여잡고 애원으로 사정을 했다. “원장님!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 살 수는 있겠습니까? 거절하지 마시고 수술이라도 한 번 받을 수 있게 해 주세요”가족들은 눈물로 호소하며 원장에게 매달렸다. 평소 마음이 착하고 잔정이 많은 원장은 환자의 가족들에게 측은한 정을 느끼며 “별일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시고 조용히 기다리세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수술실로 들어갔다.장시간에 걸친 수술은 끝났으며 의식이 회복되기를 기다렸지만 환자는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사망한 것이다. 물론 수술 전에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는 각서와 수술동의서도 받아 놓았었다. 그러나 최선만 다 해주면 원이 없겠다고 애원하던 환자 가족들은 180도 돌변해 환자를 살려내라고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원장! 죽일 놈
약사법에 의하면 치과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면 약사는 일정한 요건 하에 처방전을 변경, 대체조제할 수 있는데, 약사는 처방전을 발행한 치과의사에게 동의를 득해야 한다. 그런데 대체조제에 대한 의사의 동의가 개별 처방 건에 대해 개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인지, 특정 의약품의 경우 일정한 대체 의약품으로 변경하는 포괄적 동의로 족한 것인지 문제될 수 있었다. 약사법은 치과의사와 약사 간 중요한 의사소통에서 동의의 방식과 한계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그리해 약사법상 대체조제에 대한 동의가 어떠한 것인가를 두고 법률해석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근 약사가 처방전을 변경·대체 조제할 때에는 반드시 의사로부터 일일이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대법원 판결은 항소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 것이어서 약사법 규정을 두고 1, 2심과 대법원과 해석이 엇갈렸던 사안이다. 여하간 대법원은 의약품별 포괄적 동의아래 한 대체조제는 잘못이라면 대체조제 전 반드시 처방전별로 의사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A씨는 2000년 10월 자신의 친형이 내과를 경영하는 바로 옆 건물에 약국을 열고 10개월 동안 처방전을 가져온 환자들에게 가격이 비싼 오리지널 약품
환자는 누구나 양질의 진료를 받기 원한다. 그러나 임상에서 엄밀한 의미의 양질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환자가 양질의 진료에 대한 분별력을 갖기도 어렵다. 결국 환자가 진료서비스를 받으면서 얻기를 원하는 것은 양질의 서비스 그 자체라기 보다는 ‘만족"이라는 주관적 가치임을 알 수 있다. 김치를 먹어 본 후에 매운 정도를 물어 본다면, 맛보는 사람의 미각, 촉각, 시각 등의 감각에 따라서 다르다. 그러나 두 가지 김치 맛을 보고 난 후에 어떤 김치가 더 매운 것이냐고 묻는다면 ‘맛치"가 아닌 이상 매운 김치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변화에 반응한다"는 것이며 이에 관한 이론을 체계화한 것이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제시한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 가치이론)의 출발점이 된다. 어떤 환자가 150만원을 주고 임플랜트를 했는 데 만족했다고 하자. 그런데 다른 치과에서 두 번째 임플랜트를 하는 데 2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환자는 당장 가격 불만족을 갖게 된다. 역으로 지난 번에 300만원을 주고 했다면, 두 번째 임플랜트 200만원에 환자는 만족한다. 왜냐하면 환자가 임플랜트 가격에 대한
일반 소아과에서 불소도포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치과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너무나 명백한 치과분야 영역의 치료를 일반 소아과에서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다. 더욱이 부산, 광주, 광명, 김해 등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일이다. 예전부터 의과와 치과분야의 영역 다툼은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구순구개열 치료다. 구순구개열 수술영역은 아직도 구강악안면외과와 성형외과에서 치열하게 영역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턱관절치료나 코골이 및 수면 무호흡증 치료 등도 해당 의과분야나 한의과 분야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악골 성형분야, 설단소증 수술 등 역시 해당 의과분야와의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들어서는 보톡스 및 필러 등 최신 치료분야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렇듯이 치료영역에 대한 충돌은 그 영역 구분이 명확하지 않거나 양측 분야에 모두 해당될 경우에나 일어나기 마련이다. 누가 어느 정도 많은 술식 경험을 쌓느냐에 따라 환자들의 선택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곤 한다. 따라서 각 분야마다 여러 방법으로 홍보를 하며 이같은 홍보로 인해 국민의 인식이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이러한 영역 다툼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이미 과거처럼 치과가 단순히 치아만을 치
