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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후가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한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박병기 칼럼

2021년 11월 13일 토행독(토요일의 행복한 독서)에서 유영만 교수가 쓴 ‘아이러니스트’를 내가 진행했다.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는 절대로 새로운 사유가 시작되지 않는다. 고정 관념이 치유 불가능의 고정관념으로 바뀌기 전에 신념으로 망치질을 해서 깨부숴야 한다”라는 문장이 가슴에 다가왔다. 2013년 2월 16일 처음 토행독에 가입하고  2019년 임기 2년의 회장도 역임하였다. 매주 1권의 책을 읽으며 그동안 4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8년 10개월 토행독에 참가하여 독서를 하는 일이 타성에 젖어있음을 알았다. 지금처럼 타성에 젖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결정해야 했다. 이제는 내 독서습관을 바꿀 시기가 온 것이다.


마침 내가 활동하고 있는 ‘광주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의사협)에서 독서 모임을 만드는데 진행을 맡아주라고 한다. ‘의사협’ 설립 준비단계에서 공동 대표를 맡아 왔고 설립된 이후에는 이사를 하고 있다. 토행독 활동을 하며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읽는 것보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놓고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는 나만의 방식으로 독서 습관을 바꿀 필요를 느끼던 시기에 운이 따랐다.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20권의 책을 한 달에 1권씩 읽으며  발표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먼저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인생과 사업의 병목 현상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고, 그리고 타인과 함께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과정이다. 20권의 책을 2018년 10월에 치의신보에 연재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치과신문에 2021년 10월까지 연재하고 있다.  


추석 전에 어머님께서는 오랜 투병 생활을 마감하시고 88세에 임종을 맞이하셨다. 내 어린 시절부터 어머님은 건강이 안 좋으셨다. 중학교 시절 어머님의 소망은 장남인 내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그 소망은 차츰 늘어 내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셨고, 내 자녀가 대학 입학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셨다. 그리고 올해 내 딸이 직장에 들어가 받은  첫 월급으로 드린 용돈을 받으셨다. 아버님은 어머님과 헤어지 신 후 상심이 크시다. 아버님의 연세가 92세다. 작년까지는 논어 완역을 하시고 당신이 하시는 불교 공부를 정리하여 책도 내셨다. 요사이 어머님과 이별하시고 그렇게 좋아하시던 책도 읽지 않으신다. 


독서 모임의 첫 번째 책은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이다. 인간의 평균 연령은 지난 200년 동안 10년마다 2년 이상 평균 수명이 증가한다. 100세 인생이 과연 나에게는 축복이 될 것인가 저주가 될 것인가? 토행독에는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있기에 건강과 장수에 관한 책들이 많이 선정된다.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 책을 5년 전에 읽었다. 같은 시기에 엔드루 스콧의 ‘100세 인생’도 읽었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하였다. “100세까지 즐겁게 살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50대 초반이었던 나에게 100세는 아직도 남들의 이야기였다. 그 당시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아빠! 아빠는 대학에 다닐 때 50살이 될 거라 생각해 봤어?” 내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살아가며 3분의 역할 모델을 갖고 있다. 지금 92세이신 아버님, 나보다 14살 많은 같이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집안 형님, 나보다 9살 많은 조선치대 1회 선배님. 아버님을 통해 내가 몇 살까지나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집안 형님을 통해서는 언제까지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을까? 1회 선배님을 바라보며 언제까지 진료를 할 수 있을까? 건강이 허락 한다면 그 분들보다 5년에서 10년 정도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100세 인생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삶의 목적이 있어야하고, 재정적 준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그 일이 이타적이어야 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나에게 100살까지 살아야 할 목적이 있는가? 100살까지 살기 위해서는 그때까지 살아야만 이룰 수 있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어머님이 전혀 거동을 하지 못하고 침대 생활을 할 때 집 근처 가정의학과 간호사분이 오셔서 영양제를 놓아 주셨다. 너무 고마웠다. 어머님의 임종을 지켜보며 노후가 불행하지 않고, 임종이 외롭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광주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에서는 거동이 힘든 환자분을 위해 방문 진료를 한다. 그리고 대표를 맡고 있는 ‘바람꽃 주거환경 개선 봉사단’은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주거환경 개선 봉사를 하고 있다. 노후가 행복하고 임종을 고통스럽게 보내지 않아도 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이제 100세까지 살아갈 목적이 생겼다.


노후 재정에 대해서  준비를 하고 있는가? 치과원장으로서의 소득에 만족하며 살던 10년전 후배와의 만남을 통해 나에게는 노동소득만 있을 뿐 자본소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아찔했다. 그때 생각한 것이 93년부터 개업하고 있는 대덕치과를 자본 소득화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였다. 치과 앞 오래된 아파트가 재개발이 되자  아파트 입구에 건물을 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여 건물을 분양 받았다. 4년 전부터 후배 원장과 같이 치과를 운영한다. 절실하지 않는 곳에 지출을 하지 않는 것이 노후 재정을 풍족하게 한다.  


건강을 위해서 서서 책을 읽는다. 1시간에 1분씩 간단한 운동을 하고 복식 호흡을 하며 명상을 한다. 점심 식사 후에는 30분 정도 걷기를 하고 퇴근 후에는 배우자와 1시간동안 걸으며 대화를 한다. 딸아이가 첫 월급을 타서 건강검진 받으라고 50만원을 주었는데 아직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했다. 점점 그 말이 진실임을 몸으로 느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