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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구리

Relay Essay 제2445번째

1. 머구리 잡담
우리끼린 다 아는 머구리 즉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자’는 어둠의 자식들이 쓰는 변말(Cant) 같은 희한(稀罕)한 단어다. ‘너구리’ 같은 머구리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일본어 もぐる(모구루) ‘잠수하다’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고, 국어사전에는 ‘개구리의 옛말’이라 명시, 물속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마치 개구리 같아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요행수(僥倖數)를 바라는 마음에 미끼를 던지는 머구리 불법시술이 아직도 성행한다니 불안한 세상이다. 치과 머구리들은 대부분 촌노(村老)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으며 요즘은 사무장병원이라는 ‘돈머구리’까지 득실거린다.


머구리보다는 ‘촌스럽고 어리석다’며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일할 때 쓰는 ‘야매(野昧)’가 알아듣기 쉽다. ‘뒷거래’나 ‘불법’보다도 야매가 쏙 들어온다. 야매 문신, 야매 눈-코 성형, 야매 보철에 야매 교정까지 다양하다. 야매는 아무리 싸다고 하지만 미래의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담보한다.


양심의 수준도 높여야 한다. ‘덤’, ‘공짜’, ‘덧거리’, ‘우수리’, ‘개평’, ‘어덕수’, ‘공것’을 밝히지 말자. ‘불한당(不汗黨, Hooligan)’ 심보를 없애야 한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 제 값을 치르고 땀 흘리는 것이 멋이다.

 

2. 고향 윗마을 황간면 금계리 친구
첫 번째는 그것이 불법인줄 몰랐다. 불법은커녕 친구 아버지가 치과를 하는 줄 알았다. 치과 치료는 저렇게 집에서 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금인가 산뿌라(Sanplatina)인가를 자그마한 항아리에 녹이던 모습이 생생하다. 근동 사람들이 고객이 되어 입안이 블링블링 했다. 손님 중에는 돌아가신 나의 아버님도 계셨는데 지금은 중국, 남미, 동남아의 소수부족과 마돈나에게서나 볼 수 있는 Open Face Gold Crown으로 Diastema를 메꾸고 사셨다. 어릴 때 난 그 금색이 좀 무서웠다. 그리고 내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한 참 후에야 레진으로 탈바꿈 하실 수 있었다. 그 땐 그것이 유일한 길, 무지는 죄(罪)가 아닌 가난이고 결핍일 뿐이다.


하기야 이런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 신체검사를 하면서 이를 뺐다. 그것은 마지막 남은 ‘E’였다. 치과의사가 없던 면(面)에서 오신 조 의사선생님께서 치아도 다 빼주셨다. 문제는 마취도 없이 산골 아이들의 순진함을 믿고 잡아 뺀 발치 사건은 지금도 엄청 움찔해 진다. 으드드드득~~~.


두 번째는 이 입에서 저 입으로 들어갔었던 하나의 뺀찌(Forceps)가 문제였다. 찜찜하다. 아예 치료하지 않았더라면 더 나빠지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슬프지 않은가? 치료가 새로운 병을 만들면 안 된다.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혈액형 사건이다. 초등학교 학적부에 적힌 것과 고등학교 때 도회지로 나와 검사한 혈액형이 달랐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난 내 혈액형이 자꾸 헷갈린다. 누가 당신 혈액형이 뭐요? 하면 “C형”이요 하고, 당신 띠가 뭐냐고 물으면 “혁띠”요! 싱거운 아재개그를 한다.


혈액형을 생각하니 신기한 것이 있다. 페루 원주민들은 모두 ‘O’형, 아마존의 조에족은 모두 ‘A’형이란다. 안데스산맥이나 밀림에 의한 고립, 외부인과의 접촉이 없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단혈(單血)민족이지만 외부 균(Germ)에는 무방비였을 것이다. 머구리 아들 고향 윗마을 친구는 슬프게도 아주 오래전에 공사판에서 목수일을 하다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단다. 그렇게 5학년 때 짝이었던 친구는 꽃도 피지 않은 채 하늘로 갔다.

