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어느 곳에 있든 가장 진실한 자기 자신이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한 여름 불볕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 가을의 초입에 난데없는 폭우가 쏟아져 수확을 재촉하는 쨍한 금속성의 가을 햇볕을 고대하던 온갖 것들을 물에 가둬버렸다.유독 요즘 들어 겨울이 겨울답지 못하고,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각 계절이 저 답지 못함이 살아가는 건지 아니면 살아지는 건지도 모르고 사는 나를 여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 일요일 아버님 산소에 벌초를 하기위해 고향에 가던 중 벌초 후 사용할 제초제를 사러 들렀던 조그만 시골 농약사에서 아무 생각없이 눈길이 간 작은 칠판위에 적힌 글귀하나. 隨處作主 入處皆眞 (수처작주 입처개진 )어느 곳에 있던지 주인이 되라, 서 있는 것은 진실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로 자기가 어느 곳에 있든 가장 진실한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뜻 으로 중국 당대의 스님 임제선사의 말씀이다. 뭔가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니 글씨만 바라보다 머쓱해져 그저 주인이 들려 주는 대로 제초제봉지를 들고 나왔다.내 나름대로 한때 그 또한 하나의 화두라 생각하며 열심히 되뇌었던 글귀였건만… 잊고 살았던
장주혜<본지 집필위원> 누구든지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음직한 의사선생님에 대한 인상은 하얀 가운을 입고 앉아서 차트에 뭔가 알 수 없는 꼬부랑 글씨를 써 내려가는 분이라는 것일 수 있겠다. 암호와 같은 그 내용들은 단연 아무나 알아 낼 수 없는 것으로 그들 세계에서 통용하는 전문용어라는 암묵적인 동의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그런데 그 수수께끼 같은 내용들이 수십 년이 지나 의료계에 종사하게 된 지금도 전혀 읽어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던 대학병원의 치과에 환자의 병록이 넘어와서 살펴 볼 때면 각 진료 과에서 써 놓은 진단명과 치료 과정 그리고 투약내용들이 거의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보통 약어로 축약된 데다 치과의사들에게 생소한 용어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멋들어진 사인을 만들어 내듯 휘날리는 영문체로 써 내려 가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치과의사들이 C.E. C.F. 라고 달랑 적어 놓은 근관 치료기록을 그들이 어떻게 볼는지도 익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나마 법적 소송의 중요한 증빙자료가 되는 응급실 진료기록은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져 누구라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편이었다. 최근 들어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크
<1580호에 이어 계속> 증례 5 1991. 1. 25. 09:00경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남대교 남단 고수부지 진입로에서 어른여성 1명과 어린아이 1명이 불에 타고 있는 것을 새마을 공공근로 일을 하러 나가던 사람이 발견해 신고했다.부검결과 사인은 불명이며, 미8군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신원확인을 시행하게 됐다. 미8군으로부터 받은 이○○(영문이름 : ○○ Chun)의 방사선사진과 99. 1. 26일 서초경찰서로부터 의뢰된 이○○로 추정되는 시신의 방사선사진을 비교한 결과 손과 및 발에서 채득한 방사선사진에서 동일인의 소견을 보고, 제시된 정면사진에서 이○○의 치아형태 및 배열로 동일인임을 판단했다. 또한 여성과 어린아이는 유전자 검사결과 친자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나 미8군에서 제시한 치과진료차트와 99. 1. 26. 의뢰해 이○○과 함께 사망한 아이의 치아상태를 비교한 결과 4세가량의 남아로 치아우식증의 형태 및 부위가 일치하는 소견을 보여 동일인으로 확인했다. 이 예에서는 현장 시신의 주변에서 불을 점화하기 위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타다 남은 영문서류가 발견됨으로써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그 영문서류는 군사적인 내용을 담고
‘신정아 누드’ 언론 게재, 인권 침해다 지난달 13일자 일부 언론에, 최근 세인의 이목이 집중된 고위공직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관련된 ‘신정아’씨(전 동국대 교수) 누드 사진이 공개돼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실로 인간의 죄는 미워해도, 인간자체를 미워할 수 없다는 인격가치의 사회학이 새삼스럽게 문득 필자의 머리를 뇌성처럼 치고 지나갔다. 선정적인 언론이라는 비난과 ‘신정아’ 사건의 문제핵심 본질이라는 언론사 입장 사이에는 인간의 본질적 가치에서 조명해본 실로 원대한 철학적 내지는 사회학적 규범 혼란이 뒤엉켜 뜨거운 아스팔트위에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져 있었다.두 개의 ‘신정아’씨 누드 사진이 오버랩 되는 표현 속에서 대중이나 독자들의 관음(觀淫)에 영합할 수 있는 선정성이야말로, 상업적 저널리즘의 속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 일예로 보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그러나 언론의 보도 때문에 인간의 인격권, 더더욱 개인의 인권이 무시되거나 짓밟힐 수 있는 인격의 마지노선이 침해돼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매체들의 표지에는 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의 관련기사로 뒤덮여, 사건의 추리를 향한 대중들의 호기심을 극도로
