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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돌봄제도와 은퇴

이승룡 칼럼

한국의 수필가 및 철학자이자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는 현재 102세로 학식과 건강이라는 두 가지를 실천하며 지금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강연을 하고 다닌다. 대학교수의 정년 65세 이후 40년 가까이 살아온 삶 자체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102세까지 현역에서 활동한 비결 등을 닮고 싶은 롤 모델이기도 하다. 김 교수가 주장하는 말씀 내용 중에 인생 100세 중에서 가장 좋았던 황금기를 60~75세라고 하셨다. 아직 그 나이가 되지 않은 분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필자도 60세가 가까운 나이가 되어가다 보니 그 의미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그분께서 근현대사를 살아오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셨던 지식인이라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우리 치과의사들은 그 시기에 은퇴를 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누릴 수 있을까?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제도가 생겨서 공무원, 공기업 및 대기업 일부에서는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그 이후에 인생의 황금기를 누릴 시기는 되었다 하지만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정년 후 삶이 보장되지 않는 한 행복한 시기일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일반적인 기업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정년은 그 보다 더 아래이기에 앞으로의 삶 자체에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비하면 일반적인 치과의사들의 정년은 없으므로 법적인 정년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치과 개원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면서 정년 없는 은퇴시기를 앞당기거나 연장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과거 30대때 은퇴시기를 60대로 계획을 세웠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주변 선후배들에게 은퇴를 언제쯤 생각하고 있는지 문의를 해보면 일반적으로 70대로 말하고 있다. 이것도 희망사항일 수 있다. 그 때까지 꼭 일해야만 하는 현실과 아니면 인생의 황금기를 즐기면서 맞이하는 은퇴시기와는 다를 수 있다.

 

70대까지 꼭 진료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진료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들어서면서 2025년에는 65세 인구가 20%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되면 노령 인구의 급증으로 치과계에서도 큰 변화가 오게 될 수 있다. 진료의 트렌드가 노인환자 중심의 진료패턴으로 변경되는 것에 주안점을 갖고 정책이나 치과 의료환경에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이 또 하나의 치과계 변화일 수 있다.

 

치과계 학회 중에 대한노년치의학회가 있다. 이미 10년 전에 창립된 학회로 미래 지향적인 안목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학회로 주목받고 있으나 관심도는 덜 하는 듯하다. 하지만 전국의 치과의사 평균연령이 40~50대 사이이므로 다가올 우리의 노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를 설명하고자 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개원환경에서 강제 은퇴를 하거나 또는 공직에서 정년 퇴임 후 일자리 창출에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제도라고 본다.

 

“지역사회 구강돌봄진료제도” 도입이다. 2020년을 기점으로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시작되면서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이 가시화되면 고령층의 내실있는 복지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 도입은 적은 투자와 실질적인 배려를 통해 노인들의 삶의 질 개선효과를 크게 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체노인 800만명 중 245만명이 스스로 구강케어를 할 수 없고, 거동 불편으로 내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요양시설(80만명), 요양병원(5만명)에 누워서 연명중이거나, 요양(사회적 입원) 등을 위해 자택에 대기중인 160만명이 치과의사를 만날 기회조차도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요양시설 등에 입주해 있는 노인들의 구강케어를 위한 치과촉탁의 제도가 있으나 법적, 제도적 미비로 인해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알고 있다.

 

치과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사실상 방치 상태에 처해 있는 의존적 노인들의 구강을 돌보기 위한 구강돌봄시스템의 체계적인 구축이 필요할 때이다.

 

구강돌봄진료시스템 구축의 기본 방향은 지역사회 구강돌봄진료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통합돌봄의 하나로 구강돌봄진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며 요양병원(치과 미설치) 입원 노인과 요양시설 입주 노인 및 재택 노인에 대한 구강돌봄진료를 통합적으로 실시,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구강돌봄진료에 대한 조사분석 및 연구와 평가가 필요하며 구강쇠약이 전신쇠약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치과촉탁의 제도가 이미 도입되어 있기에 이를 활용하면 현실적인 문제를 조기에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 구강케어 현장에는 시스템들이 잘 구축되어 있다. 진료를 하는 게 아니고 케어를 하는 입장에서 구강관리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구강검진을 통해서 치료필요의 평가나 진료 이송을 지시하고 투약 및 구강관리용품 처방, 시설종사자 교육, 구강위생관리 지시에 의한 전문가 구강위생관리, 틀니조정 및 수리 등을 통해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하나로 연계된 구강돌봄진료제도가 도입이 되어야 함을 말하고 싶다.

 

협회에서 대통령선거와 관련 몇 가지 치과공약을 후보측에 건의한 바 있다. 선거 이후라도 꾸준히 협회에서 치과의사들의 은퇴 후 일자리 창출이라는 관점에서도 그리고 증가하는 노령인구의 구강관리 차원에서도 관심 갖고 추진해야 할 제도라고 생각된다.

 

국민의 평균 수명에도 못 미친 치과의사의 삶이 김형석 교수가 얘기한 인생의 황금기 나이에 즐거운 은퇴가 되는 시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