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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 참전, 208명 전사’ 인천 학도병을 아시나요?

이규원 원장 ‘인천 소년병 6·25 참전기’ 발간, 기념관 운영
참전용사 아버지 뜻 따라 인천 학도병 역사 알리기 앞장서

 

1호선 동인천역을 등지고 신포시장 쪽으로 300여 미터를 걷다보면 좌측으로 ‘인천학생 6·25 참전관’이라는 큰 간판이 먼저 눈에 띄는 독특한(?) 치과가 있다.

30여년이 넘게 인천 중구 신포동에 개원하고 있는 이규원 원장(이규원치과의원)의 치과인데, 통유리 너머로 빼곡히 걸려있는 흑백사진들 속엔 앳되고 남루한 모습의 군인들이 가득하다. 불현듯 인천이 한국전쟁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반격의 시발점이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한편으론 얼마나 많은 인천 시민, 전쟁에 동원된 젊은이들의 희생이 있었을까 하는 아픔이 밀려온다.   

이규원 원장은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터진 후 그해 12월 부산을 향해 피난길에 올랐던 3000명의 인천 소년들이 있었다. 그 중 1000명은 중간에 집으로 돌아왔으며, 2000명은 소년병으로 6·25 전쟁에 육군으로 징집됐다. 그리고 그 중 208명이 전사했다. 소년병 중 살아 돌아온 한분이 내 아버지 이경종 옹(89세)”이라고 말했다. 

 

이규원 원장이 최근 이경종 옹과 20년 동안 인천 학도병 출신들을 추적해 인터뷰한 자료를 엮어 ‘인천 소년병 6·25 참전기’ 1, 2권을 발간했다. 

평생 6·25 참전을 조국을 위한 자긍심이자 마음껏 인생의 꿈을 펼치지 못한 울분이라는 양립된 감정으로 바라봐 왔던 아버지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지난 1996년 ‘인천 소년병 6·25 참전기 편찬위원회’를 창립한 이규원 원장이 26년간 아버지와 모은 소년병 300여명의 기록 중 40여명의 기록을 우선 두 권의 책에 담아낸 것이다. 이 책에는 전장에서 찍은 소년병들의 사진과 상황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흑백사진 속 이름 모를 군인들의 모습을 넘겨보는 것만으로 비극적인 역사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충격이 있다. 

이 원장은 “아버지는 16살에 조국을 지키기 위해 고향을 떠난 지 5년 만에 20살 청년이 돼 제대하고 고향 인천으로 돌아왔다. 남은 것은 중학교 졸업장, 만신창이가 된 몸과 지친 마음뿐이었다”며 “이후 큰 꿈을 펼치시지 못하고 세탁소를 운영하시며 자식들을 키우는데 인생을 바쳤다. 아버지는 공무원이 됐으면 구청장, 교사가 됐으면 교장, 은행원이 됐으면 지점장 정도는 될 인품과 능력을 갖춘 분이었다. 그런 분이 전쟁의 상흔에 괴로워하고 억울해 하시며 큰 뜻을 펼치지 못하고 살아오시다, 60이 넘어 같이 소년병으로 참전했던 동지들의 소식을 찾고자 하는 것을 보고 그 뜻을 들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립묘지까지 찾아가며 발굴한 
학도병 기록만 300여 건 달해 

 

 

이 원장에 따르면 인천 학도병은 단순히 어린 학생들이 나라를 위해 군대에 지원한 역사가 아니다. 당시 엎치락뒤치락하며 남과 북의 점령군이 바뀌며 자칫하면 북한군에 강제 징집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놓인 어린 학생들이 인천학도의용대가 이끄는 피난길에 나섰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육군으로 징집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원장의 아버지 이경종 옹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역사의 진실이 궁금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녹음기를 들고 생존한 인천 학도병 출신들을 인터뷰 하고 다녔다. 그렇게 연계돼 직접 만나고, 때론 국립묘지까지 찾아가며 발굴한 학도병의 기록이 300여건이다.  

이규원 원장은 아버지의 이러한 기록을 책으로 출판했을 뿐 아니라 지난 2016년 자신의 치과 1층에 ‘인천학생 6·25 참전관’을 개관했으며, 지난해에는 아버지만을 위한 기록관을 추가로 개관하기도 했다. 또 아버지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매년 에티오피아 6·25 참전 용사들을 위한 지원금을 기부해 오고 있다.  
 


이규원 원장은 “한 나라가 독립국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분들의 희생과 보이지 않는 노력, 피를 흘리고 뼈를 깎는 고통 속에 가능하다. 한국전쟁사에서 인천 학도병들의 희생과 죽음이 밑바탕이 돼 지금의 국가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이들의 참전기를 10권까지 발간하는 것이 목표다. 아버지를 통해 인천 학도병의 의미를 기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