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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표준(87) 2021년 제57차 ISO/TC 106 화상 총회 참관기

여기는 총성 없는 전쟁터 자국 제품 세계 표준 반영위해
독일, 스위스,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 대표들이 격돌한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요즘 유행하는 모바일게임의 광고카피처럼 2021년 8월 23일부터 9월 3일까지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TC 106, 약칭 ISO/TC 106)의 국제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한번쯤 들어 보셨겠지만 ISO는 여러 나라의 표준관련단체들로 이루어진 대규모 국제기구로서 한국산업표준(Korean Industrial Standards, 약칭 KS)도 대부분 ISO의 국제표준들과 부합화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표준화기구 중 치과전문위원회는 치과와 관련된 국제표준을 제정, 개정, 폐지하기 위하여 전 세계 28개국이 직접 투표권을 가지고, 16개국은 참관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회의는 미국 중부표준시를 기준으로 오전 7시에 시작됐기 때문에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오후 9시부터 자정을 넘기기 일쑤여서 그 주 내내 감기는 눈을 비비며 환자를 봐야 했습니다.

ISO/TC 106은 모두 8개의 소위원회(Subcommittee, SC)로 구성되어 각기 다른 주제로 표준화 작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제1소위원회는 Filling and restorative materials, 제2소위원회는 Prosthodontic materials, 제3소위원회는 Terminology, 제4소위원회는 Dental instruments, 제6소위원회는 Dental equipments, 제7소위원회는 Oral care products, 제8소위원회는 Dental implants, 그리고 마지막 제9소위원회가 Dental CAD/CAM systems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소위원회와 관련이 있는 치과의료기기의 생물학적 평가(Biologic evaluation of medical device used in dentistry)는 ISO/TC 106/WG 10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전체 한국대표단 의장인 김경남 위원장님(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기기 표준개발 심사위원회)을 모시고 2016년부터 Dental instruments를 다루는 제4소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가기술표준원의 전문가 및 대표의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4소위원회는 전체적으로 독일표준화기구(Deutsches Institut fur Normung, 약칭 DIN)의 입김이 매우 강합니다. 그리고 스위스, 미국, 일본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임플란트 및 치과기구산업의 선도국으로 최근 Osteotomes, Extraction forcep, Sinus membrane elevator, Oral scalpel handle, Trephine burs, 그리고 Tissue punches 등을 연달아 국제표준으로 등록시키면서 신흥 표준강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Tissue punches의 경우 가이드 수술을 좋아하는 임상가로서 제가 수술하면서 고민했던 내용들을 직접 제안하여 올해 ISO 23445:2021, Dentistry - Tissue Punches의 국제표준으로 발행시켰다는 점에서 제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회의에 참석해 보면 각국의 대표들은 대부분 공학자나 산업가이지만, 임상가인 제 의견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노력하는 점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올해 제4소위원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쟁은 독일의 Dr. Helmut Engels(이분도 임상가여서 저와 여러모로 서로 통하는 바가 많습니다)가 의장을 맡고 있는 제7작업반 Implant instruments에서 벌어졌는데 우리나라가 아주 큰 역할을 맡았습니다. 권재성 교수님(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치과생체재료공학교실)이 초안을 잡아 신규 작업항목으로 제안한 Implant surgical guides에 대하여 각 나라의 대표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들을 쏟아내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Implant surgical guides가 Implant instruments가 맞는가? 다른 소위원회와의 공동작업이 필요하지 않은가?”
“정확한 용어는 Guide인가 Template인가?”

“Sleeve에는 반드시 Metal insert가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없어도 되는가?”

“Sleeve를 Anchor sleeve와 Drill sleeve로만 구분하면 되는가? 아니면 가이드 수준에 따라 각각 구분해야 하는가?”

“Implant surgical guides의 멸균은 어떻게 권장해야 하는가?”

 

이렇게 제안된 신규 작업항목은 앞으로 작업초안, 위원회초안, 국제표준안, 최종 국제표준안의 과정을 거쳐 국제표준으로 발행되게 될 것입니다. 모든 과정마다 모든 회원국의 찬반투표와 의견수렴을 하게 되므로 결코 국제표준이 간단하고 빨리 결정되는 것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제가 몸담고 있는 제4소위원회는 잘 아시다시피 치과가 항상 새로운 재료를 이용하여 최신 기술로 기존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내는 대표주자이기 때문에 모든 임상가들이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표준에 맞추어 따라가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한 발 앞서 새로운 표준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제조사에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임상가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내년 2022년 회의에는 더 많은 우리나라의 임상가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를 기대하며, 올해도 하얗게 불태우신 한국대표단의 든든한 맏형 김경남 위원장님과 매사 실무를 챙겨주시는 김효진 연구원님, 나와 같이 제4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 - 영어실력보다 더 돋보이는 회의진행능력을 갖춘 권재성 교수님, 기구는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 최인준 대표님(㈜오성엠앤디)과 꼼꼼한 전문의 조형훈 교수님(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치과보존학교실), 그리고 일일이 이름을 열거하기 힘든, 다른 소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모든 치과 전문가 분들께도 감사와 존경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