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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과 코로나19

황충주 칼럼

역사적으로 인구가 늘고 전쟁과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질병은 다른 곳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재난이 있었지만, 그중 인류를 가장 큰 공포에 몰아넣었고 사망자의 수가 제일 많았던 것이 14세기 중엽에 유럽에서 유행한 대역병이다. 18세기에 와서야 흑사병으로 명명된 페스트는 아마도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비단길을 따라 군대와 무역 상인들이 이동하면서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 지역을 건너 흑해, 크림반도를 거쳐 이탈리아에 도달한 후 프랑스, 영국, 북유럽, 러시아까지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1347년부터 약 3년간 유럽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5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흑사병에 대한 공포는 치사율이 거의 100%에 가까워 환자가 참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에서뿐만 아니라 흑사병 자체에 대한 무지로 인해 더욱 증가하였다. 사람들은 흑사병의 원인을 알기 위해 고심했었지만, 당시의 의학 수준으로 그것은 불가능했다.


대재앙을 맞은 유럽 각지에서는 이 질병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대책이 마련되었다. 파리 대학 의학부는 그것이 천재 이변 때문이라고 발표했고, 일반인들은 ‘악마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페스트가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벌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기도와 금식에 의존하였고, 부패한 공기가 문제라고 여긴 사람들은 장뇌나 강력한 향기를 내는 방향제를 몸에 지니고 다니며 좋은 냄새를 맡으려고 노력하였다.


원인을 모르다 보니 중세 이래 차별받아온 유대인이나 문둥병자들이 흑사병을 유포시킨 당사자로 몰려 엉뚱한 피해자가 되었다.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문고리에 독약을 발랐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확산하였고 1349년에는 스트라스부르에서 2천여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했고 1351년에는 나병 환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습격이 있었다.


그 당시 봉건제는 소작농의 생산력에 기사와 귀족, 성직자 등의 계층이 기대어 사는 구조였으나 흑사병으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일할 사람이 없어지자 소작농들은 전처럼 주인에게 얽매여 노예처럼 살려 하지 않고 보수를 더 주는 직업을 선택할 자유를 얻게 되었다. 당장 농사를 지을 일꾼이 부족하게 된 영주들은 땅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거나 노동력이 적게 드는 목축업을 하게 되면서 결국 1500년경 유럽에서는 봉토를 기반으로 하는 봉건제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인구 감소로 노동 시간과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장치나 기술이 개발되었다.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활자 인쇄기는 인쇄업에서 노동력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지식을 저렴하고 빠르게 유럽 전체로 퍼뜨리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개인주의의 발달과 상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르네상스 시대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9년 12월 우한에서 집단 발생한 유행성 폐렴은 인후통,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을 동반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이젠 코로나19로 명명된 신종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코로나19 발생 1년이 안 된 9월 27일 기준으로 전 세계 누적 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었고 가을이 접어들면서 독감과 더불어 2차 3차의 펜데믹을 걱정하고 있으며 이 질병은 세계적으로 돌고 돌아 끝도 없이 변형되면서 확산하고 있다.


흑사병이 유행하던 시대보다 과학이 발전하고 의료기술이나 시스템이 발달하였고 질환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100여 개 이상의 약물 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는 없고 예방하기 위한 백신에 관한 연구 또한 계속 진행 중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스크 쓰기가 일상이 되고 투명 가림막이 없으면 불안해지고 배달과 테이크아웃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늪에 빠져가는 사회변화를 보고 있다.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전이나 가구 판매가 급격히 증가하고 교육이나 회의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IT나 로봇 전문가, 환경전문가나 바이오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사회적 활동이 위축되고 감염의 우려가 커지면서 스트레스가 발생하며 불안감에서 오는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이걸 ‘코로나블루’라고 부른다. 코로나블루의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소화불량·어지러움·두근거림·불면증, 불안하고 쉽게 놀라는 증상이다. 우리가 만나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화가 자주 나고 짜증이 많아지며, 원하지 않는 기억들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폭력적으로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돌보며 규칙적인 생활이 도움이 되며 소통을 지속하고 즐거운 활동을 찾기를 권하고 있다.


화장지 사재기와 부실한 의료제도와 방역을 하는 글로벌 리더 미국과 선진국 유럽의 실상을 보면서 서양 우월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난 국제 질서 재편이 예상된다. 코로나 이전에는 세계화가 주요 과제였지만 이제는 언컨택트를 통한 민족주의와 이에 따른 경제적인 침체가 예상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변화가 올지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코로나 이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변화에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웃을 돌아보는 여유와 어려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유연성과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