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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추천도서 - 문학과 비문학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이이(李珥) 선생님은 사람이 내는 소리로 뜻을 가지고, 글로 적히고, 쾌감을 주고, 도리에 합당한 것을 문학이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쾌감을 주고 도리에 합당한 것이 문학이라고 한 것입니다. 즐거움과 깨우침 중에서 즐거움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으면 문학에 포함시킬 수 있는 말이나 글이 아주 많아집니다. 깨우침을 부차적인 요소라고 한다면, 문학적 표현은 실용적인 언어 사용과는 다르다는 점이 강조되고, 문학의 범위는 줄어들겠죠.

 

현대에는 시, 소설, 에세이 같은 문학과 그 이외의 비문학은 구분되어 있지만, 그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경영, 과학, 인문학에 관련된 비문학 책들은 한 분야에 집중하면 깊이가 깊어지고 읽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뭔가 논리적으로 결론이 명확한 책들이 많아서 늘어난 지식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설 같은 문학은 다릅니다. 읽을 때마다 다 다른 느낌이고 내 기분에 따라서, 읽는 시기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처음 책에 빠졌을 때를 떠올리면 대부분 소설과 같은 문학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논문과 인문과학, 경영 서적들에 밀려서 소설은 그저 시간이 많은 휴가 때 읽는 이야기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문학을 찾습니다. 문학은 비문학을 품을 수 있지만, 비문학은 문학을 품을 수 없다는 걸 얼마 전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즐거움과 깨우침이 있다면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뭐든 좋겠지만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학을 좋아한다면 매년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는 작품집

올해도 대상작인 손보미 작가의 ‘불장난’ 등 문학 재미 만끽

『불장난 -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 2022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문학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거의 매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는 책입니다. 매년 나오기 때문에 따로 책 소개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 여전히 재미있다는 것 정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대상 수상작인 손보미 작가는 <불장난>을 통해 사춘기 소녀의 성장, 갈등, 극복 등의 일련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강화길 작가의 <복도>는 주인공 부부가 재개발이 시작된 지역의 아파트로 이사 온 후 겪은 일을 들려줍니다. 백수린, 서이제, 염승숙, 이장욱, 최은미 작가의 작품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작가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특색있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소설들은 현재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겪는 삶의 문제들에 새롭게 접근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서 상당히 의미가 깊고 돋보입니다. 글 속에 숨겨둔 매력적인 작가들만의 고유한 문체와 서사, 세련된 표현과 섬세한 내면묘사는 문학이 가지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게 해줍니다. 글 뒤의 심사평은 덤으로 재미를 줍니다. 내가 느낀 것과 심사위원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것도 문학적 소양의 깊이인지 그저 문학이 주는 감동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도전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 27가지 제시

안락함 떠나 또 다른 인생 도전과 배움 자세 공감

『RE:LEARN 다시, 배우다』 한빛비즈, 2021

 

스탠퍼드 교육대학원 부학장이자 최고기술경영자인 저자인 폴 김 교수는 한국보다 국제적으로 더욱 명성이 높습니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창의성을 키우도록 이끄는 학습 솔루션 ‘스마일(SMILE)’은 2016년 유엔 미래혁신 학습모델로 선정되기도 했죠. 그런 그가 안락한 실리콘밸리를 떠나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비행기를 타고 ‘국경 없는 교육’을 펼치려는 것입니다.

 

비영리 국제교육재단인 ‘시드 오브 임파워먼트(Seeds of Empowerment)’를 설립해 교육봉사 프로젝트를 하던 중,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동차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더 쉽게, 더 자주 왕래할 수 있는 비행기라는 수단을 떠올린 것입니다. 비행학교에 입학한 그는 긴긴 훈련생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선생이 되려면 먼저 학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습니다. 이 책은 폴 김 교수가 자신의 비행 사례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27가지 질문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데 그 깊이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는 자세 때문입니다. 그가 도전한 파일럿이 아니더라도 나의 위치에서 새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볼 수 있는, 문장들은 쉽지만 결코 쉽게 읽을 수는 없는 내용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10년 뒤 미래는 과연 어떨까?

바이러스가 몰고 올 뉴노멀의 실체 미래과제 모색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 중앙북스, 2021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의 결과에 의해 미래는 결정되고 현재가 미래의 방향을 정합니다. 예측에 따른 적절한 대비는 우리의 삶을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게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10년 뒤 미래는 과연 어떨까요? JTBC 다큐멘터리 [A.C.10]은 세계적인 석학들이 인터뷰이로 대거 출연해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이 책은 방송분에 미방송분까지 더해 새롭게 엮은 것으로, 코로나 쇼크 이후 인류가 당면할 3가지 미래과제(백신의 현주소, AI와 노동, 국가의 역할)에 대해 다루며 바이러스가 몰고 올 뉴노멀의 실체를 더욱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과 글로벌 리더 18인이 다채로운 의견을 내놓으며, 미래사회에 대한 통찰력 있는 대담을 펼칩니다. 이 책을 읽었다고 당장 내가 무얼 할 수 있다거나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학자들의 말과 실제 생활하는 국민들의 삶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지식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내가 보지 못하는 ‘그 너머’를 보는 안목이 남다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