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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라면 1~2억 원 소액으로 사무장치과 개설이 가능합니다”

불법의료기관 개설 권하는 컨설팅 업체 은밀한 유혹
전국구 모 컨설팅 업체, 소액 사무장병원 알선 정황
중소 건물주 타깃, 최저 1~2억 투자로 의원 개설 현혹
시설 완비 후 의사 섭외 시 건물주 고수익 호언장담

“건물주라면 누구든 쉽게 치과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전국 각지의 중소 건물 소유주를 타깃으로 사무장병원 설립을 유도하는 컨설팅 업체가 본지 취재를 통해 포착됐다. 부산 모처에 본사를 둔 A업체는 의료인 자격 유무와 관계없이 건물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병·의원을 설립할 수 있다고 암암리에 홍보 활동을 펼쳐 왔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특정 단체·기관을 제외하고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에 해당한다.


그런데 더욱 문제시되는 것은 A업체가 불과 1~2억 규모의 소자본으로도 병·의원 설립이 가능하다며 대상을 현혹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무장병원 설립 진입 장벽을 낮춰, 음지화가 더욱 넓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이에 본지는 A업체와 직접 상담을 진행해 그 현장과 실태를 낱낱이 들여다봤다.


# ‘풀 옵션’ 투자 시 7대 3 이익 배분
먼저 기자는 건축면적 200평 규모의 건물주를 가장해 A업체 대표 김 모 씨에게 유선으로 접촉했다. 이때 김 모 씨는 “저희 회사는 병·의원 임대를 주선하지는 않는다”며 “임대가 아닌, 병원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 개념”이라고 불법 행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김 씨는 기자의 간단한 인적사항을 수집한 뒤 서울지사의 지부장이라는 박 모 씨를 소개하고 대면을 주선했다.


대면 당일 박 지사장은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를 무릅쓰고 서울 모처의 지하철역까지 기자를 마중 나왔다. 이후 업체 사무실 대신 인근의 카페로 향했다. 기자가 사무실 소개를 요청하자, 내부 상담실 설치가 미비하다는 다소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회피했다.


본격적인 상담에서 박 지사장은 구체적인 건물 규모와 주변 상권, 의료시설 설치 현황 등 세부사항을 추가 질문했다. 이어 그는 “실제 답사가 필요하겠지만 의원급 의료시설이라면 개설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뒤따라 그는 목표 진료과로 치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을 추천했다. 특히 치과는 국내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기자가 구체적인 투자금액과 수익 배분을 질문하자, 박 지사장은 ‘부분 옵션’ 혹은 ‘풀 옵션’이라는 선택지를 제시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옵션’이란, 시설 인테리어 및 의료기기 설치를 뜻한다.


박 지사장은 “풀 옵션을 선택하면 건물주 7, 의사 3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한다”면서 “의원급 의료시설은 생각보다 큰 투자비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박 지사장은 예상되는 투자비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치과를 예로 들었을 때 인테리어 비용은 평당 100~150만 원, 유니트체어 등 의료기기 구매는 1억 내외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대부분의 사무장병원이 중고의료기기를 구매해 사용하므로, 실제 비용은 이보다 더 절감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의사는 무한중개” 운영 개입도 지시
무엇보다 A업체는 이 같은 비의료인의 의료시설 개설이 명백한 불법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기자가 이와 관련한 질문을 건네자 박 지사장은 “모든 계약은 이면으로 맺을 것이며, 수익 배분 또한 임대료 및 각종 시설 이용료 명목으로 처리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다양한 의료시설에서 근무하며 병·의원 개설 노하우를 쌓아 왔다”며 “전국 각지 의료시설 개설에 참여해 왔으니, 믿고 맡겨 달라”고 말했다.


치과의사 또는 의사는 즉시 알선해주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대상은 경영난을 겪는 개원의나 페이닥터가 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시설 개설 후 의사의 운영 중단 시 대체 의사 알선도 무제한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따른 수수료는 시설 개설 및 의사 알선 시 일정 협의를 거쳐 단 1회 청구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추가 요금은 일절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운영 개입에 대한 지시도 있었다. 종사인력 채용 및 급여는 물론이고 각종 의료기기나 재료 구매까지 직접 관리·개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매출과 순수익을 얼마든지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박 지사장은 사무장병원이 다중 치과 설립에 있어, 일종의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치과 의료기관 개설을 원하는 치과의사와 건물주를 중개해, 소위 ‘분점’ 형태의 운영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법 제33조 8항(1인1개소법) 위반 적발 사례에서도 빈번히 목격되는 형태로, 그 확산 양상을 짐작케 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