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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Covid-19 감염

시론

지난 2020년 초 중국 우한 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지도 어언 2년이 지나 3년차로 접어들고 있다. 당시 마치 영화처럼 정체 모를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마구 죽어가고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지나치게 고려하던 초기의 느슨한 방역 정책으로 우리나라도 중국에 이어 코로나 감염의 2차 주요 감염지가 되었다. 우선 대구에서 난리가 났고, 마스크며 방호복이 부족하여 나라 전체가 뒤숭숭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후 중국과 같은 재앙적 상황이 될 거라는 세계의 예상과 다르게 위기마다 늘 그래왔듯이 빛나는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방역 노력으로 이태리, 미국 등에서 악화된 상황에 비하면 역시 대한민국다운 멋진 방역 성과를 이루었다. 정치인들은 K-방역이니 뭐니 자화자찬을 했지만 정치인들에 휘둘렸을 정부의 초기 대응 상황을 명확히 기억하는 필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질병관리청의 많은 직원들의 노고는 인정해야 되겠지.

 

이후 세계적으로는 좀 늦었지만 백신도 수입이 되고 현재 국민 대부분은 2차 접종을 마친 상태라고 하고 의료인의 경우 아마 3차 접종이 다 되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m-RNA백신을 구할 수 없어 몇 개국에서는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아스트라제네카사의 백신 만을 맞을 수 있었는데, 종합병원 근무자들은 최우선 의무 접종대상으로 작년 초 1차를 맞을 당시 많은 젊은 직원들이 접종 후 부작용으로 많은 고생을 했고, 이에 대하여 병원에서 질병관리청에 긴급 이의제기로 접종기한을 한달 간 연기하기도 했었다. 하여튼 평시기준이라면 허가가 났을 리 만무한 검증도 제대로 안된 백신을 무려 3차례나 맞아가며 코로나 감염에 대비를 했는데, 필자도 결국 감염이 되고 말았다.

 

확진 전 이미 전공의 확진자가 있었고, 가족 중에 확진자도 나오는 등 주변에 하도 확진자가 많아 언젠가는 걸리려니 했었지만, 원래 백신을 안 맞아도 독감이나 감기도 잘 안걸리는 체질이라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인 결과였다. 가족 확진자가 나왔을 때는 우선 수험생인 아이와 외부 비지니스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여행도 학회도 아닌데 멀쩡한 집 놔두고 호텔생활을 하려니, 영 이상하기 그지 없었다. 설상가상 같이 수술을 했던 전공의가 또 확진이란다. 앞뒤로 샌드위치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다행이 자가 검사 결과는 계속 음성이고 특이 증상은 없었다. 아이도 괜찮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미크론 치사율 0.1% 정도로 독감보다 못하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에 따라 증상이 만만치 않은 경우도 많고, 장기적인 후유증도 많으며, 특히 집사람이 기저질환이 있는 관계로 영 걱정이 앞섰다. 수요일 전공의 확진자 발생 이후 목요일 후배들과의 약속이 있었지만 혹시나 폐를 끼칠까 나가지 않았다. 금요일 지방에서의 회의도 온라인으로 바꾸었다. 토요일 저녁 가까운 선배님들과의 약속은 검사를 해보고 결정하기로 하였다. 증상은 없었고, 가까운 병원서 시행한 검사결과는 음성. 가족과 전공의 확진 시기를 볼 때 최근 네이쳐에서 보고된 바 잠복기는 2일 정도이므로 내가 감염이 되었다면 벌써 증상이 있어야 하나 없으므로 모임에 나갔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일요일 운동도 하고, 월요일 외래를 보고, 화요일 업무를 보는데, 토요일 만났던 선배님께 전화가 왔다. 확진이시란다. 아…. 내게 옮으셨나. 아닐 거라고는 하시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있으니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뭐라 더 드릴 말씀이 없다.