역시나 정부기관이라 다를 바가 없었다. 지난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매년 보험관련 이의신청건수가 늘어나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고자 공단 내 이의신청위원회를 확대 개편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매우 잘한 일이라고 칭찬을 했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확대 개편한 이의신청위원회 위원으로 치과의사가 한명도 배정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가 하는 일이 언제나 그렇듯이 의료전반 분야를 다루면서 치과가 배제되는 일이 허다하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번 칭찬이 무색해 지고 있다.공단측은 모든 의약단체 대표를 넣을 수가 없어 의협과 병협 관계자 2인만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궁색한 변명이다. 의약계를 모두 넣을 수가 없어 의사만 2명을 포함시켰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얘기인 것 같지는 않다. 또 공단측 설명으로는 치과관련 이의신청이 단 한건도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예단을 한 모양이다. 그러면 역으로 치과 관련 이의신청이 있게 되면 그때 또 확대개편할 것인가. 위원회 구성을 보면 그 답이 나와 있다. 4개조에는 직장가입자대표로 사용자단체와 근로자단체가 다 들어간다. 지역가입자대표로는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 농어업인단체, 자영업자단체가 각각 2개조씩 배
최근 치협 보험위원회에서는 ‘치의신보’에 회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치과분야의 허위청구와 부당청구의 사례를 모아 3회에 걸쳐 게재한 바 있다. 허위·부당청구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회원들로 하여금 무관심으로 인한 불이익을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의를 환기할 목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허위청구, 부당청구, 본인부담금 과다청구 등의 세부분으로 나누어 사례들을 소개했다. 혹시 읽기가 불편 하더라도 자신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없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한다. 왜냐하면 무심코 한 청구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허위청구로 인해서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고통을 받은 동료들이 제법 있다. 들어난 허위내역의 5배를 물어내야 된다든지, 3년 기간 소급해서 처분을 받는 다거나 여러 날에 걸쳐 업무정지 또는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이들이 있다. 허위청구에는 시행하지 않은 진료를 거짓으로 청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료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청구 하는 것도 포함된다. 즉 광중합충전을 시행하고 아말감충전을 청구하는 경우는 허위에 해당 된다. 허위와 부당은 처벌의 수준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심사위원으로 치
‘봄은 처녀, 여름은 어머니, 가을은 미망인, 겨울은 계모’라는 말이 있습니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차츰 아열대의 기후처럼 변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긴 여름과 빨리 다가오는 추위때문에 봄, 그리고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듯합니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에 관계없이 다가오는 민족의 명절 ‘추석’이 가까 왔습니다. 또 다시 민족의 대 이동이 시작될 것입니다. 다행이 올해는 추석 연휴기간이 길어서 고속도로가 붐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얼마 전 여름휴가 때 어느 분이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모처럼 나들이에 나섰는데 어찌나 차가 막히는지 굼벵이 걸음으로 가고 있는데 약삭빠른 차들이 갓길로 질주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따라갈 수도 없고 눈치를 보고 있던 중 영업용 택시 한 대가 재빠르게 옆길 국도로 빠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답니다. 순간 생각하기를 아마 운전기사가 지름길을 알고 있구나 하는 판단을 하고 핸들을 꺾어서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가다보니까 자기네 차량 뒤에도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의 차가 여러 대 줄을 이어서 따라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파른 언덕과 오솔길을 계속 따라 가도 길다운 길을 보이지
