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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진 사진을 잘 찍어야 하는 이유

스펙트럼

우리나라에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의료분쟁이 원만하게 합의가 안 되는 경우에 이를 중재해주는 곳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겪고 싶지 않은 곳이지요.

 

그렇지만 누군들 겪고 싶어서 겪겠습니까. 사고는 내가 방심하는 사이에 벌어질 수 있습니다. 혹시 모를 사고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면 당연히 대비를 해야겠지요.

 

그래서 한 가지 내용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현장감이 느껴지도록 술자의 입장으로 각색하여 서술했으나 핵심 내용은 바꾸지 아니하였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신환이 왔습니다. 오른쪽 아래 어금니에 뭐가 떨어졌다는 C.C입니다. 시진 결과 #46에는 골드인레이가 부착되어 있었고, #47에는 레진 충전물이 확인되며, 해당 레진이 일부 파절되어 있음과 동시에 잔존치질 또한 파절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대한 치료를 진행하기 위해 환자에게 손상부위가 넓으니 크라운으로 씌우자고 이야기 하고 마취 후 프렙을 진행합니다.

 

그 후 인상채득하기 전 환자에게 타구대에 물을 한 번 헹구게끔 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치아가 어떻게 됐나 궁금하여 거울을 확인한 환자는 왜 맨 뒤에 어금니를 깎아놨냐며 따집니다. 알고 보니 환자가 치료를 원했던 치아는 #47이 아닌 골드인레이가 돼있던 #46이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시 확인해보니 #46의 골드인레이 일부가 탈락되어 2차 우식이 진행중이었습니다. 환자에게 다시 설명 후 #46치아도 삭제를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인상채득 후 #47에 임시치아를 Temporary Setting했습니다.

해당 술자는 환자에게 설명과 동의 없이 #47를 삭제한 것에 대해 해당 환자와의 합의를 시도했으나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한 의견차로 인해 합의를 중단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게 됩니다.

 

해당 술자는 환자에게 확실한 동의 없이 #47을 프렙한 것에 대해 과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47의 레진충전물이 일부 파절되었으며, 잔존치질 또한 일부 파절되어 있어 치료가 불가피한 치아였다는 입장으로 70~100만원이 적정 배상액이라 주장하였고, 환자는 #47에 대한 크라운 비용과 크라운 수명 이후 임플란트 비용을 가산하고, 위자료까지 더한 금액이 적정 배상액이라 주장했던 것이지요.

 

술자의 “#47이 어차피 치료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는 주장이 뒷받침이 되려면 증거가 있어야겠지요. 그렇지만 해당 술자는 이를 증명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초진사진이 없었기 때문이었겠지요. 만일 술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구강사진이나 파노라마 혹은 PA사진이라도 있었다면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있어 술자가 어느정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허나 그렇지 못했고, 결국 책임 제한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은 해당 술자가 환자에게 350만원을 지급하고, 환자는 이 사건 진료행위에 관하여 향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조건으로 처리되었습니다.

 

해당 사례를 통해 환자에게 치료내용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초진사진을 잘 찍어놔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전후 사진을 비교하여 어떤 치료가 진행됐는지 설명하면 환자 만족도도 높일 수 있고, 혹시 모를 사건에도 어느 정도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잘 안 찍고 계셨다면, 오늘부터라도 습관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