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대유행(pandemic)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구글 및 알파벳의 최고경영자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 따르면 자회사인 딥마인드에서 알파폴드 알고리즘을 COVID-19의 백신 개발을 위해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알파폴드는 2018년 12월 단백질 접힘 구조를 예측하는 대회인 CASP(critical assessment of structure prediction)13에서 2등과 높은 격차로 우승한 알고리즘으로, 이는 바이오 과학 분야에서 난제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유명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도전자들을 꺾고 우승한 IBM의 AI인 Watson은 암치료 분야에 도전하여 방대한 저널 및 텍스트북을 학습하고 미국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를 비롯한 유수의 의료기관들과 협력하여 의사들의 암치료 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솔루션인 Watson for oncology로 출시되어 국내에서는 길병원을 시작으로 7개 병원에서 도입한 실정이다.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인공지능이 의료영역에 적용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결국은 의과계의 변화를 알아야 치과계로의 적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7월까지의 통계를 볼 때 AI 알고리즘이 의료기기로 승인을 받은 것은 미국 FDA에서 40여 개, 국내 식품안전처에서는 10여 개에 달한다.
실제 의료기기 승인을 받고 상용화된 AI 알고리즘을 살펴보면 우선 심방세동, 부정맥 탐지 알고리즘이 눈에 띈다. 심방세동 알고리즘을 탑재한 디지털 기기로 AliveCor사의 KardiaMobile, Apple Watch(4세대 이상)가 대표적이며, 디지털 헬스케어의 구루라고 불리는 미국 심장전문의인 에릭 토폴(Eric Topol) 박사는 이 심전도 알고리즘이 내장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비행기에서 2번이나 응급환자를 구한 일화가 있다. 한편 믿기 힘든 적용법도 등장하였는데 예로부터 안색(顔色)을 통해 안부를 묻고 건강 상태를 진단했던 것처럼 얼굴을 촬영한 비디오 분석만으로도 심방세동을 탐지하는 알고리즘이 보고된 바 있고 그 정확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다고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되고, 승인된 AI 알고리즘은 X-ray, CT, MRI, 안저영상, 유방 조영술 등 다양한 의료영상 이미지로부터 암 또는 이상 병변을 탐지하는 것이다. 2016년 Google 연구진의 안저영상으로부터 당뇨병성 망막변성을 탐지하는 알고리즘이 안과전문의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되었으며, MIT에서는 유방조영술 이미지 학습을 통해 5년까지 조기에 유방암 발생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발표하였다. 이외에도 많은 딥러닝 연구에서 인공지능의 높은 정확도를 보고하였다. 이에 대한 방증으로 JAMA 편집자인 알렉스 모건(Alex Morgan) 박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사람보다 단순히 뛰어나다는 것만으로는 논문 게재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AI 알고리즘의 임상적 의의를 당부한 바 있다.
이러한 AI 알고리즘의 뛰어난 예측 정확도는 의료 영상의 판독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암과 같은 이상 병변의 조기 진단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처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긴급함의 정도가 다른 응급실 환자들의 특징을 빠르게 파악하고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triage라고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혈당이나 맥박수, 그리고 IoT(사물 인터넷)의 발전으로 우리가 착용하거나 접촉하는 사물에서 수집될 건강 관련 데이터들을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여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적절한 시기에 의료인에게 알림으로써 제때 필요한 피드백과 처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는 더 이상 의사가 필요없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 물론 이러한 분석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현행법상, 그리고 앞으로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이상은 AI의 손에 자신의 생명을 맡기는 환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진단과 의사결정은 의사가 내리되 더 이상 의사의 경험과 학식, 직관만을 근거로 하기보다는 AI가 좋은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CDSS)이다. 자세하게는 지식기반과 비지식기반으로 나뉘어 각각 적용할 수 있는 성격이 다르지만 직관적으로 상상하기에는 환자의 증상에 대한 자연어 분석이나 환자의 영상 정보를 정밀하게 계측하고 수술 방법을 제안하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약의 안정성과 치료 효과에 대한 학술적 업데이트 분야를 AI가 맡아줄 수 있다면 의료진은 더 많은 시간을 환자들과 교감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런 빅데이터와 의료 영상의 분석을 통해 예측된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고, 만성질환을 잘 관리해 나간다면 누구나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물론 관련 법규를 해결하고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정답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 방향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모르고 당황하기보다는 알고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다음 글에서는 치과 영역에서의 AI 적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