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의 3월 15일 기사에 바이러스에 걸리기 쉬운 직업군 중 최상위를 치과의사라고 꼽았다. 환자와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있고 치료과정에서 생성되는 비말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현실은 어떨까?
2주일 전, 독일치과의사회 소속으로 EU에 파견된 담당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폭발적인 바이러스 감염자 증가가 독일을 비롯한 주변국으로 퍼져가는 시점이었다. 메일의 내용은 “독일 정부에서 치과의사들의 진료는 응급환자로 제한했고, 이런 진료 제한 조치는 대다수의 치과진료가 의료보험으로 보장되어 있는 독일의 의료체계에서 치과의사들에게 심각한 수입감소를 가져왔다.
한국에서는 치과진료가 어느 수준까지 허용되며, 어떤 소득감소의 보상을 실행하고 있는지 공유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때서야 코로나19에 대처한 우리의 의료 상황이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을 닫거나 진료의 규제가 한 번도 없었고, 다만 환자들 스스로가 감염이두려워 약속을 취소하거나 뒤로 미루는 상황이지만,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정부에서, 혹은 치과의사들 스스로 감염이 두려워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3월말 FDI 연중 화상회의에서 Zenk위원장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4월까지 치과 문을 닫도록 권고 받았고, 치과적 응급환자가 일반병원의 응급실로 내원할 수밖에 없어 통증의 원인은 방치되고, 오피오이드계 진통제만 처방 받아 돌아가는 상황이라 치과적 통증의 원인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약물중독이 우려된다고 하였다.
그와 정반대 상황인 중국의 Lu위원의 경우, 1월 말부터 도시 봉쇄와 진료 전면 금지의 큰 홍역을 치르고 일주일 전부터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으며, 지난 2달간 내원하지 못했던 환자들을 보고 있는데, 완전 방호복을 입고 하이스피드 핸드피스를 쓰지 않고 진료할 수 있는 환자에 한하여 한 명을 진료하고 1시간의 방역을 하고 다음 환자를 진료하고 다시 1시간의 방역을 하는 제한된 진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틀 전, 독일에서 다시 이메일이 왔다. “진료실 내에서 치과의사의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에 대한 자료 수집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독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사례를 수집해 분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으며, 그 중에는 중국 우한치과대학 Bian학장의 화상 강의도 있었다.
독일이 공유해 준 우한치과대학 Bian학장 화상 강의를 요약해 보았다.
- 작년 12월 중순에 몇몇 의사들이 매일 늘어나는 새로운 병원체에 의한 감염 사례를 보고하였고,
- 12월 27일에 병원체의 염기서열을 확인해 nCovid라고 확정 지었으며,
- 1월 22일에야 치과의사들이 감염병의 긴급성에 대해 의식하게 됐고,
- 1월 24일에 우한의 도시 봉쇄가 시행되고,
- 1월 27일부터 치과의사는 응급치료만 허용되었다.
우한치과대학은 허베이성에서 가장 큰 의료기관으로 2019년에 천여 명의 의료인과 팔백여 명의 학생이 89만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2020년 초부터 1월 21일까지는 5만6000명의 치과환자를 진료하였는데, 이 기간은 바이러스 감염이 우한 도시 전역에 퍼져나가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모든 진료는 ‘통상의 치과 외래진료 시 감염 방지 관례’ (덴탈 마스크와 의사 가운 착용)하에서 이루어졌었다. 3월 19일 우한의 의료진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의료인 전체 감염자 수는 수천 명이고 사망자는 최소 46명인데, 주로 이비인후과와 안과에서 많이 발생했고 치과에서는 9명(치과의사 3명, 스텝 등 6명)이 감염되었다고 한다. 치과의료인 감염자 9명중 3명은 직장에서 감염되지 않았고 사망자는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치과의사 확진자는 4월 초까지 2명으로 보고되었는데, 한 명은 신천지와 관련된 감염이고 다른 한 명은 전공의로, 한창 확진자가 늘어나던 시기의 대구에서 직장 감염으로 발생하였다
뉴욕타임즈의 예측과는 달리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 치과의료인 감염률이 다른 의료인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결과가 나왔는데, 이유에 대해 Bian학장은 치과에서는 통상적으로 ‘입과 코를 가려주는 마스크’를 사용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의 여러 나라의 상황을 보면 바이러스 감염성에 대한 치과의사의 위험성은 현재까지 해 왔던 방역수칙을 꼼꼼하게 지속한다면 대처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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