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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와 D사이

스펙트럼

인턴 말미에 이르러 드디어 지망과에 정착을 했습니다. 국내에 몇 없는, 진료실을 갖춘 예방치과입니다.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각종 재료부터 진료 장비, 의국 가구에 이르기까지 살림을 갖추느라 바쁜 시간을 보냅니다.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곳을 거쳐 간 수련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택에 선택이 이어집니다. 책상, 의자 등 의국 집기들을 결정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진료에 사용할 재료의 종류를 고르고 각 성질을 비교합니다. 로컬에 있는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하느라 카카오톡 메시지가 분주히 오갑니다. 핸드믹스 GI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누군가 한 마디 건넵니다.

 

“이거 스태프들을 너무 괴롭히는 거 아냐~?”

 

우스개로 가볍게 건넨 이야기에는, 재료의 선택에 앞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분주도 등 여러 측면에서의 여건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속뜻이 있었습니다. 제가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있던 또 다른 선택의 기준들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관련 특집을 방영하여 유명해진 바 있는, 한 철학자의 말입니다.


당시 방송을 보면서는 그저 웃기 바빴는데, 이제 와 떠올려 보니 저도 여태껏 꽤 많은 선택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택의 기준은 각기 다양했으며, 그 기준도 꾸준히 변화해 왔습니다.

 

선택의 결과에 항상 만족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이 불만족에 가까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예방치과의 수련을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쩌면 3년 뒤 땅을 치고 후회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만 다양한 선택의 기준들이 변화해온 궤적을 추적해 본다면, 제 주관에 비추어 그 방향성은 썩 괜찮은 것 같습니다. 가령 치전원 입학의 선택 기준이 ‘돈’ 이었던 것에 비해, 수련 선택의 기준이 ‘흥미’ 로 변화한 것처럼 말이죠.

 

B로부터 출발해 D를 향하는 여정 가운데 매일같이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전 선택의 기준과 선택한 결과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선택을 이어나간다면 그 만족도의 예지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선택의 기준이 성숙되어 보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 결과에 대한 만족도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