 

수요일 오전 뭔가 열감이 올라온다. 어제 선배님 일도 있고, 왠지 느낌이 좋지않아 원내 선별진료센터로 갔다. 늘 친절한 우리 병원 간호사들… 체온계를 빼더니 “교수님 체온이 너무 높으신데요?” 38도 5부… 아 올 것이 왔구나. PCR 검사는 6시간 이후에 결과가 나오므로 업무시간 이후에 내일 환자 약속 변경은 불가하다. 목요일 외래, 금요일 수술 다 변경해야 하는데…. 입원 환자들한테는 또 뭐라고 하나… 머리가 복잡하다. 우선 확진으로 가정하고 외래 간호사에게 약속 변경을 부탁했다. 목요일 외래 60-70명, 금요일 수술까지 일일이 전화를 해서 변경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바로 전날 하는 상황이라 변경요청 전화를 해야하는 사람한테나, 환자들에게나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다. 특히 수술 예정 환자들의 경우 미리 휴가 계획 등을 다 잡아놓고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그저 주치의의 코로나 감염을 이해해 주려니 하는 마음뿐이다. 저녁 퇴근 후 결과를 기다리는데 역시나 양성으로 나왔다.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이것저것 확인을 하고 안내를 해준다. 여기저기 필요한 부분 연락을 하고, 어떤 증상이 내게 닥칠 지 마음을 다 잡는다. 소염진통제를 먹으니 열은 내렸다. 목요일(확진 2일째). 열도 많이 나고, 온몸이 찌부드드하고, 기관지가 아프다. 남들은 목하고 코가 문제라는데 나는 왜 기관지부터 일까? 괜히 하기도 쪽의 감염이면 더 안 좋은거 아닌가… 조금 아는 어설픈 지식으로 괜한 걱정이 앞선다. 깊은 곳의 기침도 가끔 나고, 약기운 떨어지면 전형적인 몸살 증상이다. 콧물은 안나고, 목하고 코는 괜찮다. 증상은 조금씩 심해지는 느낌이다.

 

금요일(확진 3일째). 목요일은 심하지 않던 인후염이 뚜렷해지며 목의 통증이 심해지는 느낌이다. 코막힘 증상도 심해지고 있다. 증상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느낌이랄까? 최근 네이쳐에 보고된 내용이지만 covid-19 항원 검출도 처음 감염 이후 목에서는 40시간째, 비강을 통하여는 58시간 이후에 가능하단다. 이를 보면 치과의사들이 구강을 통해 편도 등에서 항원 진단검사 해주는게 많이 유리할 듯도 해 보인다. 어차피 치과 환자들 치료 전 코로나 검사도 필요할 텐데 겸사겸사 시행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요즘 일반 병의원들이 코로나 검사로 그간 어려웠던 병원 경영을 많이 회복하고 있다는데 좀 아쉬운 느낌이다. 토요일(확진 4일째). 본격적으로 인후통과 코막힘이 심해졌다. 신기한 건 드디어 코로 냄새를 맡을 수도 없고 혀로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언론에서만 보던 증상을 실제 느껴보니 내가 코로나 감염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 뭔가 맛도 모르고 냄새도 안나지만 본능적으로 잘 먹어야 빨리 낫지 않을까 싶어 억지로라도 잘 먹으려고 하는데… 원래 처럼 그냥 잘 먹는다. 역시 나는 맛으로 음식을 먹지 않았구나(?). 이전에 확진 받았던 아는 교수님의 조언으로 약을 좀 세게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까? 가래가 좀 많아지는 느낌 외에 증상은 더 악화되지 않는다. 약기운으로 하루종일 잠을 잔다.

 

일요일(확진 5일째). 전일 충분한 수면 덕분이지 몸이 한결 낫다. 여전히 목도 아프고 쉰 목소리이긴 하지만 컨디션도 괜찮고, 기분도 좋았다. 자가 격리 기간이 7일인데 의료기관별로 5일도 할 수 있다. 월요일(확진 6일째). 출근하여 외래를 보았다. 다들 걱정을 해주는 모습에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들고 힘도 난다. 다만 아직 감염원이 될 수 있으므로 개인 방호는 철저히 하고 진료를 하였다. 일주일이 넘어가는 지금 여전히 쉰 목소리가 있고, 냄새를 잘 못 맞고 간헐적 기침가래는 있지만 이도 나아지고 있다. 나의 경험으로 얻은 결론은 기존의 감기 독감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확실히 다른 병이라는 점이다. 4월 5일 현재 누적 확진자 수가 1400만명을 넘어가는 상황이다. 그간 무증상 혹은 경미한 증상으로 모르고 지나갔거나, 아니면 검사를 미루고 있는 사람들 숫자를 고려하면 아마도 전국민의 반 가까이는 이미 감염 병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어떤 변이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이미 이렇게 된 마당에 우리나라 부터라도 하루속히 엔데믹 상황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모쪼록 그날까지 모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