최근 10월 22일자 치과신문에 ‘지각과민처치로 허가받은 레이저만 인정’, ‘레이저 지각과민처치 기준, 내년 1월 변경’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주요 내용은 심평원 중앙심사평가위원회 결정사항(07.9.10)으로 2008년 1월 1일 진료분 부터 요양급여 장비의 적정기준(보건복지부고시·06.9.27)에 의거 ‘지각과민처치’라는 구체적인 표현으로 식약청장의 허가 또는 신고가 된 기기를 사용한 경우에만 급여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에 관한 세부적인 인정기준으로는 6개월에 1회만 인정하며, 약물도포와 레이저사용을 같은 부위에 실시한 경우는 레이저처치만 인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와 같은 새 기준을 마련한 연유는 레이저를 이용한 지각과민처치로 고액의 진료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이를 억제하기 위한 조처로 생각된다. 분류번호 처-1, 지각과민처치(1치아 당), (레이저치료, 상아질 접착제도포의 경우) 항목은 소위 ‘100/100, 전액본인부담’항목 중에서 2005년 8월 1일부터 ‘급여’로 전환됐다. 당시 레이저지각과민처치 수가는 1치아 당 1만8400원으로 이는 당초부터 있던 차-4 약물도포, 이온도입법 항목 수가 1570원의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 한 복판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꿈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서 웬만큼 성공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가게에 원인 모를 불이 나서 값비싼 물건들이 모두 타 버렸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혀를 차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 안됐다. 이 집주인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다음날 아침, 가게 앞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붙었습니다. “이 상점의 모든 것이 불에 타 버렸습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새롭게 출발하겠습니다. 주인 백.” 거리를 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이 주인의 용기와 끈기와 당당함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이 정도의 기백과 끈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금방 재개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십시일반으로 그 주인을 도왔습니다. 돈도 꾸어주고 물건도 외상으로 대주고 해서 얼마 되지 않아 그 주인은 금방 다시 일어섰습니다. 가게가 몽땅 불타버린 후에 남들처럼 금방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들이 다 포기할 수밖에 없는 그 바닥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겠다고 결단하는 것은 실로 위대한 일입니다. 타고 남은 잿더미 위에서 모두가 절망하고 있을 때 거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1588호에 이어 계속> 지난 여름 방학 동안에는 미국 아틀란타의 에머리대학 생물학부에 다니는 여학생이 필자의 교실에 한 달 동안 견학하러 왔었다. 고등학교 때 유학해 현재 학부생인데, 장차 의·치대에 진학하고 싶어 미리 견학하고자 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9·11 사태 이후에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의 취업이 많이 힘들어져 최근에 미국에 유학했던 학생들이 다시 우리나라로 회귀하는 현상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은 그 사람이 받은 교육이나 읽은 책 또는 경험의 소산이므로 우리나라에서의 적응이나 취업이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 한 예로 다른 나라 의·치대를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려면 국가고시를 다시 봐야 하니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BBC 방송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유학생은 2004년 2백70만명으로 과거 10년 전 (1995년 1백30만명)에 비해 약 2배 증가했다. 한국 출신 학생은 전체 유학생 가운데 4.3%를 차지해 일본 (2.8%)보다 많은 수를 보이고 있다. 주위를 둘러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가 국민총생산(GNP)의 7.5%를 교육비로 지출해 1위인 8%인 아이슬란드에 이어 OECD
