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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적 사고

스펙트럼

의식적인 노력이나 선택 없이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사고를 ‘자동적 사고’라고 부릅니다.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 지 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1년차 치과위생사를 진료실에서 마주하였을 때 떠오르는 걱정과 우울감, ‘정품 임플란트 49만원’이라는 광고를 보았을 때 느끼는 허탈한 마음, 순간적인 분노, 위기감 같은 것이 치과의사인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자동적 사고일 것 같습니다.

 

주로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트리거되었을 때 자동적 사고라는 말을 사용하게 됩니다만 자동적 사고가 부정적인 영향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를 운전하려고 시동을 거는데, 전면 유리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눈에 들어오면 운전을 조심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들게 됩니다. 바람직하게 작용하는 자동적 사고는 이 밖에도 다양한 양상으로 순기능을 합니다.

 

자동적 사고가 과도한 불안, 우울, 분노, 강박 등을 야기한다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에는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직원을 대할 때,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앉아 있는 환자를 마주할 때, 나를 덮치는 부정적인 감정이 과도하다면 직원과 환자로 인해서 트리거되는 나의 자동적 사고를 점검해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지나갈 때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은 자동적 사고 때문일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이 나한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나? 내가 저 사람한테 잘못한 게 있나?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나는 괜히 괴로움에 시달리고 멀쩡하던 관계는 까닭없이 무너집니다. 그 지인은 딴 생각을 하느라 전방에 시선이 고정된 채 걸어갔을 뿐인데 말입니다.

 

자동적 사고를 정공법으로 뒤집는 일, 부정적인 트리거를 제거하는 일, 부정적 사고의 전개를 파악하고 사슬을 끊는 일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재원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제가 자동적 사고의 그늘에서 벗어나는데 활용했던 한 가지 쉬운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쉽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전부 다 나한테 기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쓸모 없는 제 발 저림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하기 싫은 표정으로 어시스트를 하고 있는 직원을 마주했을 때, 급여를 올려줘야 하나?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건가? 고민하지 마시고 그 직원이 어제 늦게까지 놀았나보다 생각하시고 까페 라떼를 한 잔 사주세요. 배가 고픈가 보구나 하고 마카롱을 한 통 사주셔도 됩니다.

 

치료 받은 치아가 아프다고 환자가 찾아오면 치료한 치아의 주변 치아를 먼저 살펴보세요. 알고 보면 내가 치료한 치아는 멀쩡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 너머의 일은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순간 순간 끼어드는 작은 먹구름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적 사고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소소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먹구름 한 점 보고서 언제 겪었는지도 모르는 태풍을 다시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괜히 기분 나쁜 날, 뭔가 트리거되었음을 간파하시고 입꼬리 한 번 올리시기를… 먹구름은 비 몇 방울 뿌리고 떠나갈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