 

3. 돌팔이
구사(灸士) 자격이 없던 침사(鍼士) 고 김남수 옹의 침과 뜸(灸) 치료가 헌법재판소(2010)까지 간 적이 있었다. 비록 의료행위를 업(業)으로 하진 않았지만 의사가 아니니 보건범죄단속법에 해당, 즉 한의사 자격증이 없으니 봉사활동이라 하더라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 머구리에게 불법 시술을 받고선 그들의 약점인 무면허를 협박하여 금품을 갈취한 ‘악질 손님’까지 잡혔다는 사건도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드니 딱 그 꼴이다.


돌팔이(머구리) 의사는 영어로 ‘Quack’이다. 손님 모시기 위해 오리처럼 ‘꽥꽥’거려서 그런가보다. 돌팔이란 원래 떠돌아다니며 지식이나 기술, 물건 따위를 파는 사람을 말한다. 즉 ‘돌다+팔다’의 합작품이다. 오지(奧地) 다큐에서는 네팔과 중국 산간의 거리에서 틀니를 팔고 수리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틀니라도 있으니 다행이라는 위안을 보내지만 미래에는 정도(正道)가 멋이다.


남미를 여행하다보면 벽마다 베레(Beret)모를 쓴, 그들이 친구라 부르는 ‘체(Che)’를 만난다. 배신으로 39살에 볼리비아 밀림에서 최후의 만찬인 땅콩죽을 먹은 후 Rolex Submariner(처형자 로드리게스가 갖고 감)를 차고 죽은(1967),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청년이 powerful의 뜻인 ‘Poderosa(포데로사)’를 타고 종단(1952), 남미는 같은 혼혈 메스티죠(Mestizo)의 땅임을 느낀, 아르헨티나 출신 의사 체 게바라(Guevara)의 미군 암호명도 돌팔이가 붙은 ‘Amquack(Am=쿠바人)’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Quack 발음이 나는 성(곽)씨가 있으니 영어로 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4. 심해 잠수부
머구리의 동명이의(同名異義)가 ‘심해 잠수부’다. 심해 잠수부는 우주인 같은 모자를 쓰고 바다 밑으로 들어가는 잠수사(Diver)다. 목숨 걸고 한 번에 많은 수산물을 잡는 직업이다. 세월호 때도 투입되었고, 키조개, 문어, 홍합, 전복, 소라, 미역 등을 잡아 올린다. 배와 잠수부는 오직 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 배를 또한 ‘머구리배’라 부른다. 그 줄로 생명인 산소가 공급된다. 섬진강 강굴, 영덕 문어, 오천항 키조개, 강릉의 섭 잡이 등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야밤에 전기 배터리로 쏘가리를 잡는 ‘불법 머구리’도 있고, 삼척에도 머구리 간판을 단 식당이 출현했고, 신기한 조업점호를 하는 북방한계선(NLL) 최북단 고성 저도어장엔 ‘탈북 머구리’도 있다. 그는 돈 더 벌어서 배 1척 사는 것이 꿈인데 희망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에겐 배가 멋이다.  

 

5. 하필이면 머구리집에서
영랑호가 생각나는 속초 가는 길/ 불편한 속, 뒤처리 할 겸/ 중간에 본드 회사 이름과 같은 정부의 대통령을 가두었던/ 백담사행 버스를 처음 탔다/ 역사처럼 시린 계곡 끝에서 급하게 발만 담그고/ 병원 가족들 줄 선물로 대나무 귀이개를 사고/ 미시령 뚫은 울산바위 밑에서/ 사람도 날려 보낸 바람과 밤새 싸운 후/ 채소만 먹던 충청도 사람, 식구와 둘이 횟집에 들어가/방송에 뜬 메뉴를 시켜놓고/ 값은 포만으로 퉁치고/ 내가, 치과의사들이 싫어하는/ 머구리집에서 물회를 먹었단 말인가!/ 갑자기 씁쓸 모드로/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