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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庫間)에서 인심이

임철중 칼럼

샌프란시스코를 세계 3대 미항으로 등극시킨 일등 공신은 금문교(Golden Gate Bridge)다. 바닷바람의 부식을 막으려고 매년 페인트(光明丹)를 칠하는 데 꼬박 일 년이 걸린다. 파란 하늘 푸른 바다, 그 가운데 우뚝 선 빨간 두 개의 철탑과 양팔처럼 드리운 케이블… 금빛 석양과 만나면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네 번을 왔지만 전장 2.8km의 다리를 단체로 걸어서 건넌 것은 처음이다. 이러한 만남이 함께한 사람들 간에 장벽을 허물어 준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함은  세상만사가 ‘만남(Meeting)’에 있다는 뜻 아닌가? 오지랖 넓게 궂은일을 도맡아 크고 작은 모임을 마련하고, 꾸리며 마무리해 내는 사람이 임원 내지 정치인이다.

 

FDI·ADA 세계총회도 어김없이 준비·조직·실행 각 단계에 묵묵히 봉사한 여러 임원들의 땀의 결정이리라. 그러나 보다 원활한 진행과 풍성한 성과를 얻으려면, 공식적인 대회진행과 별도로, 서로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리더십 있는 국가대표들은 초청 리셉션을 통하여 친교의 시간을 갖는다. 이번 대회도 개최국인 ADA·APDF(중식)·일본의 밤·ADA-FDI 연합·샌프란시스코 시·내년 개최지 상하이 FDI(중식) 등 친교의 밤 행사가 계속되었는데, 한국의 밤(Korea Night)은 없었다.


그나마 한인치과의사회(회장 김필성)가 베풀어준 한국대표단 만찬은 큰 위안이었다.


결국은 예산이다. 우리 치과계는 미흡한 사회환경과 제도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학술 수준과 임상 실력, 기자재 생산능력 등 여러 면에서 사실상 세계의 선두그룹에 속한다. 인류의 구강보건과 치과 의료계의 사회적인 지위 향상에 리더십을 발휘할 능력과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성원과 예산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밤’ 개최는 우리의 리더십을 향한 기초 작업이 될 수 있다. 최근 치협의 건설적인 회무 효과가 구강보건향상과 개원가에 직접적인 윈윈으로 이어진 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협회를 밀어주는 일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투자가 되리라고 믿는다.

 

NG까지는 아니라도 ‘일본의 밤’에서 본 ‘옥에 티’ 하나는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예의바른 의전, 깔끔한 음식, 공들인 회장의 스피치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기자재회사 4대 천왕인 GC·Shofu·요시다·모리다의 후원 덕분이다.  Nikko 호텔의 회의실을 택한 재력 과시 의욕과 애국심은 이해하지만, 낮은 천정 긴 직사각형 중앙 벽에 설치한 연단과 마이크는 짧은 종심(縱深)으로 에코와 소리 간섭을 일으켜, 미녀직원의 통역이 하나도 안 들렸다. 웅웅대는 연설 탓에 참석자들 잡담마저 웅성거려 내용전달이 엉망이 되자, 한 회원이 고함을 친다. “Silence!” 참석자들은 깜짝 놀라 일순 조용했지만, 스피커가 다시 왕왕거리자, 분위기는 금세 쑤셔놓은 말벌집으로 되돌아갔다.


“조용해!” 호통을 들은 그날의 손님 중에, 필자처럼 벌레 씹은 기분으로 돌아간 분이 한 둘이 아니었으리라… 군국주의의 명령어에 길들여져 얼떨결에 내뱉었어도, 영어와 순발력이 받쳐주었다면, 얼른 ‘Please!’를 덧붙여 웃어 넘겼으리라. 마지막 리셉션은 내년 개최 예정인 상하이 FDI. 흥겨운 음악(MR)에 용춤과 사자춤으로 분위기를 띄웠고, 입식(立式) 치고는 음식도 좋았다. 호텔에 돌아와 홍보물로 받은 볼펜을 몇 번 눌러보니, 볼펜심이 고장나 겁먹은 자라목이다.

 

디테일(Detail)에 소홀한 싸구려는 다 된 밥에 코 빠뜨리고 주고도 욕먹는다. 영화 ‘동막골’에서 장기집권(?) 비결을 묻자, 이장님 대답은 “잘 멕이야(먹여야) 돼!”였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얘기다. FDI 총회에서 우리 회장이 초청하는 ‘한국의 밤’을 꿈꾸어 본다. 20여 년 전 미국에서 열린 국제 RW 교정학회에서 치러본 행사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