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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물결

시론

코로나19로 일상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감염과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부터 자발적인 마스크 착용, 의료진과 숨은 조력자들, 모든 사회체제까지 감염으로부터 예방과 치료, 완치를 위해 끊임없이 힘쓰는 사회현상을 두고 코로나 전 후로 문화의 변혁을 구분 짓고 있을 정도다. 하루라도 빨리 백신 맞고 온 국민이 코로나19에서 해방되어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바램이다. 이런 무거운 현실 속에서 마스크 착용하는 현실을 빗대어 떠올려진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조금 싱겁게 느껴지더라도 양해를 구하면서 시론을 펼쳐볼까 한다.


거리는 온통 마스크 물결이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약국이나 대형마트 앞에 늘어선 긴 행렬이 경험하지 못한 낯선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고 마스크착용이 이젠 일상이 되어 예전보다는 그리 불편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서로서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과 예절 그리고 배려가 몸에 배여 외출할 때는 제일 먼저 마스크부터 찾게 된다. 바이러스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지만 달리 보면 검고 흰 마스크를 비롯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두 하회탈을 쓰고 지나는 것같이 여겨질 때가 있다.


예전 대학시절에 탈춤 동아리에서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대학 강의가 끝난 후 친구들과 모여서 덩실덩실 손과 어깨를 흔들며 쿵덕기 쿵기덕 얼쑤, 덩더쿵 춤을 추며 젊음을 불태운 추억이 수십 년 지난 지금도 뇌리에 남아 텔레비전에서 탈춤놀이 하는 장면을 볼 때면 함께 흥을 내게 된다. 탈춤을 추자! 민족의 얼이 담긴 탈춤을 추자! 라는 구호와 함께 장단에 맞춰 어깨가 절로 덩실덩실 올라가는데 필자는 그 당시 사자탈(머리역)을 담당했는데 공연할 때의 신명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하회탈의 종류가 많지만 입 부분을 완성하지 못한 이매탈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탈을 완성할 때까지 아무도 보면 안 되는데 좋아하는 이웃집 처녀가 엿보는 순간 허 도령이 피를 토하며 죽게 되어 이매탈만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는 슬픈 사연이 있다. 요즘의 마스크 물결이 필자에겐 하회탈(이매탈)을 쓴 마당꾼으로 상상이 된다.


멀리서 수십 명 아니 수백 명 이상의 마스크 쓴 모습을 상상해 보라! 코로나19의 두려움이 아닌, 즐거워서 뛰노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상상을 하게 된다. 탈춤을 추자! 덩실덩실 춤을 추자! 눈치 보느라 억울해도 참고, 체면 차리느라 하고 싶어도 못 하고, 탈을 쓰고 꾸짖기도 하고 소리도 치며 맺힌 응어리를 풀어보려 외쳐도 보았다. 가면 속에 감춰진 게 내 모습인가? 가면을 벗은 게 내 모습인가? 어차피 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은 이상 내면을 숨기고 있기에 가면을 쓰든 안 쓰든 무슨 차이가 있을까? 마스크, 탈, 가면, 페르소나, 이중성, 숨김, 덮음, 가림 등 다양한 단어들로 우리의 숨기고 싶은 심리를 표현해 주고 있다.


 마스크 쓰는 게 일상이 되다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화의 차이로 히잡, 차도르를 착용하는 이슬람문화가 생소하게 여겨졌는데 요즘은 히잡이 생활화 되어있는 문화에서는 그다지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최근 천일야화를 다시 읽어보았는데 너울을 쓴 여인의 모습이 부자연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신비롭게 묘사되어 이전의 나 자신의 편견이 다소 완화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마스크 쓰는 문화도 모두가 다 착용하고 혼자 안 쓰면 더 이상한 분위기가 되다보니, 이젠 일상처럼 되어 불편함도 줄어들고 계절에 따라 모양과 두께도 맞춰서 쓰고, 예쁘게 디자인된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때로는 상대방을 못 알아보고 상대방도 날 못 알아봐서 인사도 없이 그냥 지나가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여 점점 삭막해져 가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하고 마스크 착용하느라 화장도 신경을 덜 쓰게 되어 편한 점도 있다며 우스갯소리도 하지만 여하간 코로나19가 빨리 퇴치되어 마스크를 벗고 싶다. 언제까지 흰 마스크, 검은 마스크, 알록달록 다양한 마스크로 온천지가 물결처럼 덮여져야 할까?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퇴치되어 보호용 마스크를 벗고 무대에서 하회탈을 쓰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덩더쿵 탈춤도 추고 탈춤공연도 보고 싶다. 신명나게 춤추며, 쌓인 응어리를 하루빨리 털어내고 싶다.

 

마스크 물결

 

쿵덕기 쿵기덕 얼쑤!
눈치 보느라 억울해도 참았다
탈속에 숨겨진 내 모습
벗어도 감추고 있네
온통 마스크 물결
가리는 게 익숙해져
마스크 탈 가면 페르소나 
양면성 숨김 덮음 가림
덩더쿵 털어내고 싶다
온천지가 하회탈 물결
둥둥 떠다니는 마스크 물결
거리는 난장 한마당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