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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절반 전문의 시대

김여갑 칼럼

올해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합격자를 포함하여 총 치과의사전문의 15112명으로 치과의사 절반이 전문의가 되었다고 한다. 기사제목이 “치과의사 절반 전문의 시대 개막”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것인지 알고 싶다. 무엇이 변했는지, 그 방향이 옳은 것인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 것인지? 치과계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등등.


의과대학 병원이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구강악안면외과 전공 치과의사들이 전문의가 없어서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고 있으므로 구강악안면외과 만이라도 먼저 전문의를 시작하자고 했을 때 개원의들도 구강악안면외과는 해줘도 우리한테 크게 불리할 것 없다고 생각하고, 해주자고 논의되던 시절에 비하여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종합병원 내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숫자는 증가되었을까? 전문의가 아니었을 때와 비교하여 지금은 적절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어렵게 취득한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자격증을 적절히 잘 이용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필자는 정년퇴임 후 개인치과병원에 있다가 전문의를 받자마자 구강악안면외과 수련병원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고 종합병원 치과에 가긴 했지만 가끔 치과의사전문의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종합병원 내 치과는 물론이고,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치과대학 병원조차 정해진 모든 전문 진료과를 갖추지 못한 곳이 있다. 통상 구강악안면외과, 치과보철과, 치과교정과, 소아치과, 치주과, 치과보존과, (안면통증)구강내과, 영상치의학과 등 8개 진료과는 갖추고 있지만 임상구강병리과, 임상예방치과나 통합치의학과 등은 부분적으로 없는 대학병원도 있다. 숫자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대한치과의사협회의 2018년도 치과 전공의 모집을 위한 2017년도 자료를 보면 전공의를 교육할 수 있는 개인 수련병원 숫자는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종합병원 치과는 2곳이었으며, 단독 치과병원은 1곳이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마저도 운영이 어렵다고 하였다.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대한의사협회장이 구강악안면외과 수련 과정 중에 안면미용성형에 대한 강좌는 빼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있다. 이유는 수술 전, 중, 후 환자에게 응급상황이 발생 시 이에 대한 처치능력이 부족하여 국민보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치과의사의 교육에는 응급의학 강의도 없고, 전신마취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물론 반론도 있었다. 안면부 성형수술에 관하여 학술적으로도 의학계는 1966년 대한성형외과학회가 생겼지만, 치과계는 악교정수술 등 안면성형을 먼저 시작하여 이미 1962년 대한악안면성형외과학회가 활동하고 있었다. 1989년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로 개칭하였다. 선배들의 노력으로 우리가 먼저 시작하였고, 대한치과마취과학 강좌 및 학회가 있어 응급의학에 대한 교육과 실기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단지 아쉬운 점은 일본에서는 치과의사가 전신마취를 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아직 못하고 있다. 이것은 공부한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 “공장식 수술 후 방치해” 라는 제목으로 많이 보도되었는데, 성형외과에서 안면수술 후 과다출혈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 수술을 하는 의사나 치과의사에게 치명적인 합병증은 언제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술 중, 술 후 출혈에 대한 안이한 대처, 즉 출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상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해 직접 대처한다. 물론 일부 성형외과의 문제라고 생각은 한다.


흥미로운 것은 구강암을 교육에서 빼라는 이야기는 없다. 구강암 수술자체의 중요함은 물론이고, 안면부 재건을 위하여 신체 여러 부위에서 피판을 형성하기도 하고, 전이 등 전신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 협진 부분이 많은데도 말이다. 안면미용성형이 구강암보다 병원 경영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닐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이 타 분야와 쟁점이 있을 때 대등하게 대응해 나가기 위하여서라도 치과전문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외에 치과전문의의 활동은 어떤가? 장롱 면허, 장롱 자격증은 아닌가? 필자가 다니는 길에 수많은 치과의원이 있는데 전문 진료과목을 표기한 치과를 본 적이 없다. 2020년 7월 치과 전문의 9115명일 때 불과 4.66%(0%~치과교정과의 23.00%)만이 전문 진료과목을 표기하고 있다고 발표된 적이 있다. 필자의 전공인 구강악안면외과(1.94%)만 봐도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전문의가 되었지만 아직 활용도가 높지 않다. 의국 후배들이 “구강악안면외과 수련 받은 것이 개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잘 한 것 같아요.”라고 하는데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아마도 필자가 대학에서 정년퇴임하고, 수술할 수 있는 병원에 있는 전문치과의사 중에 제일 고령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대학에 있을 때와는 달리 혼자이다 보니 환자 보는데 한계는 있다. 마지막 희망은 병원에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를 보충하여 구강악안면외과 수련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치과는 그냥 다 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말처럼 치과의사는 그냥 그대로 치과의사로 남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든다.


언제쯤 필자도 “큰 병원에 가라고 했어요.”라는 말 보다 구강악안면외과가 아니라도 좋으니 구강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 가셔야 된다고 했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날이 올까? 기다려진다.
“치과의사 절반 전문의 시대”에 걸맞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