‘며칠 전 당신 치과에서 이를 뽑았는데 왼쪽 다리가 쑤신다고 하시더니 전신이 불덩어리가 돼 오늘 밤에는 의식이 왔다 갔다 하신다’ 치의신보는 현재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인 박종수 원장이 펴낸 치과임상에서 의료 분쟁예방을 위한 사례집 ‘의료사고의 안전벨트’의 책 내용 중 일부를 군자출판사의 협조를 얻어 발췌, 30회 분량을 칼럼화해 지면에 게재키로 했습니다.이번 칼럼은 나날이 의료분쟁이 급증하는 가운데 수십년 치과 의료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내용이어서 치협 회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편집자주> 유난히도 무더웠던 어느 여름 날, 한 밤중에 전화벨 소리가 요란했다. 치과의사의 집에 심야의 전화벨은 누구의 가슴을 울리는 소리인가? ‘큰일 났습니다. 원장님! 우리 아버지가 당신 병원에서 발치를 했는데 지금 돌아가시게 생겼습니다. 빨리 좀 와주시오’라고 숨넘어가는 목소리가 나의 귓전을 때렸다. 아찔했다. 잠은 벌써 싸늘하게 식어 멀리 날아가 버렸고 순간적으로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속이 갑자기 쓰려 온다. 만성위장염이 다시 도진 모양이다. 사고환자는 어떤 사람인지 누구였었는지 아직 감이 잡히지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행위는 환자유인행위의 전형적인 일 유형으로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특히 급여와 비급여 진료가 혼재돼 있는데 비급여 진료비 상당액만을 수납한 경우, 급여진료의 환자 본인부담금을 면제한 것인지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한 것인지 판단하기 용이하지 않다. 또한 진료비의 할인이 우발적이냐 계속적이냐 여부도 중요할 것이다. 단순히 개별적인 사정으로 이미 본인부담금 면제 및 진료비 할인의 합의 없이 의료기관에 내원한 환자에게 개별적으로 할인을 한 것이라면,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본인부담금 면제 혹은 진료비 할인이라는 것이 불특정다수인에게 공개돼 이로 인해 환자가 내원했다면 영리목적으로 환자유인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종래 의료기관에서 특정한 진료를 받는 모든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받지 아니한 경우에도 주관적 의도가 영리목적으로 환자 유치를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 대해 환자유인행위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서
안정을 뒤로하고변화를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하는노력과 용기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지하철을 탈까, 버스를 탈까하는 작은 선택부터 크게는 어떤 일을 천직으로 삼을 것인가, 누구를 배우자로 선택할 것인가 등 우리는 지금껏 무수한 선택을 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진로변경은 내 인생에서 지금까진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시기에 우리나라는 IMF라는 위기를 맞았고 졸업을 앞둔 사회 초년생들은 취업난을 겪었다. 가뜩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졸업에 즈음하여 나는 더더욱 진로선택의 어려움을 느꼈다. 어떻게든 취업을 위해 노력해 봐야할지, 전공공부를 더 심도 있게 해서 나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지, 이도저도 아니면 지금가고 있는 나의 진로를 완전히 바꿔야 할지 하는 고민을 한층 더 심각하게 하게 되었다. 당시에 공학도였던 나는 대학 4년간 나의 전공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지 못했었기에, 종종 친구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할 것 같아. 나는 아직도 내가 무얼 해야 좋을지 잘 모르
수도권에 개업한 5년 차 치과의사가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길래, 필자는 “당신의 개업 성공 요인은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행운(?) 때문이라는 대답했다. 직원을 뽑을 때 해야 할 일과 성격적으로 잘 맞는 사람을 뽑아서 그 직원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무엇 보다 큰 도움을 받았던 사람은 대기업 출신 사무장을 영입한 케이스라고 했다. 원장 스스로 경영관에 대한 관심이 있고 지식을 갖추기도 했지만, 기업에서 훈련 받은 사무장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치과의원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소규모 개업을 하는 경우, 최소한의 진료보조 인력을 사용해서 진료 비용을 절감하고 대부분의 관리적 업무는 원장 스스로 해결하거나 외주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이다. 그런 식의 개업에 익숙해지다 보면, 관리의 모든 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위탁하는 것은 공연한 낭비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의원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한 눈에 들어오고 원장 자신이 습관적으로 몸에 밴 경영 프로토콜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은 왠지 불안하게 여기질 수도 있다. 문제는 치과의원이 성장해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