편지와 전화의 단점을모두 충족시켜주는 e-메일난 오늘도 컴퓨터 앞을 서성인다 소위 PC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결국은 어떤 경로 이든 e 메일을 하게 되어 있다. 직장이나 사업관계로 사무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가까운 친지와도 하게 마련이다. 이제는 컴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 돼 컴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컴의 노예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바야흐로 컴은 생활에도 점점 파고들어 어느덧 필수가 돼 가고 있으며 사무실에서 가정에서 모든 쇼핑을 하는데 에서도 또한 예약을 하는데에도 컴의 역할이 지대하다. 나의 경우는 처음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시집들을 올려 보라는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여 홈페이지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을 찾아 돈을 내고 만들고 시집들을 올려놓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PC와 가까워지고 독자들이 내 홈피에 들어와 보고 글을 남기고 간 분들에 대한 답례의 글을 나 또한 e 메일로 쓰기 시작하게 되었다. 정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고 어께 너머로 배운 것이어서 처음부터 엉망이다. 둘째 손가락으로 치는 독수리 타법이였다. 하기야 지금도 여전히 독수리 타법이지만 처음 보다야 속도가 좀 빨라졌을 뿐 큰 진전은 없고 이
1971년 12월 25일 오전 10시경 발생했던 서울 충무로 소재 대연각 호텔 화재 사건은 우리나라가 바야흐로 본격적인 경제개발의 성공과 더불어 서울이 번영하는 현대도시로 접어들면서 즉 60년초에 비해 인구가 2배로 증가한 5백50만명을 넘어서면서 고층건물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했다. 대연각 호텔 화재 참사사건을 당시 기자들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필자가 감정했던 내용을 요약 정리해 몇 회에 걸쳐 게재하고자 한다.대연각 호텔 건물은 당시 준공된지 18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축건물로 지하층 및 지상 22층으로 수직 석조벽 구획으로 두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건물의 서쪽 반 부분은 6층에서 20층까지 223개의 객실이 있는 호텔로 사용되고 있었다. 21층은 나이트클럽 겸 라운지가 있었고 주차장은 지하에 있으며 보일러실과 기계실은 중간지하층(1층) 높이에 위치했다. 이 건물의 2층에는 은행, 커피숍, 사무실로비, 호텔로비 등이고 3층에는 호텔부분으로서 2개의 식당, 1개의 바겸 카페 그리고 칵테일 라운지가 있고 4층에는 연회장, 미장원, 이발소, 호텔관리 사무실이 있었다. 5층에는 중앙난방 및 에어컨시설을 위한 기계장비실을 겸하
프로골퍼는 필드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공이 날아가는 코스와 공이 떨어지는 목표 지점을 머리 속에 그릴 뿐 아무 생각이 없다" 라고 답한다. 반면에 초보자는 골프 교본에서 본 스윙의 규칙을 몸에 담고자 한다. 그래서 머리 속은 항상 복잡하고 몸은 경직되고 미스-샷을 날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샷의 결과는 항상 프로골퍼가 초보 골퍼를 앞선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좀 동떨어진 예이기도 하지만, 경영/경제학자가 학문이 낮은 사람들보다 재테크에 실패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인간의 정보처리 프로세스에는 직감적인 것과 분석적 부분의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중 프로세스이론"이라고 한다. 시스템Ⅰ이라고 불리는 것은 직감적이고, 연상적이며, 경험적이며, 자동적이며, 병렬적이며, 순간적인 처리 기능을 뜻한다. 상대적으로 시스템Ⅱ라는 사고는 분석적이고, 통계적이며, 규칙 지배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는 사고처리를 말한다. 앞서 골퍼의 예에서 프로골퍼들은 시스템Ⅱ라는 과정에서 부단한 노력을 거친 끝에 실제 현장에서 시스템Ⅰ이 우선적으로 작동하게 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시스템Ⅱ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시스템Ⅰ도 잘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실패도 후회도 없고앞날을 정확하게 내다 본다 지구가 생긴 이래 모든 동식물은 생존을 영위(營爲)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 경험들을 토대로 보다 더 영리하게 생존경쟁에 대처해 왔다고 믿어진다.특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수십만년전인 선사시대로 부터 다른 동식물보다도 더 뛰어나게 생명을 유지하고 잘 살기 위하여 많은 머리를 썼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발전하고 또 발전하여 오늘날과 같은 고도로 발달된 문명사회를 이룩하면서 지구상의 만물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는 인간이 다른 동식물 보다도 많은 경험을 하였으며 또한 그 경험들을 잘 전수(傳受)하였기 때문일 것이다.경험에는 성공한 경험과 실패한 경험이 있고, 또 남의 경험과 내 경험이 있다. 작게는 개인의 경험이 있고 크게는 가족이나 부락, 단체나 국가의 경험도 있다. 모든 역사는 경험의 기록이며 모든 학문 또한 경험의 나열(羅列)이라고 보아 틀림이 없다. 개인의 이력(履歷)이 곧 경험이요, 만들어 낸 모든 산물이 곧 경험의 열매다. 곤충이 D.D.T.에 면역이 생겨 죽지 않는 것도, 지진이나 해일(海溢)을 미리 아는 야생 동물들의 초능력도 모두 경험에 의한 생존 수단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