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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를 딛고

임철중 칼럼

로마식 표현으로(The First Citizen of Rome) 대한민국 제1 치과의사인 협회장이, 무릎 꿇고 큰절하는 사진이 잇따라 치과계 언론 1면을 장식하였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삼만여 회원의 믿음을 저버린 31대 이상훈 협회장은, 큰절이 아니라 삼두고구두례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난 제70차 정기대의원총회는 이상훈 집행부가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직접 편성한 첫 총회였다. 큰일을 맡은 공인으로서 꺾일 때 꺾일망정 끝까지 맞서든가, 명색이 러닝메이트 선출직인데 바이스들과 합의하여 회장단(1+3) 일괄사퇴를 하든가, 최소한의 뒷마무리를 해 놓았어야 한다. 뱀이 허물 벗듯 이불에서 몸만 빠져나가니 이부자리가 지저분할 수밖에 없다.

 

본래 러닝메이트라고 하면 회장 유고 시 수석부회장이 직을 승계하고, 정관대로 ‘잔여임기’에 따라 절차를 밟으면 된다. 재선거를 하면 선관위는 그냥 두고 정관의 정신에 맞춰 선출직인 회장‘단’을 뽑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선거가 끝나면 전 회장단은 물론 임명직인 이사들도 당연히 일괄 사퇴하여 새 집행부를 구성해야 한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관 미비 사항을 보완하겠지만, 경우의 수를 모두 명시할 수는 없으므로, 최소한의 책임감을 되새기고 상식을 존중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박태근 협회장의 당선을 축하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운 감이 없지 않다. 선거 승리를 위한 무리한 공약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이 되었다. 먼저 ‘비급여 진료비 자료제출’은 방어에 한계가 있고 이미 회원 80% 이상이 제출하여, 협회장 사과대로 후퇴가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31대 임원들의 거취 문제다. 첫째, 앞서 말한 대로 곶감 빼먹은 자리 메꾸듯 달랑 회장 1인만 뽑자는 결정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수상이 물러나면 장관(이사)의 사임은 당연하나, 선출직 부회장이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 단 네 명의 회장단이 ‘적과의 동침’이 될 수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부회장도 사퇴함이 옳은데,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생긴다. 박태근 ‘후보’ 공약인 ‘31대 임원 불신임의 건’이다. 사퇴는 곧 ‘불명예퇴진’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회원에 대한 사과라면 모르되, 협회장의 큰절을 잘못된 공약 주워 담기나 전기 임원들에 대한 사퇴 애걸용으로 써서는 안 된다. 막장 드라마의 단골 메뉴인 덥석 무릎 꿇기로 전락하지는 말자.

 

협회장 직선제실시 이후 참사가 계속 이어져 협회의 대 관청, 대국민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 회원과 회원, 회원과 임원이 서로 북돋아가며 위상 찾기 운동이라도 벌이자. 의장이 가칭 ‘제32대 임원 선출을 위한 대화의 장’을 주선하여, 협회장과 31대 임원에게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다. 폐허를 딛고 일어서는 각오라면 안 될 일이 있겠는가?

 

노사 양측 합의로 치협 노사단체협약서가 파기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합의해준 치협노조(위원장 박시준)와 협회장의 노력에 감사한다. 사반세기 전 대전충남치과의사신협을 설립, 운영하면서 복리후생 증진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로 새롭게 진행될 협약을 위하여 협회의 성격과 입장을 간단하게 정리해본다.
1. 협회는 이익창출이 없는 공익단체다.
2. 회비로 운영되고 세금처럼 강제징수권이 없다.
3. 관공서처럼 인허가권이 없다. 
4. 조폭도 언필칭 보호 비(protection money)를 받는데, 협회에는 공권력도 없다.
5. 회비 납부는 전적으로 회원의 자발적인 협조에 의존해야 한다.
6. 지부 행정수요는 중앙회에 필적하나, 미 경유 개업이 가능하여 징수율은 낮다.
7. 전임 직(專任 職) 회장을 빼면 임원 모두가 무보수로 일한다.

 

이처럼 늘어놓은 이유는, 지출이 불합리하다고 느껴 회원들의 신뢰에 금이 가면, 협회운영에 절벽(Shut Down)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불행하게도 제70차 의총에서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협회에 인재들이 모여들어 희망찬 직장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회원은 없겠으나, 정답은 앞으로 현명하게 풀어가야 할 난제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